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양지민 변호사)
얼마 전 수지모자, 싸이인형 사건과 더불어 퍼블리시티권은 우리나라 문화계, 법조계의 관심사로 다시금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지만,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보호가 매우 엄격하다. 그러나 이들도 처음부터 퍼블리시티권이 엄격하게 보호됐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이 발달해온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과도기적인 시기는 당연한 듯 보이기도 한다.
1902년 미국 뉴욕주 대법원에서는 젊은 여성인 원고가 자신의 사진이 제분업자인 피고에 의해 무단으로 광고에 이용, 자신의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됐다며 청구한 소송에서 프라이버시권은 판례법 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대법원의 태도는 프라이버시권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판단한 우리나라 법원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판결은 뉴욕주 뿐만 아니라 당시 미국 전역에서 논란이 된 끝에 이듬해인 1903년 뉴욕주 최초로 상업적 이용을 목적으로 개인의 허락 없이 그의 초상이나 성명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렇게 미국에서도 처음부터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이 인정됐던 것은 아닌 만큼 수지모자, 싸이인형 사건들은 우리나라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나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과도기적 사건들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다만 뉴욕주 사건의 경우에는 논란 직후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률이 제정됐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필요성이 10년 전부터 대두되어 왔음에도 법률 제정이 더디다는 점은 큰 차이로 볼 수 있다.
최근 유독 유명 연예인들의 퍼블리시티권 관련 사건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각급 법원의 입장이 제각각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 현상을 보면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률 제정이 임박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성명이나 초상에 대해 인정받지 못한 억울한 사건들이 많았던 만큼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제정되는 만큼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보호를 강력히 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길 기대한다.
<양지민의 엔터法> 법원 입장 제각각에 성명·초상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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