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통일, 2016년이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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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통일, 2016년이 적기”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5.02.26 10: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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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재야인사 장기표 통일 2016포럼 대표˝김무성 탈당했으면 박근혜 대통령 못됐다˝김윤환 이기택 견제로 민국당 대표 경선 못나가제 3 세력 출현해야…국민모임은 통진당 재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최후의 재야. 한국 민주화 운동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주류와는 거리가 있던 아웃사이더. 장기표 ‘통일 2016 포럼’ 대표를 꾸미는 수식어다. 장 대표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71년의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 2년 뒤 김대중 납치사건 규탄 및 유신독재 반대운동 등 반독재 투쟁부터 1977년의 청계피복노조사건 등 노동운동까지. 학생운동의 지평을 노동까지 넓힌 인물이다. 수차례 투옥에도 꿋꿋하게 소신을 굽히지 않고 새정치연합 고(故)김근태 전 상임고문, 이부영 상임고문과 함께 ‘재야 3인방’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동료들이 기성정당에서 활약할 때도 장 대표 본인은 정계의 중심에는 서보지 못했다.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선구자적인 시각을 제시했지만 유독 현실정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과감하게 독자정당을 시도하거나 정치실험을 이어나가는 사이 장 대표 에겐 낙선의 기록들만 쌓여갔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그리고 정치 연구를 지속했다. 재야가 사라져 사실 그 단어마저 희미한 이 시대에 마지막까지 재야의 본분을 다하려는 그를 <시사오늘> 이 지난 12일 여의도 <뉴스바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 장기표 통일 2016 포럼 대표 ⓒ시사오늘 홍세미

 ˝통일 조건 갖춰졌다…긴박한 상황˝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통일 2016 포럼을 운영하고 있고, <뉴스바로>라는 언론사의 대표로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인가.

“이제 우리가 통일을 이룰 때가 됐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본다.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국민들도 준비해야 한다. 올해 아니면 내년이 골든타임이라고 본다. 그래서 명칭도 통일 2016이다. 2016년, 또는 2017년엔 통일을 이루자는 취지다. <뉴스바로>는 제호 그대로 바른 뉴스를 지향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가진 최악의 문제 중 하나는 편가르기다. 정치권도 편가르기, 언론도 편가르기, 심지어 시민운동도 편가르기 중이다. 그러한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고 정론을 지향하고자 만든 인터넷 신문이다.”

-내년이 통일의 적기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북한 정권의 붕괴 조짐, 그리고 중국의 동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통일의 조건이 무르익었다. 통일에는 평화통일과 무력통일이 있다. 잘 살려고 하는 통일인데 무력통일은 의미가 없다. 무기들이 첨단화돼있고 핵무기까지 등장한 판국에 무력통일은 공멸이다. 결국은 평화통일인데 그 안에서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쌍방이 합의해서 하는 통일과, 한쪽이 흡수하는 통일이 있다. 그런데 전 세계역사상 합의에 의한 통일은 없었다.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형태의 통일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이야말로 그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보는 거다. 통일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북한정권의 붕괴다. 그 다음은 중국의 동의다.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이 우리의 주변국인데 일본과 러시아는 사실상 별 영향력이 없고, 우방이고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남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을 반대할 리가 없다. 이는 미국에게 정의감이나 명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실리적인 부분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동의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핵무기다.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에도 대단한 위협이 될 수 있는데, 지금 핵의 소형화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 3일 전에도 미사일 다섯발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는 없는 상황에서, 남한 중심의 통일만이 한반도가 핵을 보유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남한의 흡수통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거다.”

-그래도 2016년 통일이라고 하면 너무 급박한 것 아닌가.

“지금 상당히 긴박한 상황이다. 통일 확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 2015년 올해가 90%라면 내년은 80%, 후년은 70%가 된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북한 압박정책으로 들어가고 있다. 핑계거리만 있으면 타격 들어갈 수 있다. 핑계가 없으면 만들 수도 있는 나라들이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텐데 우리가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반드시 통일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 자칫 우리가 잘못하면 북한을 미?중이 공동관리 할 수도 있고,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을 받을 수도 있다. 남한까진 주한미군이 상주하는 거래도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정의파가 아니기 때문에 틀림없이 무언가 얻어가려고 할 거다. 그 때 우리의 대처와 역할이 중요하다.”

▲ 장기표 통일 2016 포럼 대표 ⓒ시사오늘 홍세미

˝이완구 국무총리 임명, 박근혜 지지율 더 추락할 것˝

동아시아문제에서 정치현실 문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우선 최근 정가의 가장 큰 이슈였던 이완구 국무총리 논란에 대해 물었다.

-이완구 국무총리(당시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볼 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나쁜 종류의 사람인 것 같다. 자기가 동원할 수 있는 ‘빽’은 다 동원했다. 높은 사람 같은 ‘빽’이 아니라 나쁜 방법들을 요리조리 잘 이용한 거다. 그런데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사람을 총리를 임명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부정과 비리로 똘똘 뭉친 사람을 국무총리로 앉히려는 사람이 무슨 개혁을 한다는 건가. 박 대통령은 개혁의 ‘개’자도 말을 꺼낼 자격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 개혁 의지가 얼마나 미약한지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찬성,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참 배짱좋은 사람들이다. 총리로서 부적격한 사유가 그렇게 많이 드러났는데 저걸 통과시킨 후에 부정부패 안 하겠다, 개혁하겠다 말할 자격이 없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가장 되고 싶은 사람이 이완구’라고 했다. 저렇게 부정과 비리의 화신 같은 사람을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다는 사람이다. 그런데 다음 총선서 다시 이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다면 그 지역구 사람들은 정말 문제가 있는 거다. 새정치연합은 이번에 결사적으로 막아야 할 거다. 이완구 후보자를 통과시킨 후엔 더 이상 투쟁한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국회에서 야당이 여당과의 몸싸움을 불사하고 무언가를 막아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바로 이 순간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문제의 연장선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가 됐을 때 가장 망하게 될 사람이 있다면 바로 박 대통령이다. 세간에서 김용준도 총리가 안됐고, 문창극도 안됐고, 안대희도 안됐다면서 또 낙마하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릴 거라고 말한다. 그 반대다. 이완구가 낙마하면 박 대통령이 살아날 길이 있고, 국무총리가 되면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낙마하게 될 것 같다. 야당이 자진사퇴 요구를 하는데, 자진사퇴 하겠는가? 절대 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도 그 전에 지명철회 하는 것이 답이다. ‘저는 사실 총리 후보자가 저런 줄 모르고 지명했는데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철회하겠습니다’해야 살아난다. 이번에 드러난 걸 보면 야당도 언론도 잘 몰랐던 문제들이 많지 않나. 박 대통령이 모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통과되면 안대희 같은 사람들이 데모할 거다. 야당이 표결에 참석해서 전부 반대한다는 가정 하에, 여당 의웑 중 10명만 돌아서면 부결이 된다. 만약 표결에 불참한다면 80명이 돌아서야 하는데 그럴 리는 없다. 만약 새정치연합이 표결을 보이콧해 이완구가 통과된다면 ‘사쿠라 정당’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인터뷰 후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16일 표결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총투표자 281명 중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였다. 다시 장 대표와의 전화를 통해 추가 인터뷰를 했다.

-결국은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며 이완구 후보자가 국무총리가 됐다.

“온갖 비리와 부정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임명된다면, 청문회는 무슨 소용이 있나. 청문회 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 그래도 강행했으니 차라리 부정, 비리들을 몰랐던 게 낫다. 국민들이 ‘저런 부정과 비리의 화신도 국무총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게 아닌가. 이쯤 되면 민족정기의 문제다. 박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했으면 인기가 다시 급등했을 수도 있다. 지지율은 이제 서서히 더 떨어질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 문제의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나.

“박 대통이 가진 ‘내가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국무총리나 장관, 또는 주요 인사를 기용할 때 시쳇말로 만만한 사람을 고른다.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을 넘어서 아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만 찾아다닌다. 예외가 있다면 안대희 씨다. 안대희 씨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는데 그 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워낙 어려우니까 할 수 없이 한 번 선택한 거다. 다른 건 거의 예외가 없다. 정홍원 총리를 계속 쓴다는 거 자체가 이미 넌센스 아니냐. 국무총리가 무슨 집에 딸린 하인도 아니고 그만두게 했다가 또 하게 했다가, 그게 뭐하는 일인가. 대통령 자격이 없는 거다. 국무총리 하나 제대로 임명을 못하지 않나.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그래서 인사가 만사라고 한 거다. 모든 일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게 인사인데, 박 대통령에겐 인사가 ‘망사(亡事)’다. 잘 할 일도 망가뜨린다.”

-‘정윤회 게이트’라고 까지 불렸던 지난 연말 청와대 문건유출 파동은 어떻게 보나.

“정윤회 씨가 국정에 개입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어떤 개입도 안 했더라도, 그 의혹이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지 않나. 그런데 그게 내용을 살펴보면 야당에서 물고 늘어진 것도 아니고, 언론에서 물고 늘어진 것도 아닌 청와대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 고위 간부들끼리 벌인 일이다. 문건 내용이 찌라시 수준이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럼 더 문제다. 아무 것을 가지고 문제 일으켜도 청와대는 체면을 구긴 건데,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국민적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면 더 바보같은 일 아닌가? 무능력한 거다. 아무것도 아닌 거였으면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 자리에서 즉각 처리하고 척결했어야지, 이렇게까지 큰 문제가 되게 했다면 김 실장에게 이유여하 간에 책임이 있는 거다. 그런데 그 사람을 꾹 끼고 앉아있고,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받은 사람들도 그냥 안고 가고 하니까 지지율이 확 떨어진 거다. 3인방에 대해 ‘특별한 혐의가 없어 그만두게 하지 못 합니다’정도 해명만 했어도 넘어갔을 수 있다. 그런데 적극 옹호하지 않았나. ‘그 사람들 일도 잘하고 하는데 여론에 밀려서 그만두게 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죄 없는 사람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한 인간으로서 그런 상황이 안타까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란 개인적인 감정으로 하는 일이 아니지 않나. 국민들이 바보인가? 국민들이 질타할 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금도(禁道)라는 게 있다.”

-레임덕이 조기에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레임덕이라기보다는 그냥 실정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굉장히 어려움에 직면할 것 같다. 실정의 핵심은 인사 문제고, 하나는 시대착오적인 복지관이다. 인사 문제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을 듯하고, 이 시대의 요구인 복지를 박 대통령은 파악 못하고 있다. 복지를 확충하려면 세금 올리는 건 당연하다. 지하경제 양성화, 낭비예산을 없애서 국고를 채우겠다고 했는데 약 10조9천억 원 정도 세수결손이 났다. 뭘로 채웠다는 건가. 대통령이 말하는 정부는 뭐 다른 정부인가. 나는 지금까지 함부로 누구 물러나라, 같은 말을 해 본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물러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든다.”

-야당의 복지 요구 쪽이 옳다고 보나.

“새정치연합도 복지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네가 집권하고 있을 때 복지를 한 번 잘해보던가. 아주 옛날 일도 아니고 10년도 안 된 일 아니냐.”

장 대표는 여야 모두에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제 3세력의 출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싶어 이와 관련된 질문을 이어나갔다.

▲ 장기표 통일 2016 포럼 대표 ⓒ시사오늘 홍세미

대안은 ´녹색 사민주의´…˝제 3세력 출현해야˝

-제 3세력의 출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제 3세력은 출현해야 한다. 지금 양극화 해소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경제성장률이 1년이 10%씩 돼도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더 살기 어려워진다. 국민소득이 지금 3만 달러가 넘었는데, 3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2만 5천 달러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게 사회민주주의다. 지금은 제 3세력으로 사민주의 정당이 나와야 이 정치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

-현존하는 진보정당들 중에 사민주의를 대표하는 세력은 없나.

“지금은 사라진 구 통합진보당은 아예 사민주의랑은 거리가 있고, 정의당은 사민주의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통진당은 주체사상이고, 정의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세력화에 들어간 국민모임은 어떤가.

“국민모임은 통진당의 재건이라고 본다. 민주노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진당처럼 노골적인 진보노선을 걷지는 않을 수도 있다. 손호철 씨처럼 통진당과는 좀 결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은 정의당에 더 가깝지만, 기본적으로 국민모임은 통진당의 재건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사민주의 정당이 없다면 직접 만들 생각은 있나.

“시대의 흐름이 사민주의다. 사민주의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사민주의는 약 130년 전 독일, 서유럽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걸 그대로 따라하면 안 된다. 한국 실정에 맞는 수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생태주의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민주의에 생태주의를 더한 ‘녹색사민주의’가 내 생각이다. 그 방향으로 안 가면 이 나라가 어렵다. 그래서 내가 만들려고 했으나 내가 부족해서 안됐고, 대신 내가 고문으로 있는 사민주의 포럼이 있다. 그 포럼이 결국 정당을 지향한다고 하니, 만들어지면 나도 작은 힘이나마 적극적으로 보탤 생각은 있다.”

사민주의는 사회주의를 혁명 대신 의회민주주의를 통하여 구현하려는 운동이나 경향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 기반해 있으며 그 안에서의 복지를 추구하는 방향성 때문에, 사민주의는 자본주의자들보다도 오히려 정통 사회주의자들이나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더 비판받기도 한다.

'합리적 진보´의 정치실험…민중당, 민국당, 국민생각

-정치 시작은 민중당이었다. 그 때 이야기부터 들려준다면.

“나는 그 때부터 국가 운영의 방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봤다. 엘빈 토플러의 책을 많이 읽었다. 그 사람의 주요 저서 세 권 중 마지막 권인 <권력 이동>을 상당히 흥미롭게 봤다. 높은 사람에게서 대중에게로 권력이 이동할 것이라는 것이 요지다. 이걸 보고 대중의 자주성, 주체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고, 나는 민중 주체 민주주의를 주장했다. 이제 민중이 주체가 되는 민주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당 이름도 민중당이다. 그러나 민중이라는 말이 결코 나쁜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시엔 잘 통용되기 쉽지 않았다. 민중, 민중하니까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에 대중 주체 민주주의로 말을 바꿨는데 결국 돌이켜 보면 다 같은 거다. 민주 시장주의, 녹색 사민주의, 내가 주창했던 내용은 사실 거의 다 똑같다.”

-노선이 달랐던 故 김윤환 전 의원과 민주국민당 활동을 한 것으로 논란이 일었다.

“사람들은 무엇이라 말하는지 모르지만, 정치는 변명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지금 기자가 물어보니까 답하자면, 처음에 김윤환 씨와 정치를 함께 하려 한 게 아니다. 본래는 조순 씨, 김상현 씨, 신상우 씨 이수성 씨 등과 하려 한 게 먼저다. 가장 처음에는 장기표 이수성 김상현 신상우, 이렇게 모여서 정당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공천파동이 일어난 거다. 김윤환, 이기택 같은 거물급 인사들이 쫓겨났다. 그래서 조순 씨를 섭외하는데 그가 ‘새 정당은 참 좋은 생각인데 한나라당에서 쫓겨난 사람들(김윤환, 이기택)도 함께 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나는 이제 조순 씨를 영입하려는데 굳이 안 된다 하기도 그랬고, 그래서 민국당이 된 거다.”

-그런데 대표는 김윤환 전 의원이 맡았다.

“원래 이기택 씨는 나를 밀었고, 김윤환 씨도 나한테 대표를 맡으라고 그랬었다. 그런데 말을 바꿨다. 나중에 보니까 이기택과 김윤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이기택 씨가 나를 미는 것을 보니까 김윤환 씨가 덜컥 자기가 하겠다고 그랬다. 그 다음에도 김윤환 씨랑 붙을 수 있었는데 이기택 씨가 갑자기 전폭적인 지원을 안 하고 자꾸 조순 씨를 내세운 거다. 나보다 나이 많이 선배인 이기택 씨로서는 내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했던 모양이다. 후배가 하면서 부담스러운 선배들을 다 날려 먹을까봐. 나는 그때도 조순 씨가 하는 것엔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조순 씨가 거절하면서 잡음이 났다. 조순 씨가 끝까지 안한다고 하는데, 이 양반 고집이 보통이 아닌 거다. 그래서 내가 나서려고 했는데 이 와중에 또 해프닝이 생겼다. 경선을 위한 당내 기탁금이 3천만 원이어서, 나는 아는 후배한테 빌려가지고 준비를 해 놨는데 갑자기 경선 기탁금을 5천만 원으로 올렸다. 나는 그래서 대표 경선에 못 나갔다.”

-그 때 당 대표를 맡았으면 어땠을 것 같은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당이 잘 됐으면 집권도 했을 거다. 인물 면면이 쟁쟁했다. 박찬종, 김윤환, 김상현 등 어느 정당보다 인재 풀이 가득했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정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내가 다 만들고 정책을 구성했다. 장기표 선생이 자기 마음대로 정강 정책을 꾸리는 당이란 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소속 의원이 전국구 1명 지역구 1명, 한 달에 8천만 윈 씩이 나왔다. 3천만 원도 크게 여기던 내겐 그 정도 자금이 있었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였을 것이다.”

-김윤환 전 의원에 대한 원망이 있을 수 있겠다.

˝김윤환 씨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 아니었으면 YS가 대통령 되기도 어려웠을 거다. 박태준이 됐을 수도 있다. 박철언이 얼마나 YS를 싫어했느냐.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김윤환 씨가 상당히 많이 막아냈다. 대단한 사람이다. 다만 내게는 잘못한 게 맞다. 내가 찾아가서 ‘김윤환 씨, 대표해서 뭐 할 겁니까’라고 따지기도 했다. 나를 대표로 밀어줬으면 내가 본인도 보호해 주고, 당도 잘 이끌었을 것 아닌가. 그러나 그 주변 사람들이 월급을 타먹기 위해 당을 망하게 뒀다. 그 사람들은 당이 사라질 때 까지 월급을 모두 받아나갔다.”

-이후 국민생각에도 몸담았었다.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가 합류하려다 무산했다는데.

“국민생각은 박세일 씨와 함께 내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만남을 성사시키자’는 명제 하에 꾸리던 정당이다. 김무성 대표는 영입을 시도했으나 확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부산까지 가서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끝까지 합류를 한다 안한다 말하지 않았다. 결국은 합류도 출마도 안했다. 그런데 그 당시 김무성 대표가 탈당한다면 따라 나올 사람이 꽤 많았다. 김무성이 탈당하지 않아 국민생각이 망한 거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김무성 대표에게 참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가 탈당해서 국민생각에 왔으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 당선까지 김 대표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나. 총선 때도 그랬고, 대선 때 NLL 대화록 유출사건 등에서 본인이 사실상 총대를 멘 거다. 자칫하면 정치생명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을 살려 준거다.”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는 사실상 박세일 전 대표 대신 박 대통령은 선택한 건데, 최근에 여의도 연구원장에 박세일 전 대표를 추천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 박 대통령의 의중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친박이 박세일 전 대표를 여의도 연구원장 앉히는데 반대하는 건 이상하다. 망하려고 자청하는 거다. 이건 김무성 대표와 박 전 대표간의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빚이 많다. 박 전 대표는 학자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당히 높인 사람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산업화 세력이다. 민주화 세력인 나와는 그래서 결별했다. 친한 척 하면서도 민주화 세력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박 대통령이 그런 면에서 이해가 안 간다. 정치는 자기편만 챙기는 게 아니다. 자기편이 아니라도 자기편으로 만드는 건데, 박 전 대표를 내치는 것은 배은망덕한 일이다. 친박계의 과잉충성이 아니라면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장기표 통일 2016 포럼 대표 ⓒ시사오늘 홍세미

선거구제 개편이 정치개혁 핵심…대통령은 단임제 유지해야

-올해 최대의 화두 중 하나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이다.

“개헌도 개헌이지만 선거구제 개편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병폐인 지역 구도를 깨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떻게 호남 사람들은 모두 FTA에 반대할 수 있으며, 영남은 모두 찬성할 수 있는가? 말이 안 된다. 그 안에서도 뜯어보면 틀림없이 찬성자 반대자가 나뉠 건데 말이다. 이런 지역 담론을 깨려면 ‘지역주의를 타파합시다’,‘호남 사람들은 새누리도 찍고 영남 사람들은 새정치연합도 찍읍시다’이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제도적으로 1구에 3~4명의 당선자가 나오는 중대선거구제로 가야한다. 1명만 나오면 두 당이 갈라먹을 게 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다원화 시대 아닌가. 국민들 중 소수세력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개헌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을 그대로 둔 채 내각책임제 요소를 더한 개헌을 한다면, 이는 권력의 이상적 분점이 아닌 국회의원에게 권력을 더 주는 것 밖에 안 된다. 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고, 대선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연정을 유도해야 한다.”

-중임제 개헌에는 찬성하나.

“반대한다. 단임제가 돼야 한다. 현 상황에서 중임제가 되면 4년을 선거운동만 하다 보낼 수 있다. 선거 주기도 맞출 필요 없다. 선거는 많을수록 좋다. 비용이 좀 들어도 자주 치러야 한다.”

˝내 정치 목표는 자아실현의 세상 건설˝

-끝으로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간략히 말해준다면.

“나는 자아실현의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정치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변화들을 새로운 문명시대의 도래로 보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서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세상이 내 정치의 목표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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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2015-03-06 19:15:26
함께 민주화에는 성공했지만
함께하지 못해 새로운 정치를 성공하지 못해
편가르기와 갈등만 난무한 정치
김근태는 떠났다.
이부영도 오늘 은퇴 선언식을 한다고 한다.
장기표만 남았다.
과연 장기표는 새로운 정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씨티맨 2015-02-26 22:58:52
대한민국에서 가장 저평가된 정치인이 장기표 선생인데, 그런 장기표 선생을 다룬 시사오늘이 대단하게 보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언론도 이렇게 장 선생을 다룬 언론은 없을 것입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 장 선생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시사오늘이 그런 정치인을 잘 안다면 상당한 언론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