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새마을운동을 전개해 보겠습니다.", "경주를 대한민국 원자력 수출의 전초기지로 만들어 예산걱정 없는 도시로 만들 것입니다.”
경주시장 선거에 뛰어든 무소속 김태하(52)후보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고향이자 출마지인 경주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술술 읊어 나갔다.
김 후보는 경주시장 후보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기호 12번을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지자체 선거구중의 하나로 꼽히는 경북 경주에서 튀기위한 방편이었겠지만 이것이 김후보를 기억시키는 일등공신이 됐다.
김 후보는 자서전에서부터 명함디자인, 교복유세와 홍보물에 과감한 변화를 주는 등 발상이 톡톡 튄다.
|
김 후보는 경상북도 경주에서는 모래시계로 유명한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보다 더 유명한 꼿꼿한 변호사로 꼽힌다고 한다.
그 만큼 법조인으로서 소명의식이 뚜렷하다고 할까.
사시 26회인 그는 서울, 광주, 대구지방 검찰청 검사로 근무하다 변호사 개업후 지난해 4.29 재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와 끈을 맺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출마를 접고 당시 친박연대 정수성의원의 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당선시킴으로써 경주의 대표적인 친박으로 뿌리를 내렸다.
김 후보의 이색전략은 지난 2월 출판기념회에서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모교인 경주고 강당에서 진행된 자서전 ‘태하야 단디해라’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호소력 깊은 연설과 자작시 낭송 등으로 참석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또한 그는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기발한 명함을 뿌려 또다시 화제를 뿌렸다. 에밀레종을 배경으로 종모양의 명함을 만든 것.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신라시대 유물이 에밀레종입니다. 그래서 제 공약에도 에밀레종을 모티브로 한 대한민국 주물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것이 들어있지요.”
김 후보의 튀는 전략의 절정은 역시 선거사무소에서 1980년대초까지 학생들이 입던 까만색 교복과 까만 모자를 착용하고 등장한 퍼포먼스다.
“저는 경주의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사람중의 한 명입니다. 교복을 입고 나온 것은 우리나라 경제를 부흥시키고 특히 각별히 경주를 사랑하신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의 이색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비후보 홍보물에서는 과감히 자신의 경력을 삭제했고 본 선거 홍보물과 포스터에서도 경력을 빼버렸다.
학력이나 경력이 아닌 지역을 위해 진정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평가해달라는 진정성을 담은 것이다.
“경주시장으로 입후보한 사람이 어지간한 경력 한 둘 없겠습니까. 그런 것보다는 제가 소신껏 내세운 공약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명함에 제 경력이 들어있으니 이걸 보면 되고요.” 덕분에 그가 새로 만든 선거 공보지는 마치 잡지의 표지와 같다.
그는 공약과 TV토론회에서도 여지없이 독특한 전략을 드러냈다.
5000명을 강의할 수 있는 시립 영어수학학원을 만들어 시중가의 절반 가격만 받겠다는 공약을 내놓는가 하면, 침체된 경주시에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방안으로 ‘이현세 로드’를 만들겠다는 특이한 계획도 내세웠다.
특히 타 후보들이 KTX 신 역사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 것에 반해 경주를 제대로 홍보하고 관광객들에게 경주에 왔다는 기분이 들 수 있게 환경 조성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과감성도 보였다.
또한 시장에 당선되면 쓸데없는 건설공사는 자제하고 문화와 복지를 보강하겠다며 진실한 경주의 본모습을 보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경주가 과거의 역사유적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고요. 저 자신이 먼저 그런 표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보다 자신의 공약에 자신 있다는 김태하 후보. 작은 듯 하지만 스케일이 크고 현실적이며, 실현가능성도 높다고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는 김태하 후보.
“제 공약은 평생 동안 생각해온 실현가능한 방안들입니다. 다른 후보들처럼 추상적인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의 역주가 과연 경주시민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