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코리아세븐(브랜드 세븐일레븐·사장 소진세)이 인테리어 잔존가 청구서를 요청한 점주에게 허위거래명세서를 전달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남 지역의 세븐일레븐 점주 김가영(가명·여)씨는 운영상의 적자를 겪다 올해 초 폐점 요청을 하면서 해지 위약금과 관련해 인테리어 잔존가 등 세부 명세를 회사 측에 내줘달라고 요구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3월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인테리어 시설협력 업체들의 직인이 찍힌 거래명세 확인서를 가영 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시사오늘> 확인 결과 일부 업체의 거래명세서는 실제 공사 명세와 상관없는 품목들로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 측이 사실과 다른 내용의 거래명세서를 임의로 작성한 뒤 협력사는 세븐일레븐이 시키는 대로 직인만 찍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본사 협력업체인 A사 경우 편의점 인테리어 설비와 관련해 디스플레이도어 등을 납품하는 회사다. 그런데 거래명세 확인서에는 A사가 취급하지도 않은 전기, 가구 공사 등을 공사했다고 나와 있다.
같은 하청업체인 B회사의 거래명세 확인서 역시 비상식적인 것은 매한가지다. 이 회사는 오픈쇼케이스 전문 제작업체로 워크인쿨러를 주되게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B사의 거래명세서를 보면, 오픈쇼케이스나 워크인쿨러 품목은 쓰여 있지 않고, 그 대신 B사와 관계 없는 냉동콤비 장비로 적시돼 있다.
A·B사 확인서에 따르면 각각 1백2십7만원과 3백만3만6천원을 코리아세븐 측에 수령했다.
일각에서는 이 수령액의 진위 여부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코리아세븐이 맘대로 거래명세서 설비 품목을 작성한 마당에 수령액 또한 임의로 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요 인테리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회사인 C사도 유령회사처럼 정체가 모호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사는 거래명세서가 총 3장으로 내장 공사 1천9백4십1만원, 전기증설 1백2십8만원, A/L무늬철판 공사 2십7만원을 수령했다. 이를 합하면 2천만원이 웃도는 금액으로 김가영 씨 편의점 인테리어 비용 중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온라인상 홈페이지도 없을 뿐더러 전국 114에 문의해봐도 "전 지역을 통틀어 그런 회사명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C사에 대해 세븐일레븐 측은 부산·경남 지역에 소재한다고만 전할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업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말을 아꼈다.
본사 측은 이어 인테리어 초기 설치 비용이 대략 3천만원~5천만원 선인데 이 같은 공사 내역을 공개하면, 시설 노하우가 노출될 수 있어 영업비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점주가 요청하면 시설 공사명세서를 언제든 보여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점주님들한테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비밀스러운 내용이 아니다."
인테리어 잔존가의 불투명성을 제기한 김가영 씨는 본사 측 입장에 황당해하는 눈치다. "본사에서 보낸 거래명세 확인서에는 인테리어 설비 등을 시공한 업체들의 연락처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
세븐일레븐은 세부 거래명세서를 요청한 당사자에 한해서 관련 자료를 보내준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청구서를 요청했던 김 씨는 잘못 기재된 거래명세서만 확인한 상태이고 이에 따라 본사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분쟁조정 이철호 가맹거래사는 본사가 편의점주를 사업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주를 속이고, 자신의 재산상 이익만을 취득하려고 한다. 김가영 씨에게 준 인테리어 거래명세서만 해도 비상식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인테리어 잔존가의 불투명성은 비단 세븐일레븐만의 얘기가 아니다. 대기업 편의점 가맹본부의 문제이다."
한편 편의점 불공정 개선 관련,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지난 8일 공정거래위에 따르면 5대 편의점 가맹본부인 BGF리테일(브랜드 CU), GS리테일(GS25),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한국미니스톱 등의 중도해지위약금이 최대 40% 줄어들게 됐다.
반면 가맹점주가 본사에 내야 하는 인테리어 시설 잔존가액은 기존과 동일, 달라진 것이 없어 수천 만원에 해당한다는 초기설치 비용에 대한 투명성 과제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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