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이 총리는 지난 20일 저녁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던 이 총리가 갑작스레 사퇴를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정계에는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애초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완구 총리의 거취를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 이후에 정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 총리를 향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4·29 재보선은 물론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큰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완구 총리가 '자진사퇴' 카드를 일찍 꺼낸 배경에는 정부여당과 이 총리 사이에 '타이밍'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즉, 박 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렸다가는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친다는 판단 하에 이른 사퇴를 결정했다는 것.
차기 총선 염두에 둔 자진사퇴…동정심 유발?
또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꺼내든 야권의 압박과 새누리당 내부 기류의 변화도 이 총리의 결심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총리의 해임건의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정부여당은 이 총리가 야당에 떠밀려 자리에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야당 압박에 못 이겨서 사퇴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부 기류도 급변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모임 '아침소리'는 지난 20일 "이완구 총리가 자진사퇴를 결단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이와 더불어 '정치인 이완구'라는 개인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자진사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내년도 차기 총선을 염두하고 있는 이 총리로서는 악화되는 여론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는 것. 국민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한 의중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7일 취임한 이 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시점으로 따지면 재임 기간이 63일에 불과한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1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타이밍'에 대한 논의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야당의 압박과 여당 내부 기류도 이 총리의 결심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완구라는 정치인 한사람 입장에서도 차기 총선을 위해서는 이른 결단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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