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안철수 의원에 대한 주제는 언제나 화두다.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엎어줄 난세의 영웅으로 안철수를 꼽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무려 21.5%를 기록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같은 조건에서 17.0%밖에 지지를 받지 못했다. 대체 무엇이 안철수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높이는 건지 각계에 물었다.
제2당 될 수도… vs 기존 정당 위기 없어
지지 세력의 결집 위해 정치적 철학 보여줄 필요 있다
가장 먼저 학계에 안철수 신당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질문했다. 김학량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여론조사대로 신당이 출범한다면 새누리당에 이어 제2당이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자들이 대부분 기성 정치에 반발하는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진보나 보수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이 나와서 정치를 해주길 바라는 30~40%의 유권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유권자들의 결집력이 기존 정당보다 떨어져 전략과 지지자들의 그룹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철학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안도 충분히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편으로 안철수 신당이 오히려 정치 판세를 바꾸는데 역효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역사적으로 정권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사례가 한 번도 없다는 것이 정치의 정설이다. 새 정권 초기에는 이전 정권의 심판이나 비리 등을 이용,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해 지지율을 얻는다.
정권 중간 시기가 되면 높은 지지에도 불구, 그간 이익을 돌려받지 못한 국민들이 여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이에 지방선거 등 중간선거에서 야당이 승리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지지자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1/3가량이 새누리당, 2/3는 민주당이라 중간선거에서 야당으로 상당수 흘러드는 표심을 분산·흡수해버려 여야 세력 교체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철수 의원 측은 출범부터 기존 정치 세력과 선을 긋고 있어 민주당과의 연합마저도 쉽지 않아 오히려 새누리당에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속이 천근만근 민주당, 엄살쟁이 새누리당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은 “안철수 의원의 파괴력은 당초 염려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상당히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내년 6월의 선거를 지금 미리 예단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 막 입성한 무렵 “경험이 없고 현장에 와서 보지 않으면 입당을 하는 게 옳은지 창당을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절대 판단이 옳게 나올 수가 없다”고 발언한 것과 달리 상당히 조심스러워진 분위기라 민주당 내부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 안철수 신당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 국회상에 대한 국민 기대와 바람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양당제의 위기까지 대두하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해 민주당과의 대치 국면에서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세력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평가는 무리, 막연한 기대감뿐… '한목소리'
경제계와 노동계는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아직 드러난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신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용옥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신당 창당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나 관련 정책이 아직 발의된 것이 없어 평가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업에 대한 배려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만 아직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역시 신당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당 집단도 아니고 다양한 정치적 선호가 있는데 의원에 대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반면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야당의 힘이 많이 분산된 상황에 신당이 창당된다고 해서 지난해 대선에서처럼 국민적인 기대감을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이나 문제가 무엇인지 이미 다 알고 있고 당장 눈앞의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한데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의문”이라 강조했다.
그는 “그래도 안 의원이 양극화를 해소하고 분배 정의도 실현하는 등 좀 더 바람직하고 건강한 평등복지국가를 지향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신당, 안철수의 생각은 대체…?
마지막으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해 대한민국 어버이연합과 청년 유니온에 의견을 요청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안철수 의원은 신당을 창당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서 “안철수 신당은 거품”이라고 주장했다. “어차피 기존 정당에서 공천받지 못한 사람들이 신당으로 달려갈 텐데 기존 정치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모두 다 거기서 거기”라고 평가했다.
과거 본인의 안위만 생각했던 철새 정치인의 행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지금까지 뭘 했느냐고 반문했다.
추 사무총장은 오히려 기존 정치인들이 안 의원의 새 정치가 뭐냐고 기웃거리는 것 때문에 그가 고평가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을 향해 차세대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는데 그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알리고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사무총장은 “가장 현실적인 것은 안철수 신당을 논하기 전에 기존 정치인들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서민을 위한다는 한가지 뜻으로 모여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유니온은 신당 창당에 대한 정보가 없어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정리된 입장이 없음을 밝혔다.
대부분 단체가 안철수 신당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 안 의원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 이유다. 안 의원은 배지를 단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발언권이 30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굴 속에서 사색에 빠져 지내는 것은 실망감만 더 짙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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