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상길 기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로 정점을 찍은 한류 열풍이 사그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너무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아이템을 선정, 뻔한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으며 같은 소재의 반복이 왕왕 있어 해외 팬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SI와 셜록 홈즈,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전문 드라마 또는 시리즈물을 시도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류 열풍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①'한류=돈?'…이해타산적인 접근 피해야
"문화가 상품화되면서 정서적인 측면을 굉장히 많이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표적인 예를 꼽으라고 하면 음악을 들 수 있는데요. 음악적으로 본다고 한다면 수출용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또 (해외 팬들에게) 바로 반응시키기 위해서 멜로디를 실종시키고 비트 중심으로 간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리듬 중심으로 음악이 움직이는 거죠."
"그리고 저쪽(해외 팬들에게는)에서는 언어가 해석되지 않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비주얼이 좀 더 강화된 형태로서 계속해서 나간다는 거예요. 자극적인 비주얼 한류 상품으로 만들어낸다는 거죠. 대표적인 게 걸그룹과 보이그룹일 수 있는데, 이 부분들은 어떻게 보면 소비성 상품으로 볼 수 있어요. 과거에 비해서 한 곡당 또는 한 그룹의 라이프 사이클이 굉장히 짧아졌어요."
우선 한류를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는 것이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문화 콘텐츠가 소비성 상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욘사마' 열풍을 일으킨 일본에서의 겨울연가는 일본 40~50대 층이 브라운관에서 방영되길 원했던 소재였다. 중년층이 꿈꿔 왔던, 그리고 경험했던 정서가 가슴을 파고든 것이 성공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최근 일본으로 수출된 한류 드라마는 <직장의 신>, <수상한 가정부>, <여왕의 교실> 등 이미 그곳에서 방영됐던 작품에 대한 재해석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에 식상함까지 더해진 것이다. '돈' 될만한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콘텐츠를 생성하려 하니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이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성기 시절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관계자는 한국 연예인 팬미팅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 일본 에이전트나 기획사의 러브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0년부터 방영하던 한국 드라마 전문 프로그램 '한류 셀렉트'가 폐지되면서 드라마 편성이 중단됐다.
K-POP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확고히 자리잡아 놨던 일부 아이돌 스타들을 제외하고는 매출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한류를 산업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한 것에도 문제가 있지만 여기에 한류를 혐오하는 기류가 발생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 '뻔한 스토리'…시리즈물 흥행 실패 두려움 없애야
"한국 드라마가 직업 드라마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거의 다 러브스토리를 중심 테마로 놓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은 식상함의 시기가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데 있어요. 결국은 판에 박힌 전개 방식 자체가 이후에 한국 드라마에 지속적으로 로열티를 갖게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일 수 있는 거죠."
"내부적으로 얘기해본다면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시즌제가 확립이 안 돼요. 미국이라든지 유럽에서의 드라마가 시즌제가 될 수 있는 건 직업 드라마이기 때문이거든요. CSI 라든지 셜록도 그렇고 하우스 오브 카드도 그렇고요."
"그런 드라마들이 왜 시즌제로 갈 수 있냐하면 그것이 직업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즌 1·2·3·4로 확장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러브 스토리를 중심에 놓은 드라마들은 '두 남녀가 만난다-갈등한다-사랑에 빠졌다-결혼한다' 그 이상의 전개가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니까 시즌제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없는 거죠. 그런 면에서 같은 소재가 반복됐을 때 한류에 대한 식상함이라든지 소재의 동일성에 대한 피로감은 급격히 빠르게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뻔한 스토리 전개 방식이다. 김태훈은 대표적인 예로 러브스토리를 꼽았다.
한국 드라마 전개는 러브스토리로 시작해 러브스토리로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내 한국 드라마 현황 및 발전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중국 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킨 '겨울연가'와 '대장금' 등은 2006년을 기점으로 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잃었다.
이는 진흥원이 발표한 '2005-2011 콘텐츠 산업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드라마 계약총액은 2005년 931만 달러(한화 약 105억 원)이었지만 이듬해 798만 달러(90억 4000만 원), 2007년 529만달러(60억여 원)까지 감소했다.
보고서는 한류 열풍 감소 원인으로 한국 드라마 특유의 뻔한 스토리 전개를 꼽았다. 남녀 두 쌍으로 이뤄지는 배우들의 설정과 운명적인 만남, 이별 등 비슷하게 전개되는 유형의 드라마가 식상함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중국 드라마 시장의 변화와 방송 플랫폼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드라마의 진부한 소재와 느린 스토리 전개는 중국 대중이 미국 드라마나 태국 드라마로 옮겨타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이에 대해 김태훈은 지금과 같은 한류 코드는 해외 팬들로 하여금 소재의 동일성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며 시리즈물 또는 시즌제 드라마를 시도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③'문화=산업' 편견 깨야
"제가 생각하는 건 그런 겁니다. 문화가 사람이긴 합니다만 사람이 될 수는 있습니다만 산업이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한류라는 단어 하나에 너무 산업적인 논리만을 들이댄 나머지 지금 문화 쪽이 굉장히 정서적으로 척박해져 있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살기 위한 상품을 만드는 순간 문화가 원래 줘야 할 어떤 양질의 콘텐츠 같은 것들은 사라지게 돼요. 빨리 공장에서 찍어내고 좀 더 자극적인 것들만이 강화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특히 음악 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수많은 걸그룹이 배출되고 있고 그들이 스톡을 내고는 있지만 남는 음악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요.
결국 이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음악 팬들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효과들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음악을 더이상 사지 않는 형태가 될 것이고요. 왜냐하면 음악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는데 누가 음악을 사겠어요? 두고두고 음미할 수 없는 음악은 아무도 구매하지 않을 것이거든요."
"이것은 말하자면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인데, 예전에 우리나라에 그런 경우가 많았죠? 음반 시장에서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 컴필레이션 음반이 범람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결국 그게 음반 시장을 몰락시켰거든요? 아티스트 중심, 앨범 중심의 음악을 소비했던 대중이 히트곡 중심으로 가서 히트곡들이 담긴 컴필레이션 음반을 사기 시작하니까 더이상 음악을 깊게 듣는 사람이 있거나 스타가 되는 아티스트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점점 패션화되고 그것도 경쟁이 붙어서 시리즈로 나오다 보니까 음반 산업은 몰락하게 됐어요. 그런 경우가 지금 MP3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는 거죠."
김태훈은 한류 열풍이 지속되려면 '문화=산업'이라는 식의 편견을 깨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편적인 주제보다는 해외 팬들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시기의 드라마 전개 방식을 가지고서는 몇 년 안에 분명히 위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 발 더 앞서 가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 시장에서 아직 제작이라든지 방영되지 않은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눈길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리즈류를 한 번 성공하게 되면 계속해서 시즌 2, 시즌 3까지 넘겨줄 수 있는 시즌제 드라마를 국내에서 실험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태훈은 CSI 같은 경우도 초반의 인기를 굉장히 끌고 난 뒤 지금 시즌이 10회가 넘어가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발성 소재로 드라마 성공 여부를 정하지 말고 시즌 2, 시즌 3, 시즌 4 까지 계속 일정한 기간 그쪽 시장에 안정적으로 상품을 전달해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