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공식적으로 KB금융그룹 회장 경쟁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현직 은행장이 경쟁사 경영진으로 입후보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 행장은 최근 씨티은행 직원들에게 "지난 2일 KB금융 회장추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회장 1차 후보에 포함됐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KB금융의 요청에 동의하고 평판조회 등의 과정에 참여할 의사를 전달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당초 KB금융 회추위는 하 행장과 연결이 되지 않아 본인 의사 확인이 안 돼 신상에 대해 비공개로 붙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 행장임이 드러났고 그 역시 "연휴 중 입장을 정리해 밝힐 것"이라며 "현직 은행장이라 정리할 게 여러가지로 많다"고 말하며 참여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하 회장의 입후보에 업계에서는 여러 말 들이 오가고 있다.
우선 현직 회장이 경쟁사 회장으로 이동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낸 황영기 전 회장이 2008년 KB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된 적이 있지만 현직이 아니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역시 서울은행장을 지냈지만 현직에서 바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또 노조와의 갈등문제도 지적된다. 한국씨티은행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해 노조측이 업무를 중단하는 등 단계적 파업을 진행했다가 최근에야 마무리됐다.
씨티은행의 실적 악화도 약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010년 이후 영업이익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0년 6428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1년 5500억 원, 2012년 2600억 원, 2013년 2708억 원으로 감소했다. 씨티은행은 결국 지난 2분기 749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 회장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540억 원을 해외 용역비로 지출해 국부 유출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외에도 2005년부터 2013년 까지 약 5580억 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그럼에도 KB금융이 하 회장을 명단에 올린 것은 10년 간 씨티은행과 씨티금융그룹 수장을 겸직한 경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 이사회는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 겸직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8인의 회장 후보 중 지주사 회장을 경험한 사람은 황영기 전 회장과 하 회장 뿐이다.
금융권에서는 하 회장이 아직 임기를 1년 반 가까이 남겨놓고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입장을 표명한 것이 금융당국과 사전 교감이 이뤄진게 아니냐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한편, KB금융 회추위는 지난 2일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가나다 순)을 후보로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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