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통과 어려워, 정치적 부담 싫은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지난 17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대표발의)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삼남매를 겨냥한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등의환수및피해구제에관한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동 법안 서명에 나선 국회의원 수는 여야 합쳐 무려 104명, 김한길·안철수·문희상·박지원·이인영 의원 등 지도부급 인사를 비롯해 새정치연합 의원 대부분이 공동발의자로 함께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 전병헌·정청래·유승희 최고위원 등 현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이름은 발의자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인 만큼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나서길 꺼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주승용·오영식 최고위원이 서명했음을 감안하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주승용 최고위원측은 1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이학수법에) 서명을 하지 않기로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그런 것 없이 주 최고위원은 소신껏 서명했다"고 밝혔다.
전병헌·정청래·유승희 최고위원의 '이학수법' 불참은 어느 정도 예측된 일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모두 박영선 의원과 악연이 깊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외국인투자촉진법(당시 특정기업 특혜주기논란)의 본회의 통과로 박 의원과 언성을 높인 바 있고, 정청래 최고위원과 유승희 최고위원은 지난해 9월 박 의원이 원대대표직을 수행할 당시 그의 퇴진을 요구해 갈등을 빚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만 하더라도 '이학수법'에 서명할 의사가 있었으나, 당권을 잡은 이후 서명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시사오늘>은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전후(올해 2·6, 2·10)로'이학수법'에 대한 공식 서면질의를 보낸 바 있으나 문 대표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그의 보좌진들도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424). 이와 관련, 박영선 의원 측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허허허, 그쪽(문재인 의원실)이 모를 리가 없는데, 우리가 언급하는 건 상도가 아닌 것 같다"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을 남겼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학수법'은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 아마 벌써 삼성그룹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에 나서고 있을 것이다. 이미 언론에서도 '개별표적입법(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법, '이학수법'의 경우 이재용 등 삼성과 삼남매)'을 운운하며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제 막 당권을 잡은 문재인 대표로서는 정치적인 부담만 크고 확률은 낮은 도전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문재인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지원 의원에게 쏠렸던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아특법(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관한특별법)' 통과를 2월 국회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얼마 전 광주 시민들에게 공언했다"며 "문 대표가 무얼 더 신경 쓰겠느냐"고 덧붙였다.
'이학수법'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등 삼성가 삼남매가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 상장으로 얻은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을 국고로 환수하는 법안이다. 이들 삼남매는 1999년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등과 함께 삼성SDS BW(신인수권부사채)를 헐값으로 넘겨받았고, 이를 불법 경영권 승계라고 판단한 대법원은 지난 2009년 이건희 회장,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사장에게 징역형과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다. '이학수'법에 따르면 삼성가 삼남매의 삼성SDS 지분은 모두 불법행위에 따른 범죄수익으로 규정돼 국고 환수 대상이 된다.
한편, 새누리당 진영, 노철래, 이한성 의원 등 여권 중진인사들도 '이학수법' 서명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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