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文의 단일화', 전당대회 최고 변수 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전당대회는 야권의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플랜을 준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될 지도부를 선출하는 자리.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당대표직을 두고 모두가 문재인 의원의 독주를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조심스레 '변수'를 제기한다. 비(非)문재인 진영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문 의원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새정치연합 당대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의원은 24.7%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이어 김부겸 전 의원, 박지원 의원이 10.7%, 7.1%로 2,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정작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문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비전코리아>가 새정치연합 대의원 1577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견해를 묻자 50.2%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입장은 37.7%에 불과했다.
다만, 앞선 기관의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당대표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문 의원이 출마했을 경우 문 의원이 24.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김부겸 전 의원(18.9%), 박지원 의원(18.2%), 정세균 의원(11.1%) 순이었다.
문 의원의 출마에 반대하면서도 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외에 마땅한 대항마로 떠오르는 인물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 계파 갈등 해소와 근본적인 당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중책을 맡길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것. 단일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의원·권리당원, "계파를 초월해 자신의 소신대로 당을 혁신할 인물이 필요해"
지난 10월 26일, 새정치연합은 광진구청 제1별관 대강당에서 '당원 여러분에게 길을 묻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서울시당 당원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새정치연합은 서울지역 대의원, 서울 권리당원 및 서울지역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자체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시사오늘>이 해당 자료를 입수해 살펴보니, '당의 선명성을 보여주면서 계파를 극복하고 소신 있게 당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를 염원하는 새정치연합 대의원·권리당원들의 속내가 여실히 드러났다.
'새정치연합 대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지역 대의원들이 생각하는 당의 '시급한 당면과제'는 '당의 단결', '리더십 회복'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히 계파 간 갈등으로 새정치연합의 결속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계파 문제 해결을 위해 리더십이 회복돼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 권리당원들도 계파 문제를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권리당원 2701명 중 40.7%가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으로 '계파갈등 및 반목'을 지목했으며, '정부여당 견제 모습 실종'이 26.2%로 뒤를 이었다. 단결된 모습이 부족하고 야당의 야성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는 전체 권리당원의 29.0%가 '강하고 선명한 야당다운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이어 '이슈 선도 및 효과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키워야'(23.3%), '민주적 의사 결정 등 당의 혁신'(21.0%), '계파주의 타파'(19.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대표는 어떤 유형의 인물이 되길 원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36.8%의 권리당원들이 '계파를 초월해 자신의 소신대로 당을 혁신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뒤를 '강력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26.0%), '소통을 잘하는 인물'(24.9%) 등이 뒤따랐다.
일부 당원들은 대토론회 자리에서 "당대표를 하기 위해 네 편, 내 편을 나눠서 갈등이 더 많다. 거대 여당에 대응하려면 우리가 똘똘 뭉쳐도 부족하다. 새누리당은 단결이 쫙 됐는데 우리는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진다"며 "짱짱하고 야무진 사람이 지도자로 나와야 정리를 해서 합심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몇몇은 "새정치연합이 하고자 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야당으로서의 선명성과 대안성은 수권 정당의 위상을 갖추기 위한 두 바퀴"라며 "이를 위해 강력한 지도체제가 필요하다. 권위주의 시대 수직적 리더십에서 민주주의 하의 수평적 리더십으로 전환됐다는 이해가 결여된 세력은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하기는커녕 현실의 작은 변화에도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문(非文)의 단일화', 전당대회 최고 변수 될까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비문재인 진영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문재인 의원과 대등한 게임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50.2%의 대의원이 문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반대하고 있는데다가, 차기 리더로 '계파 극복 및 소신 있게 당 혁신에 나설 인물'을 선호한다는 새정치연합 내부 여론이 그 방증이라는 것.
중도 성향의 김영환·김동철·박주선 등 3명의 당권주자는 일찍이 단일화에 합의했다. 김영환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진보 진영의 3인이 단일화에 합의했고, 조만간 이를 가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중도진보 노선인 조경태 의원의 합류도 관심사.
비주류 진영도 최종 1인으로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486 운동권'에서 이인영 의원이 대표 선수로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비노(盧)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김부겸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고사하고 박영선 의원에게 "총대를 메달라"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인은 물밑에서 단일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
문재인 의원과 함께 '빅3'라 불리는 박지원·정세균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정세균 의원은 지난 15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의원과) 자주 만나지만 특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단일화는 선거에 필요하면 하는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지난 17일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정세균, 문재인 의원이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단일화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단일화에 탈락한 후보는 결국 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내세우기도 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지난 12일 KBS라디오에 출연, "(문재인 의원의 당대표 선출이) 너무나 명백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제3지대에 있는 의원들이 당권에 도전하겠다고 하는데, 새로운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지 한 번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9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단순한 단일화로는 문 의원을 넘어서기 역부족이다. 연쇄 단일화를 통해 '문 대 비문'이라는 운동장을 당원·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최종적으로 1:1 구도를 만든다면 재미있고 대등한 게임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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