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황창규 KT 회장의 '삼성 인사 앉히기'가 대규모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27일 취임과 함께 임원 27%를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그의 통보 칼날에 3분의 1에 이르는 이석채 전 회장 사람들 상당수가 자리를 비웠다.
지난해 12월 말 자진 사임한 정성복 KT부회장을 비롯해 성극제·이현락 사외이사, 김일영 그룹 코퍼레이트 센터장, 김홍진 G&E(글로벌&엔터프라이즈) 부문장, MBC 출신 윤정식 CR본부장,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 오 전 시장 동생인 오세현 전무 등이 회사를 떠났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 그는 또 한 번 대량 해임을 통보해 BC카드, 스카이라이프, KT렌탈, KT파워텔 등 주요 10개 계열사 대표들이 옷을 벗었다.
연이은 대량 해고는 조직개혁이란 명분하에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KT는 8300여 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체 직원의 26%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 중 일부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신청이 수리될 전망이다.
문제는 황 회장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삼성식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며, 상시 구조조정하고 2년 이상 고과 F 받으면 권고사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정례화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황 회장은 구조조정과 함께 KT 요직에 친분있는 삼성출신 인사들을 임원으로 앉혀 수성(守城)전략을 더욱 공고히 했다.
황 회장은 취임 열흘 만에 KT의 돈가방인 재무실장에 김인회 전 삼성전자 상무에게 맡겼다.
지난 3월 23일 부동산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 사장에 최일성 전 삼성물산 건설부문 상무를 임명했다. 또 3일 뒤 곧바로 KT 계열사인 비씨카드 사장에도 서준희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데리고 오면서 대량의 자금이 흐르는 자리에 모두 삼성 인사를 앉혔다.
지난 4월 8일에는 경영진단센터를 신설하고 최성식 전 삼성화재 자산운용본부장을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경영진단센터는 조직·사업과 자회사에 대한 경영 진단을 맡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팎에서 ‘청와대 낙하산이 아닌 삼성 낙하산이 KT를 장악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관계자는 "황 회장이 추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은 KT 내에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더욱이 삼성출신을 요직에 앉혀 사내 자금줄 틀어잡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원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과연 이런식의 구조조정이 정당한가는 의문이다"고 전했다.
KT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특별명예퇴직은 직원들의 공감대가 이뤄져 기존 노조와 협의한 뒤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임원과 계열사 사장직에 삼성측 인사가 기용된 것은 맞지만 KT그룹 전체로 따져보면 일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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