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총리직을 흔히 '독이 든 성배'라고 비유한다. 국가 의전서열 5위인 국무총리는 명예가 생명인 정치인들이라면 누구나 탐낼만하지만, 최근 들어 손사래 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총리직을 '대권 주자의 무덤'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총리 직에 올랐다면 잘하면 본전이고 그렇지 않으면 대권주자에서 바로 '강등' 된다.
이해찬, 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총리 후보, 그리고 이완구 총리까지 갖가지 논란으로 총리(후보)직에서 사퇴, 대권 주자에서 멀어지는 '비애'를 겪었다.
이해찬·정운찬·김태호 그리고 이완구까지...총리 잔혹사(史)
총리직에 올랐던 이해찬·정운찬 전 총리와 이완구 총리 그리고 총리 후보였던 김태호 최고위원까지 '대권주자'로 분류됐던 이들은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대권과는 멀어졌다.
36대 총리였던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책임 총리'를 구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19년간 미결 과제로 남아있던 원전폐기물처리장 설치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또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키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곧잘냈다.
'실세 총리'로 불렸던 이 의원은 '차기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대권 로드맵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06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부산 경제인들과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 총리는 이 논란으로 총리직을 사퇴했다.
40대 총리였던 정운찬 전 총리 역시, 대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혔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정 전 총리는 '경제 총리'로 불리며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MB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운찬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시간>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돌이켜보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정 전 총리가 한나라당 내부에서 '견제' 당할 만큼 거물급 인사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정 전 총리도 총리직에서 사퇴한 이후 대권과 멀어졌다.
정 전 총리가 물러난 후 후임 총리 후보군으로 떠오른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도 청문회에서 논란이 일자 낙마 후 대권 주자 타이틀도 잃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총리 후보로 오른 이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40대 총리'로 도정을 젊게 이끌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선출직인 경남도지사를 역임한 김 최고위원은 무난한 청문회 통과를 예상했다.
그러나 '박연차 게이트', '도지사 시절 권력 남용', '일부 세금신고 누락'등 의혹이 일자 김 최고위원은 인사청문회 실시 전,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반짝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김 최고위원은 이후 대권과 멀어졌다.
현재 이완구 총리 역시 임명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총리로 내정된 이후엔 대권 주자로 분류되며 거물로 성장하는 길목에 서 있었다. 특히 '충청대망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충청도의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성완종 파문에 휩싸여 총리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 총리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힘들 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총리직은 대권으로 가는 길목이 아닌 대권 주자들의 무덤"이라며 "역대 총리들을 보면 대권 주자로 떠오른 사람은 김종필 전 총리와 이회창 전 총리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논란으로 사퇴해 대권과는 멀어졌다"고 말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