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찰 피해자, "너무 무섭고 떨려"…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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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찰 피해자, "너무 무섭고 떨려"…파문 확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3.17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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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도 사찰 논란 일면 조심하는데, 삼성은 전혀 개의치 않아"
윤종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들의 불법 사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계열사가 사찰을 벌인 대상은 주차장 소음 문제로 민원을 제기한 삼성래미안 아파트 거주민 강 모 씨와 삼성테크윈 노조 관계자들. A씨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며 무섭고 불안한 심경을 드러냈다.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윤종균 지회장은 이번 사찰이 일부 계열사 차원이 아닌 삼성그룹 차원에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 삼성 불법 사찰 규탄하는 삼성일반노조 ⓒ 삼성일반노조 홈페이지

삼성 사찰 피해자 민간인 강 씨는 서울 길음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1층에 거주하고 있다. 강 씨는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가 다른 아파트 단지와 달리 주차장 쪽 출입구 바로 위부터 건물을 올렸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이 엄청나 수년 동안 삼성물산 측에 민원제기를 해왔다고 한다. 강 씨는 사찰이 벌어진 지난 13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 소액주주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매년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차장 소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삼성물산 측에 호소했다고 한다.

강 씨는 16일 CBS라디오<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사찰에 대해) 전혀 몰랐다. 삼성이 무서운 데인지는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내게 하는 걸 보니 엄청나게 소름 돋고 정말 너무너무 억울하다"며 "우리 집을 (새벽) 4시부터 그렇게 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 관계자가 주주총회 다음날) 점심에 아무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왔다. 나는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무섭기도 하고 삼성을 믿을 수도 없고, 하여튼 어렵고 하니 다음에 만나자, 다음에 오라고 얘기했다. 그 후 전화도, 아무런 연락도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강 씨는 "나는 뭐 법을 잘 모르니까. 삼성물산에 이렇게 당하고 너무 무섭고 떨리고, 지금도 바깥에서 우리 집을 쳐다보는 것 같아 엄청나게 불안하다"고 답했다.

삼성 사찰 피해자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윤종균 지회장은 사찰이 자행된 지난 13일, 삼성 측이 삼성테크윈을 한화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그룹 차원의 입장을 묻고자 삼성물산 주주총회에 위임장을 받아 참석하려 했다고 한다. 윤 지회장은 "아마 우리들의 움직임이 주총에 관련돼 올라간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삼성이) 사찰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윤종균 지회장은 16일 팟캐스트<시사통 김종배입니다>에 나와, "언론에서는 삼성물산으로 제한해서 나왔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삼성그룹, 구체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움직인 게 아니냐 하는 의심이 있다"며 "삼성물산이라면 구체적으로 금속노조 소속 간부들의 이름을 알 수 없을 텐데 이름을 다 알아맞혔더라.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쪽에서 삼성테크윈을 한화로 매각하기로 결정한 후 노조를 결성했다. 이후 증거가 없을 뿐이지 정황상 우리 간부들을 상대로 미행을 따라 붙었던 사실이 있었다"며 "다수의 간부들을 상대로 그런 행위가 이뤄졌던 게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지회장은 "이제 누구에 의해 사찰이 이뤄졌는지를 밝히는 게 우선이다. 계획과 실행한 사람이 누구인지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며 "광범위한 사찰에 대한 그룹과 삼성테크윈 차원의 공식 사과, 그 다음에 재발방지 약속을 좀 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앞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삼성의 사찰 행위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된다"며 "민사적으로도 피해자들이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삼성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류 변호사는 "이런 일들은 사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던 군사정권 시절에 많이 일어났던 일"이라며 "아직까지도 민간인 사찰을 반성 없이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삼성이 무노조경영방침을 이제는 파괴하고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도 CBS<박재홍의 뉴스쇼>에서 "삼성에버랜드, 삼성SDI 등등 계열사에서 노조를 만들려고 시도만 하면 꼭 뒤따라가는 게 사찰 논란이었다"며 "국정원도 사실 사찰 논란이 일면 조심하는데 삼성은 그런 여론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든다"고 꼬집었다.

▲ 사과문 게재한 삼성물산.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1년 연속 선정'이라는 구호와 대조적이다 ⓒ 삼성물산 홈페이지

이에 대해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이사는 16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임직원들이 민원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매우 잘못된 행동을 했다. 우리는 바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 사건의 책임자를 보직 해임 조치했다"며 "앞으로 철저히 진상을 확인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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