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방송가 스태프 처우에 朴, 관심 기울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사례1.
중국 베이징에 살고있는 서민효(가명)씨는 요즘 친구와 약속 장소를 한국식 치킨집으로 정한다. "눈 오는 날에는, 치킨에 맥주인데…."
한국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한 대사 때문이다. 서 씨는 친구와 천송이처럼 '치맥'을 즐긴 후 웨이보에 자랑 '인증샷'을 올렸다. 사진을 본 서 씨의 친구들은 "부럽다"며 댓글을 남겼고, '치킨 인증샷'을 다른 곳으로 퍼날랐다. 서 씨와 같이 중국 SNS 웨이보에 '치킨 인증샷'을 올린 수는 370 만 개에 달한다.
#사례2.
중국 푸젠성 샤먼시의 한 화장품 공장의 공장장인 왕동명(가명)씨는 고민이다. 별그대 마지막회를 보기위해 휴가를 낸 직원이 53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별그대가 방영하는 동안 대부분의 직원들이 드라마 얘기만 했다.
왕 씨는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저리들 난리일까'라는 생각에 별그대를 정주행(처음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보는 것)했다. 별그대를 본 왕 씨는 누구보다 드라마에 빠지게 됐다. 별그대 마지막 방송 땐 왕 씨가 자처해서 공장을 휴일로 정해 공장 사람들은 마지막회를 집에서 볼 수 있었다.
중국은 별그대 열풍에 빠졌다. 별그대는 중국 사람들에게 '치맥 문화'를 단번에 만들어줬고, 돌아가던 공장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드라마 배경이 된 곳은 순식간에 인기 여행지가 됐다.
중국 사람들은 별그대 주연인 전지현 씨와 김수현 씨에게 열광하며 이들이 광고하는 제품 매출을 급격하게 올려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수현 씨가 광고 중인 제빵업체 중국 지점에서 매출이 많게는 50% 이상, 적게는 30% 이상 올랐다고 한다.
별그대를 그저 하나의 드라마로 볼 수 있을까. 별그대는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심어준 '문화 핵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별그대'가 중국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별그대 같은 드라마나 영화, 즉 '한류 콘텐츠'가 모여 중국과 다른 나라에게 한국 문화를 심어줄 수 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요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다시말해, '한류 콘텐츠'는 우리나라 국가 동력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한류는 대박인데, 정작 만드는 사람들은 '찬밥신세'
'한류 콘텐츠'는 인기몰이로 화려하게만 보이지만, 그에 반해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드라마를 비롯해 방송이나 영화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스테프들의 처우는 노동 강도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것.
지난해 영화산업협력위원회가 '영화스태프 팀장급 이하의 연봉'을 조사한 결과, 연 평균 916만 원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산재보험, 고용보험 가입률도 낮다고 알렸다.
<시사오늘>은 1일 영화와 방송 업계에서 7년 째 스테프로 일하고 있는 이모 조연출에게 열악한 현실을 들어봤다.
"최저임금만 되도 행복하겠어요. 보통 우리 조연출이 처음 일할 땐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해요. 그거 벌어서 생활하는 것도 힘들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요. 노동강도는 정말 말도 못하게 힘들고요. 드라마 한 번 들어가면 5~6개월 동안 잠 못 잔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렇게 힘들고 월급도 박봉인데, 가끔씩 돈이 안 들어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정말 너무하죠.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일했는데, 몇 달 씩 밀리면 정말 허탈해요.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이모 조연출의 흔들리는 목소리에서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힘들어도 떠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를 밝혔다.
"찍을 땐 정말 힘든데, 막상 다 찍고 난 다음 결과물을 보면 보람차죠. 그 마음은 만들어 본 사람만 알 거예요. '이걸 내가 만들었다'는 그 뿌듯함 때문에 이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만든 자식같은 결과물이, 사람들한테 인기 많고 하면 내가 인정받는 그런 기분이예요. 그런 보람 때문에 열악하고 힘들어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죠."
열정은 노동이 됐고, 노동은 착취가 됐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열악한 스태프 처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도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지난해 <시사오늘>과 만난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은 SBS 드라마 PD 시절을 회상하며 제작 환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현재 스태프들의 처우는 참 열악하다. 애가 아픈데, 병원 갈 돈이 없어서 끙끙거리는 스태프도 본 적이 있다. 가슴이 아팠다. 국회의원이 되서 그런 열악한 처우를 없애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에, 드라마 제작 환경을 보여준 적 있다. 자세하게 질문하고 둘러보더니 당선 이후에 취임식 때 스태프들 다 부르더라. 난 신경도 못 쓰고 있었는데 말이다."
'한류'가 '반한류'되서 돌아온 사연? 인기몰이 유지 위해선 '콘텐츠 질' 높여야
별그대가 인기몰이를 하기 약 10년 전 '겨울연가'로 배용준 씨는 일본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욘사마'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일본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인기를 끌었던 배 씨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하지만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드라마들은 '겨울연가'를 뛰어넘는 대박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에선 오히려 '한류' 열풍이 '반한류' 열풍으로 변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 중국에서 불어닥친 별그대 열풍도 언젠간 식기 마련이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한류 콘텐츠가 단순한 열풍으로 스치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탄탄한 기반이 형성되야 국가경쟁력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콘텐츠 질을 높이기 위해선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면서 "지금과같은 '쪽대본 시스템'으로, 드라마 녹화가 시작되면 잘 시간도 없이 바쁜 스태프들이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리 만무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스태프들 처우 개선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게 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꺼려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밖에 드라마를 만들 수 밖에 없고, 처우 개선도 뒤로 밀리게 된다"며 "결국 우리들도 다 알고 있지만 할 수 없다고 판단돼 그냥 되풀이만 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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