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삼성생명 주식 600억 원어치를 매각하면서 주식 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시내면세점 유치에 쓰일 자금 확보 등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정 부회장 명의의 삼성전자주식은 24만5000주로 지난해 6월 말 기준 29만3500주보다 4만8500주 감소했다. 매도 시점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4만8500주를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 부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16.5%로,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 평균주가(주당 124만2000원)를 기준으로 하면 약 602억4000만 원 규모다.
삼성家서 정 부회장 주식보유에 불편한 기색 드러내…
정 부회장은 갑자기 왜 삼성 주식 매각을 추진하게 됐을까. 우선은 그룹 지분승계에 따른 자금 확보, 그리고 시내면세점 유치를 위한 자금 확보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05년 2월이지만, 보유주식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1년 반기보고서를 통해서였다. 삼성전자는 2011년 9월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2011년 6월 말 기준 정용진 주주의 보유주식수는 29만3500주로 2010년 말 대비 변동이 없다"며 "투자자 이해 제고 차원에서 참고사항으로 기재한다"고 공개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게 정 부회장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그는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정 부회장의 현재 정 부회장이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24만5000주의 지분율은 전체의 0.17%다. 지난 7일 종가(137만 원) 기준 3350억 원어치다. 이는 외삼촌인 이건희(3.38%) 회장, 외숙모인 홍라희(0.74%) 여사, 외사촌인 이재용(0.57%) 부회장에 이어 네 번째 규모다.
정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삼성 주식 매도는 수많은 추측을 양산했다. 시장에선 정 부회장의 주식 매도 배경과 용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첫째로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의 지분 승계를 대비해 미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 부회장은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대표이사로서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2006년 이후 아직까지 증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주식 482만주와 신세계 주식 170만주 등이 모두 정 부회장에게 증여될 경우 납부해야할 증여세 액수만 약 7000억~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이 지분 52%를 보유한 광주신세계 주식이 증여세 자금줄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 보유 지분 활용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편으론 정 부회장의 삼성 주식 매각 시기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주식을 매도한 지난해 4분기는 삼성전자가 실적 저조에 허덕인 시기로,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실제 지난해 10월 13일 장중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최저가인 주당 107만8000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굳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동안 삼성 측이 정 부회장의 삼성계열사 지분 보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어 이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두 번째로는 신세계가 시내면세점 유치를 공식화하면서 삼성가(家)와 선을 긋기 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신세계는 오는 6월 있을 시내면세점 입점 발표를 위해 지난달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의 역사인 1만8180㎡(5500평) 규모의 본점 명품관(본관) 전체를 면세점 후보지로 최종 결정했다. 삼성 계열사인 호텔신라와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정면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면세점 입점 후보지를 같은 그룹 계열에 몰아주기는 힘든 일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과는 별개인 독자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시내면세점 입찰에 투자재원 확보·계열 그룹 이미지 벗기(?)
세 번째로는 주식 매도 배경을 두고 면세점 유치에 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최근 신세계는 본관 전체를 면세점으로 유치하겠다는 파격 행보를 보임에 따라 면세점 입점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실제 신세계는 삼성 계열의 호텔신라 못지않게 면세점 입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정 부회장은 면세점 특허 입찰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100% 출자 자본금 10억 원 규모의 면세점 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하고, 면세점 입점지가 결정되는 6월에 한 달 앞선 5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신세계디에프의 자본금을 100억 원으로 늘렸다.
뿐만 아니라 면세점 입점 후보지를 발표한 날 신세계와 이마트가 삼성생명 주식을 300만주씩 600만주를 매각하면서 시내면세점의 투자재원 마련일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삼성 지분 매각에 대해 신세계 측은 "부회장이 개인재산을 처분한 것이므로 그룹 차원에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억측은 자제해달라"고 말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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