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지난해 ‘슈퍼 갑(甲)’의 횡포로 여론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5억 원이라는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피해 대리점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이 자행한 갑질에 비해 공정위의 결단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게 대리점주들의 주장이다. 일부 대리점주는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소할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간 기약 없는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갑의 횡포’로 일궈낸 빛바랜 ‘황제주’
증권가 사상 최고가인 200만 원을 경신하며 ‘황제주’ 대열에 오른 아모레퍼시픽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한 ‘갑의 횡포’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점주와 협의 없이 다른 특약점 또는 직영점으로 이동시킨데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로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액과징금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2005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기존의 특약점에서 타 특약점으로 이동시킨 방문판매원은 2157명이고 직영영업소로 이동시킨 방문판매원은 1325명으로, 총 3482명에 이르는 방문 판매원을 특약점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특약점 또는 직영점으로 이동시켰다.
해당 방문판매원의 직전 3개월 월평균 매출액은 총 81억9800만 원에 달했다.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은 헤라, 설화수 등 자사의 고가 브랜드 화장품을 방문판매 방식으로 파는 전속대리점이다.
특약점은 본래 방문 판매원을 모집·양성하고 방문 판매의 기반을 확대해 판매를 강화할수록 매출 이익이 커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특약점주가 자신과 계약을 맺은 방문판매원이 회사 전략에 따라 일방적으로 다른 대리점으로 옮겨갈 경우 100% 손해를 보게 돼있는 것이다.
특약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일방적인 방문판매원 이동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으며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를 인정, 억대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피해 대리점주들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남양사태’ 당시 남양유업 전·현직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12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고려해 아모레퍼시픽에도 수백억 대 과징금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고 내다본 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판촉물 강매'와 더불어 '물량 밀어내기' 등 남양유업과 아모레퍼시픽의 ‘갑의 횡포’는 판박이 수준으로 닮아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남양사태에 버금가는 갑질을 행했음에도 과징금 5억 원이라는 예상 밖의 처분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봐주기 조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봐주기 말도 안 돼”…부당행위 입증 어려워
이 같은 의혹 제기에 공정위 관계자는 “(봐주기)는 말도 안 돼는 얘기”라며 “아모레퍼시픽의 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발생했을 매출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정액과징금 최고치인 5억 원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양사태와 아모레퍼시픽은 전혀 다르다”며 “피해 대리점주 측이 제기한 '구입 강제(강매)'가 남양과 같은 횡포라고 볼 수 있으나, 조사 결과 이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제시한 합의서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피해 대리점주들은 공정위 결과가 부당하다고 판단, 조만간 내부회의를 거쳐 재소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시사오늘>은 피해 대리점주 재소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측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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