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경쟁력 없다´ 평가…불참 예견된 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현대증권 매각에 범현대家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업이나 '현대'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은 더 이상 현대가문의 가치가 아닌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증권의 예비입찰에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이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이들의 참여를 기대하며 지난 5월 실시한 예비입찰 마감을 3개월이나 미루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업실사가 마무리 단계인 2일 현재까지도 이들 범현대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범 현대가의 정주영 정세영 아들들인 '몽(夢)'그룹은 그동안 이른바 현대의 '부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현대건설이나 녹십자 생명 등 매각대상이 된 범 현대 계열사 인수전에 늦게라도 뛰어들어 모두 거래를 성사시키며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정몽준 회장 역시 2009년과 2010년 외부에 팔려나갔던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를 다시 거둬들였다.
정 명예회장의 조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2008년 만도를 되찾는데는 정몽진 KCC회장의 자금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물밑 작업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
범현대가는 SK에 팔려나간 하이닉스(전 현대전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계열사를 회수한 상태다.
남은 것은 현대증권으로 인수가 성사된 뒤 각각 현대차-HMC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하이투자증권을 키우는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특히 현대차 그룹은 이미 현대카드·캐피탈, 현대라이프 등 금융 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성해놓고 있다. 여기에 현대증권 인수에 따라오는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을 편입하면 금융사업군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현대증권은 자산 3조원이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다양한 투자은행 업무가 가능한데다 HMC투자증권이 자리잡지 못한 해외 사업 영역에도 이미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사업영역 확대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몽’들은 현대증권 매각을 외면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범 현대가의 인수 불참이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증권업계는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실적은 1098억 원 적자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p 하락한 -0.3%다. 지난 2002년 이후 최초로 적자를 맞고 있다.
특히 현대증권은 컨설팅 업체에서 최소 500명 이상 희망퇴직 규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 직원 4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18개 지점을 통폐합 하는 등 상황이 나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가격에 대한 입장차도 불참이유로 꼽힌다. 현대상선 보유 지분 25.9%와 현대증권 자사주 9.84% 등 총 36% 지분 가격이 장부가는 7000억 원인데 반해 시장에서는 4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어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정몽구 회장이 한전부지 매입에 10조 원을 쏟아 부어 투자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이 크게 역량이 될 만한 부분이 없고 경쟁력이 떨어져 범 현대가가 인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를 운용하는 대기업 상당수도 팔지 못해 안달인 마당에 범 현대가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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