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권지예·방글·박시형 기자)
서울 노원병 안철수 후보는 야권 정계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안철수가 국회 등원에 성공하면 어떤 형태로든 야권 정계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는 지난 10일 민주당 입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안철수 나름의 세력을 형성해 정치권에 입문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안철수와 함께할 이들, 혹은 안철수에게 필요한 이들은 누가 있을까. <시사오늘>이 여의도의 새로운 세력 '안철수호'에 승선할 인물들을 모아봤다.
‘안철수의 사람들’…안 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 3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
안철수 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송호창은 안철수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진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대선 전후 안철수의 출국, 입국과 관련해 항상 모습을 보여 왔고 최근에도 4.24 재보선에 출마한 안철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지난 12일 노원역 앞 안 후보의 지원유세장에 나타난 송호창은 “저는 제1야당의 가장 촉망받는 정치신인이었지만 작년 10월 안철수 후보와 모든 정치 일정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안 후보에 대한 믿음과 새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또, “새로운 정치를 통해서 우리 국민들의 삶을 걱정하고 우리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실천을 통해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안철수만이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 혼자다, 제 옆자리에서 안철수와 함께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60년 동안 낡고 국민들을 힘들게만 했던 정치가 아니라 민생을 해결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정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안철수는 서울 노원병 4.24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힐 당시에도 송 의원의 입을 빌렸다. 안철수 역시 송호창에 의지하고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
특히 그가 무소속 의원인 것을 놓고도 노원병 보궐선거 이후 신당창당을 통해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안철수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진다.
이에 안철수와 송호창은 ‘이미 한 배를 탄 인물’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민주통합당 박선숙 전 의원
안철수의 사람으로 알려진 인물에는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해 9월 민주당을 탈당해가며 대선 후보인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었다.
송호창과 마찬가지로 안철수 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그는 당시 서한을 통해 “오랜 시간 고심하는 안 원장을 보면서 그가 국민의 호출에 응답해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고 결심하면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안철수 원장이 내디딘 새로운 정치의 걸음이 정당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거듭나는 출발점이 될 거라 믿는다”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 95년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오랫동안 몸담았던 민주당 후보가 정해진 이 때, 안 원장과 함께 하기로 한 것 저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그의 진심을 믿는다”고 안철수에 대한 굳은 신뢰를 표명했다.
최근 안철수의 입국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는 것과 관련 관계가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지만 언론을 통해 “안 전 교수를 돕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새누리당 김성식 전 의원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전 의원도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직을 함께 맡았다. 이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 출신 인사들의 안 캠프 합류보다 충격으로 다가와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성식은 지난해 10월 안철수 캠프에 합류 기자회견장에서 “작년 12월 무소속 정치 의병을 자임하며 벌판으로 나왔던 저는 이제 안철수와 함께하는 새로운 정치의 작은 홀씨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성 정당들의 독점과 대립으로 얼룩진 낡은 정치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계기는 가까운 장래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지지 이유를 드러냈다.
아울러 “안 후보의 늘 성찰하는 삶의 자세와 미래를 보는 융합적 사고는 민주정치를 제대로 꽃피우고 국정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할 것”이라며 “상식을 기준으로 지금은 분열을 넘어서 국민적 에너지를 미래의 길로 모아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11년 12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면쇄신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태근 전 의원과 함께 탈당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신당창당설에 힘을 싣고 있는 정연정 배제대 교수와 금태섭 변호사 역시 안철수의 사람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대선 안 전 후보 캠프에서 각각 정치혁신포럼 자문위원과 상황실장을 맡았다.
´안철수호´ 성공 위해선 문재인·손학규를…
안철수의 당선이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안철수 신당이 성공의 길로 갈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공을 거두려면 거물급 인사들이 신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야권 단일화를 이루며 안철수에게 큰 빚(?)을 지게 됐다. 이에 문재인은 자신이 당선된다는 근거로 안철수와 함께 '국민연대'라는 신당을 창당키로 했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야권은 패배했다. 그럼에도 문재인이 그 약속을 지키고 안철수와 협력한다면 야권의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대선 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문재인은 3월 28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장준하 선생의 분향소에서 "안철수 후보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며 안철수의 재보선 출마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대선에서 안철수의 양보를 "큰 신세"라고 표현하며 "안철수 후보가 잘 되는 것이 야권 전체에도 도움이 되고 민주당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 대해 민주통합당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와 문재인, 모두 변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의원은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할 상황"이라며 "안철수 후보도 이번 선거를 통해 뭔가 정치적으로 새로운 방향을 잡아야되고 힘을 합쳐가는 연대가 돼야 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힘을 합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현재 민주당의 혁신은 필수가 돼버렸고, 안철수의 국회 입성으로 정계 개편 가능성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야권 전체에 도움'을 말한 문재인과 새로운 야권 세력을 형성할거로 보이는 안철수가 물리적·화학적 결합이 가능한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
안철수는 대선후보 사퇴 후 손학규를 만났다.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정치권은 이를 '거짓말'이라며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회관 한 분석통은 "두 사람은 예전부터 중도개혁이라는 정체성에서 똑같아 궁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돌지 않났나"라며 "손학규에게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피가 함께 흐르고 있고 안철수도 새누리당과 민주당 이미지를 반반씩 갖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 내 한 인사는 "만약 손학규 같은 분이 혼돈에 빠진 야권을 추스르기 위해 안철수와 함께 야권 재편 작업에 나선다면 의외로 안철수 신당이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며 안철수호 성공의 키로 손학규를 꼽기도 했다.
안철수 신당에는 손학규같이 비노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손학규의 정치경험과 안철수의 '새로움'의 이미지는 상부상조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 중이던 손학규가 4월 재보선 전으로 일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철수-손학규 연대설'이 대선 당시에 이어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이에 두 사람은 연대설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지만, 안철수호가 출범한다면 둘의 결합에 대한 이야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도동계, 문재인에 이어 안철수도 지지할까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지지에 나섰던 상도동계의 일부 인사들이 다시 안철수를 지지하고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부소장은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을 비판하며 사실상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이랬던 김 전 부소장은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철수가 이번 재보선에 출마한 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안철수가 지난 대선 당시 야권 통합을 위해 나름 양보한 만큼 이번엔 안철수가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당시 아무런 조직과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출마했지만 대선판을 흔들 정도의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다 이번 ‘노원병’ 지역구 출마를 앞두고는 정치에 대한 뜻을 분명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김 전 부소장은 이날 “안철수는 민주당과는 지향하는 바가 달라 궤적을 같이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새로운 세력, 중도세력을 아우르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실상 안철수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현재 내부 분열 모습 등을 보이며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오는 5.4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를 뽑으려고 하고 있지만 그다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나 보는 정당'이라는 지적이 따갑다.
이런 이유로 '제3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은 아직 살아있다.
김 전 부소장은 "안철수가 새로운 깃발을 들고 나타나면 동조하는 사람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안철수가 정당을 떠나 동조자들을 충분히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나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면 지난 대선과는 판이하게 다른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의 현재 정치적 위상이 지난 대선 때에 비해 낮아졌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기대감이 대선에 비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재보궐 선거 승리로 국회에 입성하게 돼 기대감이 일정부분 충족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 회장
YS의 최측근이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 회장은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신당이 나오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 새로운 개혁을 착실하게 시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그러면서도 "지금의 민주정치 문화는 좀 아쉽다"면서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민주정치 문화를 전달 할 수 있는 정당이 탄생한다면 마음으로라도 후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안철수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문화 창출을 위해서 희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확실하게 실천 한다면 국민과 역사로부터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노 전 회장은 특히 지난 대선때 문재인과 안철수 관계를 과거 YS-DJ 관계와 비교, 회상하면서 서로 많이 희생하고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면서 “마음을 비우면 모두에게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을 테고 큰 보람이 안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에겐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