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상길 기자)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 '싸대기'가 여전하다. 싸대기는 발효주란 뜻이다.
30일 동탄2신도시 건설현장 밖을 비롯해 함바식당 안에서 '싸대기' 흔적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확인해보기 위해 한 건설사 함바식당을 방문했다. 식당 내부는 구매 매점의 느낌을 풍겼다. 식당에서 술판이 벌어진다는 제보를 들은 게 무색할 정도로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니 "딱 한 잔!"이라는 술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인부들이 하나 둘 식당으로 왔다. 이와 함께 곧바로 '싸대기' 현장이 포착됐다. 저녁 식사 시간대가 되면서, 근로자들에게 술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술을 마신 상태로 다시 건설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의 안전이 궁금해져 함바식당을 빠져나와 주위를 둘러봤다.
안전을 강조하는 문구가 새겨진 현장 밖에는 안전모가 먼지위를 뒹굴고 있었고, 공사자재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산업현장에서의 음주로 인한 재해와 관련된 제도 정비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 대표적인 해외건설 국가에서는 술을 마시다가 현장에서 적발되면 현지 경찰한테 몽둥이 찜질을 당하거나 쇠창살 신세를 져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겐 변호사 선임인 ‘미란다 원칙’의 기회도 적용되지 않는 걸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건설현장에서 음주사고를 방지할만한 법적 조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사규 등에는 음주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정이 없다. 건설근로자의 음주재해 예방을 위한 음주 측정기 보급이나 음주작업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하는 것이 전부다.
건설현장과 식당 어디에서도 안전 포스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