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편의점 문제가 언제부터 있었는데 이제 와서 들쑤시는지 모르겠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를 만나기 위해 해당 점포를 찾았다. 주변 250m 근처 타 브랜드의 편의점도 없는 이 점포는 상권보호를 받고 있으니 ‘그나마 살만하다’는 얘기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봤다.
그러나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의 말에 점주는 표정부터 굳어졌다. 알고보니 그는 지난밤 10시부터 이 시간까지 근무 중이었다.
기자는 24시간 편의점 운영에 대한 점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점포는 괜찮느냐고 물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야간에 손님 있는 편의점이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는 “번화가가 아니고서는 야간 운영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레 주변에 다른 편의점이 없어서 매출이 좀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자,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는 타박이 직사포처럼 날아온다. 근처에 편의점이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점포 주변은 인적이 드문 주택가이기 때문에 있는 편의점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점주는 폐점 위약금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괜히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사실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이 한밤중에 편의점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낮에도 동네 가게보다 비싼 편의점을 먼저 찾지는 않는다. 주변에 다른 편의점이 없는 자신도 폐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다른 점포들은 오죽하겠냐는 한숨이 이어졌다.
그는 폐점 위약금에 대한 계약서와 관련, “계약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점주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물었다. 큼직큼직한 부분들은 알고 계약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점주 측에 불리한 조항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계약서는 얇은 책 한 권 분량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편의점 불공정 피해자 증언대회’ 등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변화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다 안 믿는다”며 정색을 했다.
진작 해결했어야할 것을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해결하려는 척 나서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다. 편의점이 너무 많이 생겨 서로가 경쟁이 되는 상황이지만, 하소연할 곳도 해결 방법도 없다는 게 점주들의 처량한 신세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도 장사가 잘 되는 점포는 꼭 있다. 그들의 입장도 궁금했다. 인천 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에게 취재를 요청했다.
2007년 초 편의점 운영을 시작한 그의 점포 주변에는 4개의 점포가 더 있었다. 그나마도 2개 점포가 망해서 4개만 남은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2010년 쯤 주변에 편의점이 많이 들어와 매출에 차이가 생겼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해당 점포는) 주변 편의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사가 잘 되는 편이지만 24시간 운영은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는 “본사 배불리기 위해 우리가 갖은 고생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로 “알바 최저임금 맞춰주고, 삼각김밥 등 폐기까지 감수하면 입에 풀칠하는 수준밖에 안 된다”며 “발렌타인데이 상품 중에 반품이 안 되는 것도 다 우리가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한탄했다.
특히 “본사가 나눠주는 돈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알지 못 한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편의점 실태 조사해봤더니…'그럴만도 하네'
얼마 전, 한 언론사에서 서울 시내의 3개 동을 무작위로 선택해 편의점 개수를 조사했었다.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신림동 108개, 대치동 85개, 화곡동에도 89개의 편의점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신림역 주변에는 30개의 편의점이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발표한 ‘편의점 간 거리 250m’라는 모범기준에 위배되는 것으로 심한 곳은 편의점 간 거리가 10m도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1년까지 동일브랜드 중복출점으로 인한 매출감소율을 조사한 결과 중복출점 전후 3개월 매출감소폭이 중복출점 거리정도에 따라 평균 9.4%~18.4%정도 로 나타났다.
많은 점주들이 이 조사 결과만으로도 편의점 문제의 심각성을 한 번에 알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토로한다.
지난달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영주 의원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전국 편의점 개수는 2만 3687개였다. CU, GS25, 미니스톱, 세븐일레븐(구 바이더웨이 포함) 등 주요 4업체의 편의점만 집계한 결과다.
증감 추이도 놀랄만했다. 2008년 1만 1802개였던 점포가 2009년 1700개, 2010년 3000개, 2011년 4200개, 2012년 (10월 까지) 2800개씩 꾸준히 증가해 2배 이상으로 훌쩍 증가했다.
‘주요 편의점 5개 업체의 가맹점 평균 매출 증감 추이’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8년 5억 3332만 원이던 평균 연매출은 2011년 4억 8276만 원으로 줄었다.
일일 매출 100만 원 이하인 매출 부진 가맹점 비율도 2004년 13.1%에서 2011년 25.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편의점의 25%는 하루 매출이 100만 원도 안 되는 셈이다. 이는 사실상 편의점 업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편의점협회가 조사한 결과다.
계약기간 중 점주가 중도 폐점하는 계약 해지 건수도 늘었다. 2009년 465개이던 계약해지 점포는 2011년 503개로 늘었다. 폐점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주들이 계약 해지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는 점에 비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 할 수 있다. 반면 신규 개점은 2009년 2750개에서 2011년 4992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철호 변호사, "적은 투자 비용 때문에 피해자 많아"
편의점 분쟁의 이유를 들어보고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김철호 변호사에 자문을 구했다. 김 변호사는 편의점 문제의 시초에 대해 단연 (편의점을 차리는데)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증금 1500만 원에 가맹비 700만 원을 더해 2200만 원이면 편의점을 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와 집기를 사 측에서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가 쉽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5년이 되기 전에 폐점하면 운영위약금(기대수익 상실금, 약 2000만 원)과 인테리어 비용(약 5000만 원)을 더해 총 7000만 원 정도의 폐점 위약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조정원에는 편의점 분쟁으로 인한 조정 건이 많다. 작년 한 해만 100건에 가까운 조정건수가 처리됐다.
그러나 대부분 시정명령으로 끝났다. <시사오늘>이 공정위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편의점 분쟁에 관한 소송으로 과징금을 부여받은 회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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