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아이들'로 가득 찼다.
엄마 손 꼭 부여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들은 자리를 깔고 앉아 바리바리 싸온 도시락을 꺼내어먹었다. 노란 병아리색 옷을 입고 환히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 그들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미래를 꿈꾸며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광장 한편은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높은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된 아이들'이 자리를 채웠다.
"엄마,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같이 살자."
"엄마, 생일 축하해요. 내가 준비한 미역국과 전이예요. 맛있게 드세요. 내년에도 또 해드릴게요."
"최고의 요리사가 되면 엄마, 아빠 호강시켜 드릴게."
"난 파충류가 좋아. 어른이 되면 사육사가 될까,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수많은 약속과 꿈을 세상에 남기고 별이 된 아이들, 그들은 이제 어른이 될 수 없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 세월호 희생자들의 흔적이 묻어났다. '4·16 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빈 방' 사진전에는 그들이 생전에 이용하던 빈 방과 유품이 담긴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세종대왕 아래에는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끝이 안 보이는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지만 초췌한 그의 모습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가만히 '주름진' 시선을 마주쳤다.
이순신 동상 앞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광화문 분향소'가 설치돼 있었다. '부디 평안히 영면하소서',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 옆에서는 수많은 일반 시민들이 천막을 치고 각각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단식 농성', '노란 리본 제작 자원 봉사', '세월호 사랑방(차 봉사)',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국민투표 서명 운동' 등을 벌였다. 이들은 '올바른 진상규명'과 '조속한 세월호 선체 인양', 그리고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안 즉각 폐기'를 주장하고 있었다. 아직 차가운 바다 속을 헤매고 있을 9인의 실종자를 찾을 수 있길 기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기자에게 국민투표를 위한 서명을 요구하던 한 시민은 "벌써 1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처벌을 받은 자도 없고, 밝혀진 사실도 하나도 없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비난을 듣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1인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은 기자에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해요. 1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참사에 대한 모든 것들이 밝혀질 때까지 세월호 참사는 끝난 게 아닙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