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지상주의'로 흐른 방송街,'시청률만 잘 나오면 장땡'?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카피캣: 남을 모방하는 사람이나 기업 또는 제품 등을 비아냥거리는 말. 2012년 3월 애플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신제품 발표장에서 삼성전자‧구글‧모토로라를 ‘카피캣’으로 빗댄 것을 계기로 유명해졌다.
‘카피캣’ 용어는 게임 산업에서 많이 쓰인다. 흥행 기간이 짧아 단기간에 수익을 올려야하는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베끼기’가 횡행한 것을 두고 ‘카피캣’이라고 부른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의 <아빠어디가>(이하 아어가)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며칠 전부터 <아어가>가 폐지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제작진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다.
<아어가>의 폐지설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출연진들의 불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청률 부진’이 가장 크다. <아어가>는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꼴찌다. 지난달 29일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가 15.2%로 1위를 차지했고 <케이팝 스타>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슈돌>은 <아어가>를 ‘모방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시작했다. 엄마 없이 아이와 아빠가 1박 2일(48시간)동안 함께 있으면서 느끼는 ‘부성애’가 모티브기 때문이다. 다만 <아어가>는 아빠와 함께 ‘여행’을, <슈돌>은 아빠와 함께 있는 ‘일상’을 보여준다. <슈돌> 강봉규 PD는 “아빠 어디가보다 다큐적이고, 조금 더 일상에 주목했다는 차이점이 있다”면서 다른 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윤리적인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비슷한 형식에, 같은 ‘부성애 모티브’를 내세운 프로그램을 동시간대에 배치했다. <슈돌>을 보는 시청자의 시각도 초기엔 싸늘했다. 프로그램의 독창성, 창의성을 내세우기보다 비슷한 포맷인 육아예능으로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초기의 비판과는 달리 막상 <슈돌>이 방영되자 시청자들은 아이들의 귀여움과 순수함에 매료되어 채널을 고정시켰다. 낮은 연령대를 내세운 <슈돌>은 기세등등하게 <아어가>를 앞지르며 1위를 차지했다. 육아예능을 유행시킨 <아어가>조차 <슈돌>을 꺾을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당분간 <아어가>의 파격적인 변신이 없다면 이 상황이 굳어질 듯 보인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피 프로그램’…문제없나? 현재 방송 프로그램의 ‘베끼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 net의 <슈퍼스타 K>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SBS에선 <케이팝 스타> MBC의 한 PD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당시 MBC 사장과 고위 간부들이 케이블에서 <슈퍼스타K>가 히트 치니까, 지상파인 우리는 왜 그런 방송을 못 만드느냐고 PD들에게 압박했다. 다른 방송국도 상황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슈퍼스타K>가 케이블인데도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우리도 뒤처질 수 없어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 tvn <꽃보다 할배>를 카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KBS의 <마마도>, MBC <나는 가수다>포맷을 모방했다는 KBS의 <불후의 명곡>, JTBC <비정상회담>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는 MBC <헬로 이방인>등 한 프로그램이 히트 치면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카피’의혹을 받는 프로그램 다수가 지상파라는 점이 더욱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피캣 전성시대’…‘시청률 지상주의’로 굳혀지나 방송사의 ‘카피캣 프로그램’이 ‘시청률 지상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시청률만 잘 나오면 승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베끼는 것을 꺼려하지 않고 시청률만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것. 익명을 요청한 한 방송국 작가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지상파 광고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위 관계자들은 과거보다 실패를 예전보다 두려워한다. 비슷한 종류의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시청률이 나오니 안정적이다. 그래서 고위층들이 참신한 소재의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 방영이 남발될 경우 시청자의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빨리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TV프로그램 전체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슈퍼스타K>와 <아어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슈퍼스타K>는 오디션 열풍을, <아어가>는 육아예능 유행을 만들었다. 우후죽순 생겨난 프로그램 탓에 <슈퍼스타K>와 <아어가>를 보는 시청자는 ‘지겨움’을 더 빨리 느끼게 됐다. 방송 전개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결국 <슈퍼스타K>와 <아어가>는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폐지설’까지 솔솔 돌고 있다. ‘원조의 참패’라는 말도 돈다. 그렇다면 ‘카피 프로그램’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양지민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방송 프로그램이 저작권 인정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육아 프로그램 경우 그런 ‘육아’에 대한 공통점이 있을 뿐이지 세세한 컨셉을 보면 차이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중국에서 <개그콘서트>를 베낀 것 같은 경우는 프로그램 형식뿐만 아니라 세세한 컨셉 하나하나 까지 표절해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면밀히 보면 다르다. 예를들어 <무한도전>이 '리얼리티(reality)'쇼로 인기를 끌었는데, 그 다음에 <1박 2일>, <패밀리가 떳다>등 리얼리티 쇼가 생겨났다. 이런 것들을 다 표절이라고 보면 끝도 없기 때문에 국내 프로그램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변호사는 “하지만 표절에는 분명한 피해가 있다. 카피 프로그램이 먼저 방영해버리면 저작권을 돈 주고 산 경우 피해를 보게 된다. 정식으로 판권을 산 사람이 피해를 입어 2,3차 피해가 발생한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카피’로 비난할 게 아니라 하나의 ‘진화 과정’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 없듯, 단순한 ‘베끼기’가 아닌 모방을 통한 ‘창조’가 될 수 있다는 것. ‘포맷의 유행’은 늘 있어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80년대 중반엔 <유쾌한 청백전>등 운동회식 예능이, 1990년대엔 <서세원 쇼>, <김혜수의 플러스 유>와 같은 1인 진행 식 토크쇼가, 2000년 들어선 <엑스맨>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카피 여부를 따지면 우리나라 프로그램 중 걸리지 않는 프로그램은 없다. 하나의 진화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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