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채완기 자유기고가)
그리스는 지난 5일 유럽 채권단의 추가 구제금융 조건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는 긴축안 찬성 38.9%에 반대 61.1%로 나왔다.
그리스 국민들은 채권단의 경제 개혁안에 찬성할 것인지, 아니면 유로화 사용 모임인 유로존 탈퇴를 무릅쓰고 거부할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반대를 선택했다. 유로존 탈퇴는 물론 과거에 사용하던 화폐단위인 드라크마를 다시 도입해야 돼, 일부 해외 국가들에서 사용이 거부될 수 있는 처지에 놓임에 말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찬반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유권자들에게 증세와 지출 삭감 등을 포함하고 있는 강도 높은 긴축안에 반대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유럽 지중해 연안에 있는 한 나라의 문제가 우리의 가계 재정과 연결되는 시대가 되었으니, 가히 글로벌 시대가 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리스 문제에 대해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많다. 이런 기사가 난 것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 'GREXIT'란 신조어가 나타난 것을 기억할 것이다. Greece와 Exit의 합성어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며, EU(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러한 GREXIT가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것이 '투표'다. 그리스는 2012년 총선, 올해에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국민들의 힘을 빌어서 정책을 이어가려 하지만 소신없이 진행되는 정책이 얼마나 제대로 시행될 지는 미지수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리스는 재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대한민국이 1997년 IMF의 제재를 감수할 때 그나마 헤쳐나갈 수 있었던 힘은 ‘금모으기’로 상징되는 국민들의 뼈를 깎는 고통 감내였다. 대다수 국민들은 재산이 줄어드는 아픔을 참아야만 했는데, 그리스에는 그런 자세를 가진 국민들이 없는 것 같다. 섣불리 국민성을 판단 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스의 과거를 되짚어 보면 그럴만한 개연성이 충분히 보인다.
그리스 정부는 1981년부터 국민들에게 선심성 공약을 이행했다. 임금인상, 의료보험, 복지확대 등 모두가 돈이 들어가는 정책들이었다. 관광이 거의 유일한 산업인 그리스는 부유하지도 않은데다 세계 경기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
과도한 복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부채비율은 날로 늘어가고, 그런 와중에 2004년 올림픽마저 개최했으니 재정은 더욱 악화 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유일한 돈 줄인 관광산업마저 어렵게 만들었고 정부는 실업률을 줄이고자 공무원 수를 늘렸다. 전 국민의 1/10이 공무원이라는데, 이는 자료를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는 수치다.
모자란 돈은 국가 내에서 해결하면 되겠지만, 그리스는 화폐를 찍어 낼 수조차 없다. 유로존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재정정책을 펴기에도 힘겨울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이웃나라와 국제기금에 손을 벌리게 됐다. 1, 2차 구제금융을 통해 지원받은 금액만 2300억 유로(약300조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다시 배째라 정책으로 3차 구제 금융까지 얻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스가 앞으로 언제까지 구제금융으로 살아 갈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처럼 IMF통치를 우수하게 벗어난 나라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