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땅콩 부사장'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다. 한 항공사의 부사장이 뉴욕발 인천행 항공기에서 '램프리턴'을 지시했다고 한다. 램프리턴이란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항공기의 기수를 트는 것으로, 승객의 신변에 문제가 있거나 항공기 정비를 위해서만 행할 수 있는 조치다.
부사장이 램프리턴을 지시한 이유는 바로 '땅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천행 항공기 퍼스트클래스에서 한 승무원이 견과류를 봉지째로 건네자 "왜 넛츠를 봉지째 주느냐.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고 질책했다. 항공사 서비스 내규에 따르면 견과류는 '종지'에 담아 내오게 돼 있다.
승무원이 서비스 매뉴얼대로 한 것이라고 대꾸하자, 부사장은 해당 승무원의 상관인 사무장을 불러 매뉴얼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사무장이 매뉴얼이 들어있는 태블릿PC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자, 부사장은 사무장에게 내리라며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사무장은 부사장의 지시에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부사장이 탑승한 항공기가 기수를 틀어 사무장을 뉴욕공항에 내려놓은 통에 항공기의 출발은 20분가량 지연됐다고 한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25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사무장은 뉴욕공항에서 12시간을 기다려 다음 비행기에 탑승하고 귀국했다는 후문이다.
뉴스를 본 기자는 "내려!"가 "너 해고!"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정부가 연일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없는 마지막 해인 내년은 구조 개혁을 추진할 적기"라며 2015년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실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초우주적 발상'을 꺼냈다. 고용안정성을 해쳐 노동자를 살리겠다는 말은 여태껏 '지구'에서 나온 적이 없었다.
내년부터는 기자도 조심해야겠다. 편집국에 땅콩이라도 돌릴라 치면 '꼭', '반드시' 봉지를 뜯어 그릇에 담아 줘야겠다.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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