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1위 원희룡, 나경원에 단일화 주장
‘원-나’ 연합군, 민심에서도 오세훈 압도
오는 4월 29일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을 앞두고, 원희룡 의원과 나경원 의원의 후보단일화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원-나’ 연합군, 민심에서도 오세훈 압도
이러한 원-나 연대설은 지난 4월 9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불법뇌물 수수 자금 의혹이 무죄선고를 받은 이후, 오세훈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이 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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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의원은 지난 4월 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나경원 의원과 서울시장 후보단일화를 할 용의가 있다”며 “여론조사를 하든지 미니경선을 하든지 방법론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검토가 가능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원 의원은 이어 “저나 나 의원이나 이미 출사표를 던지고 경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지방선거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 시키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큰 틀에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를 시민들에게 열어주자”며 단일화 주장을 거듭 밝혔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펼쳐지기도 전에 원 의원이 던진 단일화 카드, 그 이면에는 최근 천안함 치몰, 삼호드림호 납치 등 대형 이슈로 인한 경선흥행 부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한나라당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원 의원이 오 시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자, 나 의원과의 연대를 통한 오세훈 필패론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월간지 <한나라비전>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월드에 의뢰해 지난3월 25~27일 3일간 서울시민과 한나라당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 희룡 의원은 43.8%의 지지율로 24.1%에 그친 오세훈 시장을 두 배 가까운 격차로 따돌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3위는 12.5%를 기록한 나경원 의원이 차지했고, 김충환 의원은 5.2%를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에서 당원과 민심을 60대 40으로 하고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원희룡 의원은 종합득표 34.7%(당심 43.8%, 민심21.1%)를 기록하며, 종합득표 32.4%를 차지한 오세훈 시장(당심 24.1%, 민심 45%)을 2.3%차로 따돌렸다.
나경원 의원은 당심 12.5%, 민심 16.6% 등 종합득표에서 14.1%를 기록, 원-나 후보단일화 카드가 현실화 될 경우, 오세훈 대세론은 흔들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전문업체인 GH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3월 28일 30~40대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나라당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오 시장이 35.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원희룡 의원이 14.6%로 2위를 차지했고,나경원 의원이 14.4%로 3위, 김충환 의원은 1.3%로 4위를 했다.
하지만 눈여겨볼 사항은 현 서울시장 교체론에 무려 55.8%가 찬성했다는 점이다. 이는 분립된 다수, 즉 반(反)오세훈 정서는 연합된 소수에게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결국 원희룡, 나경원 의원이 ‘반(反)오세훈 단일화’를 이룰 경우, 원-나 단일화 카드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의 최대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나라당 서울시장 적합도 4위를 달리고 있는 김충환 의원은 원희룡, 나경원 의원이 연대할 경우 자신은 오세훈 시장과 연대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친이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원-나 의원의 단일화에 맞서 친박 성향의 오 시장과 친박계인 김충환 의원이 막판에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경원 의원, 아직은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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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원은 원 의원의 후보단일화 제안 다음날인 4월 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경선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불쾌한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이는 나 의원의 정책이나 비전 등에 대해 여론에 알릴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원 의원 중심으로 단일화 논의가 흐르는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의원은 이어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있어야 하는데, 천안함 사건으로 보고 들을 기회가 없다”면서 “만약 예정된 수순에 따라서 경선을 한다면 지극히 형식적인 경선이고 하나마나한 경선”이라며 단일화 대신 경선연기를 주장했다.
원 의원 역시 지난 4월 13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는 “나 의원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자신감은 있다. 하지만 누가 후보단일화가 되든지, 당내에서 불고 있는 ‘오 시장의 4년 연장은 안 된다’라는 변화와 혁신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원희룡으로 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며, 한나라당의 본선 경쟁과 새로운 변화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나 의원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막판에 나 의원도 원 의원의 단일화 제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 의원의 경우, 현재 여론으로는 당심과 민심에서 원 의원보다 뒤쳐져있어 단독행보로는 사실상 승리가 어렵다는 점이 그 이유다. 또한 원-나 카드로 40대 기수론을 표방하며 바람몰이에 성공해 오세훈 대세론을 흔들 경우, 한나라당내 젊은 소장파 의원들의 활동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도 단일화 카드를 그냥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어차피 원 의원과 나 의원 모두 경선 막바지에 가면, 오세훈 시장에 비해 열세인 점을 알고 있다. 지금이야 서로 날선 공방을 하고 있지만 경선 종착역에서는 결국 둘이 후보단일화를 통한선거 연대를 할 가능성은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나경원 의원이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현재 지지율만 볼 것이 아니라 지지율 상승추세를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 나경원 의원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지금의 지지율 추세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나경원 의원 측에서는 자신이 후보가 돼 한명숙 총리의 여(女 )-여(女)대결이 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볼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승리를 위한 세력통합 식 정치공학에 대해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선거는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다. 당연히 승리를 위한 수단을 가지고 승부를 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정책적인 연합, 선거연합 또는 연립정부 구성이 일반적 행태다. 이런 연대내지 연합을 야합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며 잘라 말했다.
반면 이남영 전 한국정치학회장은 정치권에서 흔히 벌어지는 세력통합을 위한 연대에 대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연합을 하고 나중에 헤어지는 행태는 옳지 않다”며 “그것은 일종의 자기 정체성의 부정, 즉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는 ‘묻지마식 연대’는 구태의연한 정치공학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같은 대학 동기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면 원 의과 나 의원 간에는 상당한 정책적 이념이 존재한다. 원 의원의 경우 ‘말과 실제행동은 다르다’라는 비판은 받고 있지만, 당내 소장파 리더로서 당내 독자노선을 걷는 등 비주류의 정치행보를 보였다. 반면, 나 의원은 당 대변인 출신답게 되도록 튀는 발언을 삼가고, 당의 의견과 일치된 모습을 보여줬다.
오는 6.2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무상급식 논란에 대해서도 원 의원과 나 의원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원 의원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주장한 반면, 나 의원의 경우 단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양자 간 일종의 정책적, 이념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렇듯 ‘넌 누구냐’라고 하는 정체성을 도외시한 채, 오세훈 대세론을 흔들기 위한 원-나 단일화 카드가 얼마나 주목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원 의원과 나 의원의 단일화에 대한 명분도 분명 존재한다. 양 진영 모두, 오 시장의 지난 4년에 대한 시정을 전시행정이라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오 시장의 4년 연장을 반대한다는 점이다.
<>단일화 카드, 그 위험한 승부수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원 의원과 나 의원의 연대설에서 보듯이 정치인들은 선거 고비마다 단일화 카드를 꺼냈다.
왜 정치인들은 단일화 카드를 선호할까. 그것은 단일화 카드가 한국정치사에서 열세로 보이는 판세를 뒤집는 마지막 마중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의제 설정력이나 여론 주도층이 미약한 후보들 간 연대는 언제나 정가를 뒤흔들었다.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열세를 보였던, DJ는 JP와의 연대를 통해 한국정치 역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한국 민주주의의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지난 2002년 대선에도 노무현-정몽준간 후보단일화는 단숨에 이회창 대세론을 뒤흔들며 결국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후보단일화를 통한 정치연합은 끊임없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유는 묻지마식 세력통합은 야합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자기정체성에 대한 부정이었기 때문.
실제 DJ와 JP는 민주화 투사와 군부세력의 2인자의 연대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대표 간의 후보단일화는 비주류와 주류간의 연대였다.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론 설정된 단일화는 언제나 그렇듯 다시 분열돼 각자의 길을 갔다.
이런 반대를 위한 연대, 그들만의 정치공학에서 국민은 종종 인민의 자기지배라는 민주주의에서 권력자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분명 존재한다.
오는 4월 29일 치러질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이 두 젊은 정치인들은 서로에게 우정과 환대의 공간을 줄 수 있을까.
후보단일화가 아니면 둘 다 공멸이라는 절박한 현실인식과 자기정체성을 지키며 독자노선 사이에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원희룡 의원과 나경원 의원. 피아를 가르는 정파적 헤게모니를 넘어 상생의 소장파 의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들의 행보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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