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9·11 데자뷰?③> 사업 추진 20년…돌아보는 안전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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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 9·11 데자뷰?③> 사업 추진 20년…돌아보는 안전 쟁점
  • 방글기자 박상길 기자
  • 승인 2014.07.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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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안전· 수도권 전략적 요충지 부재 등 여전히 '뜨거운 감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박상길 기자)

▲ 전경ⓒ뉴시스

지난해 4월, LG전자 헬기가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용한 도심 한 가운데서 일어난 어이없는 헬기와의 충돌 사고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롯데그룹은 매일 비행기가 오가는 비행장 옆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나섰다. 서울공항과 불과 6km 거리에 타워를 세우겠다는 것. 매일을 미국 9·11테러의 위험 속에서 버텨야할 제2롯데월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당위성과 성공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2롯데월드는 건립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적으로 △비행안전 △안보 △특혜의혹 △도시경관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

◇쟁점 1-와류난류 발생...서울공항 비행안전 '비상'

세계적으로 항공기가 착륙하는 항로 인근에는 500m 이상의 산이나 초고층 건물이 있는 사례는 없다. 홍콩의 카이탁공항의 경우 주변에 500m 높이의 산이 있었지만, 조종사들이 공항 이전 민원을 제기해 폐쇄됐다. 하지만 555m의 제2롯데월드는 버젓이 공항 인근에 세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 건물이 신축될 경우, 초고층 건물에 부딪치는 바람으로 와류난류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와류난류는 공기가 좌우 다른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며 움직이는 현상이다. 서울공항의 항공기 안전 착륙에 지장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09년 '전산유체역학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실험에서 비슷한 결론이 도출됐었다.지상풍속이 초속 5m라고 가정했을 때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하는 와류난류는 고도 400m 이하, 수평 거리 최소 2km 이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서울 잠실에는 연중 90일 이상 초속 5m 이상의 남서·북서풍이 불며, 성남공항을 지나는 항공기들은 제2롯데월드 신축 예정지 북쪽으로 1.2km 떨어진 지점에서 350~400m 고도로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맑은 날씨라 하더라도 와류난류 때문에 청천난류가 발생하면 조종사들이 예기치 못한 난류 층을 통과하게 돼 심각한 항공안전장애가 유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 건물 높이를 555m로 고집할 경우 성남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항공기 안전 보장을 위해 착륙항로에서 최소한 3~4km 이상 떨어진 곳에 신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건립 전에 불거졌던 내용으로 국내에 초고층 건물이 처음 세워지다 보니 지적된 부분"이라며 "비행안전구역 밖에 건립되고 있으므로 사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쟁점 2-수도권 전략적 요충지 '부재'

성남 공군기지(서울공항)는 유사시 최전방 전투비행단이다. 전시에 공수특전부대가 출격, 서울 이북지역에 물자를 보급하고 공격기와 전투기 폭격 지점을 잡아주는 통제기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피격되거나 파손된 항공기나 연료가 떨어진 비행기 비상착륙등의 역할을 한다.서울공항에서는 군용기의 전술 입·출항 절차가 가능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 입·출항이란 이·착륙 시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이는 전투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종사가 서로를 보호하는 대형을 펴는 것이다. 같은 편대 전투기의 후미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적기의 진입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전시가 되면 비상대기 군용기는 긴급발진 명령을 받아 이륙 직후 적기가 오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성남기지는 서울을 기준으로 동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주전선인 서북부지역으로 향하려면 이륙 직후 즉시 왼쪽으로 급선회해야지만 제2롯데월드가 버티고 서 있다. 비상 출동 전투기는 이 건물을 우회해야 하고 그만큼 긴급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적의 기습에 대비해 보통 전술 대형의 간격은 4000~6000피트(1.3~2Km)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성남기지의 동편 활주로를 동쪽으로 3도 틀더라도 제2롯데월드가 동편 활주로의 중심축 선에서 1.2Km, 서편 활주로의 중심축 선에서는 1.9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전술기의 운용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달랐다. 경공격기는 해상으로 침투하는 적에 대응한 2차 전력이라며 작전 공역 중간에 있는게 좋다고 해서 기지 이전이 이미 검토됐으므로 안보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미국 9·11 테러 사건은 고도와 상관없이 발생한 것 아니냐"며 "사고는 고도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헬기가 제2롯데월드를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쟁점3-신격호 회장 숙원 사업 '물꼬'...특혜 의혹

롯데그룹과 국방부 및 공군은 1988년부터 15년 가까이 제2롯데월드 신축 사업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롯데 측은 관련법상 건축은 적법한 것이므로 국방부과 공군에 비행절차만을 수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국방부와 공군은 비행절차만을 수정하는 것으로는 불가하며, 비행절차뿐만 아니라 안전장비 보강, 활주로 변경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업 방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닥이 잡혔다.

이 대통령이 2009년 9월 주재한 제2차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 검토안이 제기됐고, 롯데는 연말 서울시에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재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롯데는 서울공항 비행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국방부와 협의해 자사 부담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서울시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정부에 행정협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해당사자인 국방부와 롯데는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 3도 변경 및 이에 따른 장비 및 시설물 보완, 서울공항에 배치된 경공격기 KA-1 대대의 원주 이전에 대해서도 합의를 봤다.

사업 진행이 물살을 타게 되면서 제2롯데월드 건립으로 롯데그룹의 연 매출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987년 당시 819억 원에 매입된 시유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2조7472억 원으로 33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에서 정부의 제2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허용은 국가안보 등을 희생하면서까지 특정 재벌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MB정부와 롯데그룹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러모로 의심 가는 부분이 많다"며 "(해당연도)대선에서 롯데호텔은 MB캠프 구내식당으로 이용됐던 걸로 안다. 취임 이후에도 청와대 구내식당이라는 별명이 붙지 않았나. 무단취식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 전후로도 롯데호텔 스위트룸을 마구 드나들었던 걸로 안다. 돈을 냈는지 안 냈는지를 떠나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MB정부 시작 직후, 건축 승인 허가가 난 데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초대형 공사에 어마어마한 안전 진단이 필요함에도 불구, 한 달이 걸리지 않아 용역보고서가 나왔고 비용도 1000~2000만 원 밖에 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속해서 논란이 됐던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안전성 확보가 되느냐’는 진단조차 빠져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공항 주변의 성남시는 관내에 26개의 재개발지역이 있지만 45m 고도제한(아파트 13층 정도 지을 수 있는 높이)에 따른 수익성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와 주민들은 고도제한 완화를 줄곧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제2롯데월드의 신축허용과 비교할 때 이는 성남시와 주민을 차별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은 수익성을 논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 회장은 외국인이 오면 우리나라에서도 보여줄 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제2롯데월드 신축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롯데월드 개발로 엄청난 이익을 환수한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 유통 사업에서 이익은 많이 남지 않는다"며 "사업을 수십년 진행해 온 상황이라 기회비용이 많이 들었다. 근거없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2롯데월드 초고층 건립안이 발표됐을 때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것은 123층 건물 입지에 따른 도시경관 문제였다. 충분한 도시계획적 검토 없이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기존 경관의 틀 파괴 △시각적 차폐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2롯데월드의 외형적 모습인 에펠탑 형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에 프랑스를 연상케 하는 건물을 세운다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에펠탑을 그대로 베낀 전례로는 일본의 도쿄타워가 대표적인데, 이는 1960년대였다며 50년 전 일본의 수준을 답습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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