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치 50년 史>"김대중 정계은퇴 선언해도 믿는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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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치 50년 史>"김대중 정계은퇴 선언해도 믿는 사람 없어"
  • 노병구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6.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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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노태우 당선과 김대중 몰락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노병구 자유기고가)

통일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

김영삼 자신이 희생할 각오로 달래고 사정하고 유리한 조건을 모두 맞춰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단일화를 이루려고 제의했는데도 김대중은 ‘4자필승론’이라는 괴변을 늘어놨다. 김영삼도 이제 구경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1987년 11월9일 9시 세종문화회관 별관(전 국회의사당)에서 통일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 임시 전당대회를 열었다.
당시 전당대회 의장 유제연 의원과 부의장 김득수 의원은 본래 김대중 계 출신들이어서 두 사람 모두 탈당해 김대중이 만드는 평민당으로 가고 의장단에는 홀로 남은 내가 전당대회 소집권자가 됐다. 전당대회 당일 새로운 의장에 황명수 의원과 또한 부의장에 문부식 의원을 선출하고, 황명수 의장이 만장일치로 김영삼을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것을 선포했다.

특히 이날 전두환이 하극상 사건을 일으켜 하루아침에 육군 참모총장에서  이등병으로 강등돼 오랫동안 옥고를 치룬 정승화 대장이 통일민주당에 입당해 단상에 마련된 의장석에 나와 함께 나란히 앉아 김영삼 대통령 후보수락 연설을 들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기어이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며, 필승을 다짐하자는 정승화 대장의 찬조연설은 우리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고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 사흘 뒤인 11월12일 김대중도 평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돼 김대중 필승의 전략이라는 4자가 모두 대통령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다.

노태우 후보의 당선과 김대중의 몰락

김대중과 호남인의 결속은 다른 지역 사람들을 자극해 대통령선거가 완전한 지역싸움으로 변했다. 국가도 국민도 안중에 없이 어느 향우회가 이기느냐의 싸움으로 변질돼 지역이 다르면 원수처럼 반목하고 질시해 옳고 그름이 없어진 한심한 선거판이 되고 말았다.

내가 김영삼 대통령 후보 선거책임을 맡은 광명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고향이 부산이나 경남사람들은 김영삼 후보를 선호하여 비교적 수월했지만 그 수가 가장 적었다. 대구 경북출신은 노태우를 지지하고, 충청은 김종필에게 쏠렸다. 호남인의 수가 절대적 우위에 있던 광명시에서, 산술적 계산으로는 김대중이 절대적 우세로 달렸다. 노태우는 경북인의 지지와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유권자들을 끌어들였고, 많은 충청인들은 김종필 쪽으로 밀려갔다. 다행이 나의 고향이 충북 보은이어서 충청인 임을 내세웠다.

어차피 김종필은 후보자 넷 중에 꼴찌일 텐데 고귀한 한 표를 사표로 만들어서야 되겠느냐고 설득했다. 많은 충청인들의 표를 모을 수가 있었다.

선거도중 김대중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다녔지만 그는 김영삼 후보에게도 밀려 3등으로 몰락하고, 그의 4자필승론은 바로 노태우 당선이라는 것을 증명시켰다. 결국 4자필승론은 4자필패론이 되었고, 실질적으로는 군정에 민주화의 옷을 입히는 꼴이 됐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젊었을 때부터 여러 번 대변인, 원내총무의 경선을 비롯해 숙명적으로 경쟁관계로 살아 왔지만 1970년 9월28일에 있었던 제7대 대통령 신민당 대통령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제외하면 김대중은 김영삼과의 경쟁에서 연전 연패였다.

김대중의 처신은 역시 연구 대상이다

김대중은 호남 민주항쟁의 가해자인 노태우로부터 부당한 돈 20억 원+α를 받았다가 탄로 나게 되자 비로소 “내가 노태우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어설프게 실토했다.

정상적인 양심의 소유자라면 돈에 환장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노태우에게서 어떻게 돈을 받을 수가 있나? 역시 그는 늘 진실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했다. 그의 말과 행동은 참으로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김대중은 늘 진실하고 당당한 김영삼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김대중의 정계은퇴론도 아무도 믿는 이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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