웅진·코웨이, 상조업 진출 현실화…‘독이 든 성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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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 상조업 진출 현실화…‘독이 든 성배’ 우려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5.03.2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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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 상조 1위 프리드라이프 인수 추진
대규모 외부자금 수혈 불가피…경영 부담↑
과거 코웨이 인수 무리…6개월만에 재매각
코웨이는 자체 계열사 설립…상조업계 진출
상조업력 無 약점…사업시작 전 노사갈등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교육출판·렌탈 대기업이 상조업계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속 성장하고 있는 상조시장에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조업계에서는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한 상조업계의 특성상 단순히 브랜드나 자본력 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현재 상조업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웅진그룹과 코웨이다. 한때 한 지붕 가족이었던 두 회사가 유사한 시점에 상조업계에 진출하며 경쟁상대가 된 셈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상조업 진출 경험이 없고 각각 다른 취약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시장 경쟁력 제고라는 기대와 동시에 상조업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웅진, 또 대규모 외부자금 수혈…프리드라이프, 제2의 코웨이 될라


웅진 CI. ⓒ웅진그룹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프리드라이프 지분인수를 위한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 받아 실사를 진행 중이며, 배타적 우선협상기간 내 주식매매거래를 위한 주요 조건을 확정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웅진그룹이 인수를 추진중인 프리드라이프는 선수금 규모 2조 원에 달하는 상조업계 내 대형업체다. 웅진이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선두권으로 오르게 된다. 프리드라이프의 대주주는 사모펀드인 브이아이지(VIG)파트너스지만 지난해 일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하며 지분율이 약 80%에서 약 60%로 줄어들었다. 웅진은 VIG지분 외에 지난해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지분 100%를 확보할 예정이다.

교육출판업에 뿌리를 둔 웅진이 상조업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새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조서비스 가입자는 2015년 404만 명에서 2024년 3월 말 892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업체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선수금 규모 역시 같은 기간 3조 5200억 원에서 9조 4500억 원으로 급격히 늘어나며 대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현재 투자사업 부문인 웅진홀딩스와 교육문화사업 부문인 웅진씽크빅을 필두로 총 14개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이다.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할 경우 15개 계열사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그간의 웅진그룹 M&A 역사를 봤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코웨이 재매각 건은 웅진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자 ‘독이 든 성배’로 잘 알려진 사례다.

앞서 웅진그룹은 2019년 3월 1조 6000억 원의 외부자금을 조달해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00원에 인수했지만 3개월 만에 매물로 내놓았고 결국 같은해 말 넷마블에 인수됐다. 당시 IB업계에서는 무리한 외부자금 조달로 인한 경영부담 가중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프리드라이프 인수에도 1조 원 안팎의 대규모 자금을 필요로 하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IB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최근 프리드라이프 인수금융 주선을 결정했다. DB금융그룹이 웅진의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지지하는 셈이다. 인수금융 규모가 커질수록 웅진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웅진이 이번 인수에 투입할 수 있는 현금자산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최근 웅진그룹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현금자산 현황이 2019년 당시보다 더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당시 웅진그룹의 현금자산은 400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4년 말 현재는 500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인수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해야하는 상황이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상조업은 가입 회원들의 선수금 운용이 핵심 수익구조지만 중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와 운영 역량이 수반되지 않으면 오히려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웅진의 진입이 성공적일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상조업 자회사 설립 코웨이, 본사업 시작 전부터 내부갈등 불거져


코웨이 CI. ⓒ코웨이

렌탈업체인 코웨이는 기존 상조회사 인수가 아닌 자체 계열사 설립을 통해 업계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분 100%(자본금 100억 원)를 출자해 설립한 상조회사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이 그 중심에 있다.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은 하이브리드 결합상조를 표방하며 렌탈서비스와 상조서비스를 결합한 상품 2종을 현재 시범판매 중이다.

기본적으로 상조서비를 제공하며 크루즈 여행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향후 여행 등 전환 가능 서비스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코웨이는 기존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의 렌탈 고객 700만 명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렌탈서비스 업계 강자인 코웨이가 별개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상조서비스에서 차별화를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렌탈 상품은 일정 주기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과 접점을 유지하지만 상조 서비스는 가입자가 유사시 일시적 또는 특정 시점에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것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며 “누적된 노하우를 통한 서비스 품질과 시설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지만, 이에 막 세장에 진출하려는 코웨이는 아직 자체적인 장례 인프라가 없어 외주 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본격적인 사업 시작 전부터 내부갈등이 불거지면서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하이브리드 결합상조 상품을 시범출시한 코웨이는 일부 지국의 코디·코닥들에게 결합 상품 영업을 하게 하면서 코웨이라이프솔루션 홈페이지에 기존 코디·코닥들을 판매인으로 등록해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노조의 반발을 불러왔다. 동의 없이 상조상품을 강제로 판매하는 행위로 받아들인 것이다.

코웨이 측은 판매에 동의한 코디·코닥에 한해서만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다고 해명하면서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상조서비스 판매에 대한 일선 현장의 심적 부담만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매각 예정인 프리드라이프를 제외해도 보람그룹(보람상조)과 교원라이프(교원예움) 등 직영 장례식장 같은 인프라를 갖춘 기존 상위권 상조기업들이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수금 운용 능력을 따지기 이전에 얼마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가가 시장 진입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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