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2014년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리는 해다. 6월4일로 예정된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합당으로 참전을 예고하며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YS가 지방선거를 30년 만에 부활시켜 1995년 제1회 선거가 치러진 이래, 지방선거는 한국 지방자치제의 핵심으로 자리해 왔다. 또한 수많은 정치인들의 등용문으로, 이명박, 이인제, 손학규 등이 지방선거를 발판삼아 대권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수많은 인재들이 지역의 대표 자리를 걸고 펼쳐온 다섯 차례에 걸친 선거대전. <시사오늘>이 그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 지난 지방선거를 되짚어 봤다. 네 번째 동시지방선거가 열렸던 2006년으로 들어가 봤다. <편집자 주>
2006년 6월, 청와대의 분위기는 우울했다.
집권 4년차,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2%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다. 지난 5‧31 지방선거는 여당의 존립을 뒤흔든 참패였다. 2006년 지방선거의 정권심판론은 열린우리당에 ‘최후의 심판’이었다.
서울에서 강금실-오세훈이 이미지 전쟁을 벌이고 있던 시기, 지방 정가는 정권심판론과 야권의 분열로 술렁이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여러 비판에 직면하며 레임덕을 겪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잘 못했다’는 여론이(66.5%)이 ‘잘했다’(23.5%)는 평가를 압도했다. 정권심판론이 강력한 태풍을 몰고 왔다.
정부에 대한 비난만큼이나 여당에 대한 불신도 깊었다. 2006년 5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15.1%에 불과했다. 한나라당(44.8%)의 1/3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다급해진 여당은 5월 25일 비상총회를 열고 ‘(야당의)싹쓸이만은 막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한다. 정동영 대표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할 전망”이라며 “평화민주개혁 세력이 와해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좀처럼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지 못하자 민주당 간판을 지켰던 잔류세력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창당과 함께 일선에서 배제됐던 과거 새천년민주당 인사들은 호남공략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현역 단체장인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를 내세우며 자신감을 보였다.
동교동계의 거물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5월 16일 호남지역 공천장 수여식에서 ”내가 준 공천장은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시켰다“며 “민주당은 이번 5·31선거에서 기필코 승리할 것이며,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예상보다 더 나쁜 참패, 열린우리당의 몰락
'無能정권에 대한 염증, 분노로 번져' <조선일보>(2006.6.1.)
'민심은 盧 정권을 떠났다' <경향신문>(2006.6.1.)
'與 선거사상 최악의 참패' <동아일보>(2006.6.1.)
이처럼 선거 다음날 신문의 헤드라인들이 말해주듯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단 한곳을 얻는데 그치며 참패를 당한다. 충격에 빠진 청와대는 대책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16개 광역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은 김완주 후보가 전북지사에 당선되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을 뿐, 서울,경기,인천을 비롯해 12개를 모두 한나라당에 내줬다.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에서 승리했으며 제주는 무소속 김태환 전 지사가 당선됐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서울시에선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25개 구청장과 시의원 96석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표는 선거 직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열린우리당은 김근태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으나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통합 민주신당에 흡수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차기 대선까지 여파…박근혜 vs 이명박 구도
한편 2002년 총선에 이어 2006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으며 여권의 대권주자 급으로 자리매김한다.
2006년 5월 20일 박 대표는 서울시장에 나선 오세훈 후보를 지원유세 하던 도중 흉기로 피습당하는 사건을 겪었다. 박 대표는 이 ‘피습사건’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권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대권후보는 박 대표와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미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양자구도로 재편됐다.
일찍부터 둘 중 이기는 사람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2006년 지방선거의 결과로 2007 대선은 이미 사실상 야당의 승리가 예견된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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