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14)>˝무슨소리야, 적화통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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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14)>˝무슨소리야, 적화통일이라니˝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2.11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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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본회의 발언 준비도 면책 대상

장기욱 변호사 : 국시 논쟁과 관련해서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분단과 통일, 그리고 민족주의>라는 제목으로 서울대 이홍구 교수 외 4인이 공저한 책 12페이지에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불과 3년 후에는 세계 만방이 다같이 참여하는 올림픽을 주최하는 우리나라가 반공을 국시로 삼는 듯한 자세를 고집한다면 이는 정녕 시대적 요청에 적절히 부응하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같은 기술이 있음을 첨언하면서 본안 전 항변에 대해 몇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첫째, 발언 전에 원고를 배포한 행위는 본 회의에서의 발언과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라는 것입니다. 1972년 미국 그래블 사건에 관한 연방지법 및 대법원의 판결은 본회의 발언에 필수적인 부분을 이루는 행위 역시 면책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본 회의에서 범죄 행위를 불문에 붙인다는 뜻은 그러한 행위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국가 권력은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인 것입니다.

1962년 일본에서 있었던 제1차 국회 난투 사건에 대한 판례도 이 취지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당시 동경지방재판소는 ‘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하기 위하여 당연히 그 수단 전제가 되는 행위, 그리고 그 대상 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행위 역시 면책특권에 해당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러한 외국의 판례는 극히 적정해서 우리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생각 됩니다.

면책특권은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가진 국회의원을 정부의 부당한 탄압간섭으로부터 보호하자는 데 그 뜻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언론 자유 즉 정부 비판 발언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회의 발언을 준비하기 위한 행위도 당연히 면책의 대상이 된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전 준비 행위 없이 본 회의 발언이란 나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면책특권에 해당되는 준비 행위에 대한 기소는 부적법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관련되는 행위를 기소할 때에는 국회의 고발이 있어야 한다는 게 유력한 설입니다. 이것은 삼권분립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국회의 고발이 없었음에도 행정권력이 정권용으로 사건화시키기 위해서 수사권을 먼저 발동시켰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회의 고발이 있어야 할 사건에 국회의 고발이 없었다는 점에서 역시 공소의 제기는 불가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명윤 변호사 :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라는 것은 국회 내에서 발언한 것뿐만 아니라 거기에 부수되는 모든 행위도 면책이 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일 국회에서 발언을 하는데 오늘밤 꼬박 원고를 썼다면, 내일의 발언만이 면책이 되고 오늘 밤 원고 쓴 행위는 면책이 안 된다는 이런 논리가 어디 있습니까. 이건 쉽게 말해서 의사당 안에선 즉흥 연설만 해야한다. 이런 얘깁니다. 말이 안되는 얘기예요.

재판장 : 다른 변호사님들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 더 하실 말씀 없습니까. 검찰측에서는 지난번의 국시 문제에 대해 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정민수 검사 : 말씀드리겠습니다. 변호인들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법정이라는 곳은 당사자인 검사와 피고인 측이 각자의 주장을 개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여 재판부로부터 법률적 판단을 얻어내는 곳이지, 어떤 추상적 개념에 대한 논쟁을 전개하는 학술 세미나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소장에 기재된 국시란 용어는 검찰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고 피고인의 주장 내용을 인용한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 구체적인 의미의 내용은 검사의 조사 과정이나 변호인 반대 신문 과정에서 피고인이 그 구체적인 의미 내용을 밝혀서 진술하면 족한 것이지, 검사가 공판 심리 전에 그 의미를 석명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9) 국시 세미나라면 밝힐 용의 있다.

이때 방청객에서 “무슨소리야. 검사가 그렇게 공소했잖아.” “당장 몰아내” 등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3차 공판부터 지원 나온 고영주 검사가 일어섰다.

“재판장님, 이런 분위기에서는 재판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 거친 야유가 중구난방으로 튀어나왔다. 정 검사가 “이곳이 법정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학술 세미나에 참석할 용의가 있다”고 하자 방청석은 “검사가 자신있게 해야지” 라고 받았다.

목요상 변호사 : 변호인단이 석명을 구하는 것은 검찰에 대해서 토론을 하자고 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공소장 서두에 보면 마치 우리나라 국시가 반공인 것처럼 전제를 해서 ‘국시가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한 유 의원의 발언이 국가보안법 7조에 저촉된다고 공소 제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검사는 국시를 뭐라고 보고 유 의원의 발언을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고 한 것인지, 그걸 묻는 겁니다. 그게 어떻게 토론하자고 하는 겁니까.

홍영기 변호사 : 토론을 벌이지 말자고 하는데 전혀 동감입니다. 실정법을 갖고 한 번 따져 봅시다. 우리나라 기본법이 헌법인 것은 사실입니다. 전문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하여……’ 또 그것뿐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지위 책무를 규정한 헌법 제38조 3항에 보면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되어있습니다. 이게 국시가 아닌데 어떻게 평화적 통일 얘기가 헌법 전문에 나오고 대통령의 직무로 정할 수 있습니까.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슨소리야, 적화 통일이라니

고영주 검사가 나섰다. “변호인께서 헌법을 해석하는 데 있어 헌법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것이 적화통일도 포함한다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변호인단이 발끈했다. 김명윤 변호사가 일어났다.

“좋습니다. 적화 통일이 아닙니다. 유성환 의원! 적화 통일입니까. 일어나서 대답하세요. 무슨소리야 적화 통일이라니.”

변호인 측에선 검찰의 발언이 모욕이 된다고 항의했다. 재판장은 법정이 시장바닥같이 시끄러워지자 방청객들이 너무 소란을 피우면 부득이 방청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위엄 있게 경고한 뒤 변호인과 검찰 양측에 표현을 점잖게 하고 가급적 법률 용어를 써 줄것을 촉구했다. 3차 공판은 체포동의 절차에 대한 장기욱 변호사의 보충 설명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 13대 국회의원 선거 때 모측에 의해 파괴된 나의 선거운동용 차량들 (1988) (빨갱이 차라고 악선전…파괴.)

 “국회법 93조에 보면 발언 계속의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발언하는 도중에 중단이 되면 그 다음 의사가 개시되었을 때 발언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유 의원은 발언 도중 민정당 의원들이 소란을 피워 발언이 중단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당연히 나머지 발언을 해야만 유 의원이 결국 자유민주주의자이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갈구하는 강한 통일 염원의 소유자라는 것이 부각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 의원은 그 이후의 발언이 제지됨으로써, 국회법에 규정된 그러한 권리를 침해당했으며, 검찰의 지휘를 받은 경찰에 의해 집에서 연금당해 있는 동안 앞서 말씀드린 대로의 체포동의가 이뤄진 것입니다. 따라서 유 의원 체포 절차의 무효 내지는 부존재의 주장을 함에 있어서 그가 국회법에 보장받고 있는 발언 계속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점 한가지를 첨가해서 말씀드립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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