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사과하고 국민 위한 개정안 만들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하 단통법)에 대한 논란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건전한 휴대폰 유통구조를 만들어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휴대폰 구매 시 보조금이 대폭 삭감돼 국민 체감 통신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곧장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전국 2만 5천여 개의 핸드폰 대리점이 '살려 달라' 아우성이다.
단통법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할 정부와 국회가 특정 재벌 대기업의 눈치만 봤다. 본지의 취재 결과,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단통법 입법과정에서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삼성전자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2월 23일 제19대 국회 321회 3차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서 단통법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면 미래부와 미방위 소속 의원들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삼성 걱정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미래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보조금 분리공시 관련 조항을)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 우리가 다 수용해 준 사항"이라며 "삼성 측에서 '절대 공개 안 한다.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 이를 법안에 담아야 안심이 되니까 법안에 그런 것을 넣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들의 영업비밀이 공개됨에 따라서 예상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신중히 봐야 한다. 예들 들자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금 경쟁을 하잖나. 영업 비밀에 해당되는 자료(보조금 분리공시)들이 외부에 공개됐을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 되는데 국제적인 경쟁력이 혹시 약화되는 그런 요인이, 그런 우를 범할까 해서 그런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 (미래부가)이런 부분은 좀 정교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사실 좀 걱정되는 부분이 삼성이 이동통신사들한테 얼마를 줬다는 게 정부에 제출되는데 그 자료가 정부에서 새나갈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삼성도 계속 그걸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바라봐야 할 정부가 삼성 눈치를 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회가 삼성을 위해 일하는 꼴이다.
이와 관련, 미방위 여당 측 위원의 한 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당시 해당 발언을 한 것은 맞지만 특정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온 국민이 단통법을 지탄하는 판국에, 이를 합작한 미래부와 국회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장에서 서로를 탓하고 지적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법안소위에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도 아니고 '똥 묻은 개'들끼리 서로 '똥칠'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네 탓' 공방을 멈추고,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단통법 개정안에 대해서 특정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오직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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