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협치 성공 열쇠는 협치위 갈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남원(남경필·원희룡)'이 다시 뜬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각각 '연정(聯政)'과 '협치(協治)'라는 슬로건을 들고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시사오늘>은 '남원'의 취임 6개월 차를 맞아, 이들이 내세운 연정·협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성과는 있는지 짚어봤다.
경기도지사 남경필의 '聯政(연정)' 실험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 취임, 경기연정 첫걸음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연정을 공약으로 앞세워 당선됐다. 연정이란 '연합 정치'를 줄여 부르는 용어로써 둘 이상의 정당이나 단체의 연합, 또는 그 대표들로 구성된 조직이 연합해 정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여야가 권력을 분점해 도정을 함께 살피겠다는 의미다. 남 지사는 연정에 대해 "경기도의회의 양당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협력하는, 정치혁신이자 새정치"라고 설명한다.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24일 남 지사와 호흡을 맞춰 도를 운영할 사회통합부지사 후보로 이기우 전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역사적인 연합정치의 첫걸음을 떼었다"고 자평했다.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후, 야당 인사를 부지사로 기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내정자는 지난달 26일 KBS<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연정에 참여해 많이 설레고 기쁘다"며 "부지사로서 연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생활정치를 기반으로 한 지방연정이기 때문에 타협과 상생의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이 내정자는 이번 달 3일 인사청문회를 겸한 '정책연정 대토론회'를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과 벌였고, 4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취임식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경기연정의 첫걸음은 '생활임금 조례'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의회 여야는 지난 8월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열고, 20개 사항이 담긴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합의문에는 '급식시설 방사성 물질 차단에 관한 조례', '6·25전쟁 민간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 그리고 '생활임금 조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중 생활임금 조례는 지난 11월 이미 입법 예고된 바 있어, 이르면 내년 3월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의 진정성, 연정 지속여부 가릴 듯
남 지사의 정치실험, 연정은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정치 시스템으로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남 지사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경기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과거 故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본 전력이 있다. 남 지사는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과 관련, "정치인 노무현은 판을 흔들고, 혼돈의 가장자리로 몰아놓고 이것이 인터넷에서 증폭돼 전혀 예상치 못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면서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성공 못할 것"이라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없어 파괴력이 없다. 판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적은 바 있다. 연정에 대한 진정성이 남 지사에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달 26일 YTN<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 "연정 추진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얘기가 진정성이 있느냐, 이거 쇼 아니냐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철폐 등 4대 악법 철폐가 뜻대로 안 되다 보니까 집권 후반기에 연정을 제안해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제안했다"고 해명했다.
'대권 플랜 아니냐'는 진행자의 물음에도 남 지사는 "나는 대권에 도전할 자질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도정이 정말 크고 복잡하고 어려워 그런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일축했다.
경기도 연정은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도의원들이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을 거부한 것. 그들은 지난 8월 25일 남 지사가 제안한 사회통합부지사 파견에 대한 의원 투표를 벌였고,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남 지사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없고, 인사·예산권이 없는 허울뿐인 연정 참여는 졸속'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새정치연합 도의원들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남 지사는 바로 다음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당의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이 없어도 연정은 계속된다"며 "새정치연합이 내부 이견을 보이는 상태에서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남 지사와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은 물밑 협상 끝에 지난 10월 사회통합부지사 파견을 최종 결정했다. 남 지사는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 '넥스트(Next) 정치'의 시작인 연합정치가 오늘 큰 진전을 이뤘다"고 소회를 밝혔고, 새정치연합 측은 "우리 정치가 상생과 협력을 통해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는 바람이 연정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연정의 지속여부는 결국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진정성에 판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는 "지금의 상황보다는 이후에 경기연정이 어떻게 정착돼느냐하는 과정에서 남 지사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돌려 말하면 연정에 대한 남 지사의 진정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될 시, 언제라도 연정을 파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도지사 원희룡의 '協治(협치)' 실험
"사회 각계각층과 함께 도민 주도 도정 운영하는 것이 협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협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과 같은 듯 다른 의미를 가진 협치는 '협력적 통치'를 줄인 말로 양대 세력의 연합을 일컫는 연정보다, 더 많은 조직들의 민주적·참여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한 정치를 의미한다. 학계, 시민단체, 이익단체, 그리고 정치권 등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한데 모여 정책을 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원 지사는 협치에 대해 "민간의 참여, 공무원들의 칸막이를 뛰어 넘는 협업, 여야와 시민사회단체, 현장전문가들을 포함해 도민 주도로 도정을 운영하는 것이 협치"라고 설명한다.
원 지사는 협치를 주장하면서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월 KBS<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협치를 대권의) 도구로 이용하든 안 하든 그게 좋은 거면 하면 되는 것이다. 의도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면 사실 끝이 없다"며 "내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지만, 현재 자기관리도 철저히 하고 더 통 크게 정치하고 이런 선의의 경쟁이 붙는다면 더 좋은 게 아니겠는가. 진정성, 그리고 국민을 믿고 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달 2일 동아일보 주최, 산업통상자원부·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하는 '2014 한국의 최고경영인상' 시상식에서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지사직을 맡은 지 단 6개월만에 언론과 정부가 인정할 정도로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해낸 것. 제주도내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는 원 지사의 제주도정이 내놓은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해 "토건 예산의 감소와 문화재정 3% 실현 등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협치위원회에 대한 갈등, 협치 지속여부 가릴 듯
어두운 부분도 존재한다. 협치위원회 운영을 놓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협치위원회는 도의회, 학계, 언론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재계, 시민사회계 등에서 추천받은 인사들로 구성되는 조직으로, 협치와 관련한 정책 수립과 추진 등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의회는 원희룡 지사가 내놓은 협치위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0월 '협치 개념이 모호하고, 협치위 기능이 다른 위원회와 중복된다. 협치위가 민관이 함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하지만, 결국 집행부가 협치위에서 다룰 현안을 선택하게 돼 기존 위원회와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례 심사를 보류했다.
도의회 측은 협치위가 결국 원 지사의 친위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치위를 통해 원 지사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 '협치'가 아닌 '통치'가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도의회의 이같이 주장하는 까닭은 협치위 운영시 의회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데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 사회 각계각층이 모인 협치위 위주로 도정이 논의된다면 제주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의 권한이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의회 측은 원 지사에게 협치위가 아닌, 집행부와 의회가 반씩 참여하는 협치기구를 조성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의회가 집행에 참여하는 것은 의원내각제다. 협치는 이와 다른 개념이다. 의회가 집행에 참여하면 독립성이 훼손되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난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그는 4일 MBC<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협치에 대해 "관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책결정과 행정의 일을 같이 해야 한다"며 "민간이 앞서 나가는 분야를 흡수하지 않고는 행정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협치위가 도의회의 반대로 구성되지 않더라도 자문위원회 형식으로 협치위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자문위 형식 협치위 조례가 부결되더라도 기존 위원회로 협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협치위를 둘러싼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의회 간 갈등이 '협치'의 지속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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