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재보선 승리 위해 말 없는 망자 노무현 剖棺斬屍…'참담'"
"망자가 망자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을 밝히자는 게 말이 되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망자(亡者)들이 정국을 휩쓸고 있다.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논란으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쟁의 중심에 섰다. 여야는 4·29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이번 논란을 적극 이용하고, 또 해명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계 일각에서는 '말이 없는 망자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선거판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망자가 망자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을 밝히자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권 말기인 지난 2007년 12월, 성완종 전 회장이 두 번째 사면을 받을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성 전 회장 사이에 '수상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참여정부는 더러운 돈 받고 사면한 적 없다'며 적극 반박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정부에서 성 전 회장이 포함된 2007년 12월 31일자 사면은 보은적 성격이 강하다. 12월 29일 청와대에서 법무부에 성 전 회장을 포함하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30일 새벽 노 대통령이 성 전 회장 단 한 명에 대한 사면서류에 재가했다. 이미 대선(15대) 일주일 전에 성 전 회장의 이름이 포함된 사면명단이 작성됐다. 당선되지도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사면에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며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노 전 대통령이 적극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23일 오후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 (성 전 회장 특별사면은) 퇴임하는 대통령(노무현)이 후임 대통령(이명박)을 정치적으로 배려한 사면"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표는 4·29 재보선이 치러지는 서울 관악을 지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명한 것은 성 전 회장의 사면이 당시 대통령 당선자였던 이명박 측의 요청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라며 "만약 참여정부가 이명박 당선자와 무관하게 성 전 회장을 사면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사면대상자 명단에 포함했지 뒤늦게 사면대상자에 추가했을 리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문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서울 용산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떳떳하다면 그것(특별사면)에 대해 조사를 한번 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12월 19일 대통령선거 이전에 성완종 사면에 대한 서류가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해명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맞대응했다.
여야가 '특별사면' 논란에 대한 책임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망자가 망자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을 밝혀내자는 것이 무리한 정치적 공세라는 것이다. 더욱이 양 진영 모두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 제기와 해명을 주고받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이 4·29 재보선 승리를 위해 '죽은 노무현'을 '부관참시(剖棺斬屍)'하려 한다는 지적까지 일각에서 나온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대변인은 24일 CBS<박재홍의 뉴스쇼>에서 "(특별사면에 대한 참여정부의) 어떤 객관적인 비리사실이 나와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며 "물타기 정도가 아니라 허위사실로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성완종 리스트로 위기에 내몰린 여권이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무리한 선거전을 펼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망자가 망자한테 로비했다는 의혹을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최측근 정도밖에 알 수 없는 일인데, 여야가 모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의혹과 해명을 주고받고 있다"며 "재보선 승리를 위해 말이 없는 '망자'를 무덤에서 파헤쳐 '부관참시(剖棺斬屍)'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좌우명 : 隨緣無作
여기 의혹제기하는 의원들 유죄팔결 내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