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채완기 자유기고가)
오이나 호박 등 덩굴을 가지고 있는 식물들에게는 덩굴손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흡사 스파이더맨이 건물벽을 오르듯이 잘도 올라가 거기에 정착해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요즘은 오이나 호박을 심으면 聆括� 따먹기 편한 곳에 심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덩굴손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이 아닌 심은 이가 인위적으로 설치해 준 곳을 향해 타고 올라가야 한다.
주인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덩굴을 옮기려 하다보면 덩굴손이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자연 상태에서 요긴하게 쓰이던 덩굴손은 불편한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주인은 일일이 덩굴손을 제거한다. 인간의 편리에 의해 식물의 고유 기능을 제거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작업의 효율을 높이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덩굴손에는 붙잡고 있는 힘만큼이나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덩굴손을 떼내어 줘야 열매가 더 실하다는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고객의 재무설계를 하다 보면 덩굴손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고객들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재무설계를 하고 싶겠지만, 뛰어나게 잘해온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문가가 바꾸자는 대로 하면 당장 덩굴손을 잘라버리는 것처럼 지지대에서 떨어져 죽을 것 같이 힘들어 한다. 마치 힘이 엄청나 잘라버리기 쉽지 않은 덩굴손 같다.
그러나 예전처럼 본인이 알아서 다할 수 있는 재무설계는 지났다. 얼핏 인터넷 정보의 발달로 자신이 알아서 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보가 이렇게 많은데 못할게 무엇이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재무관리의 이론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정보는 정보가 아니다. 어디 인터넷이 나한테만 개방된 공간인가.
누구나 같은 방법으로 재무설계를 한다면 나만 잘하는 것은 없다. 엄밀히 말해서 재무설계는 모두 같은 방법으로 한다고 해도 손해날 게 없는 것이다. 어차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를 하고, 세부적인 방법은 기술적인 부분이 가미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고, 더 많이 누리고 싶어한다. 결국 수익률이 더 높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경우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데, 전문가를 찾기 앞서 자신만의 덩굴손을 떼어내야 한다. 어떤 전문가도 덩굴손이 있는 고객을 인도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목표는 있어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지 목표는 있어야 제대로 인도해 줄 수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이 대내외적으로 위기라고 한다. 중국, 미국을 비롯해 한반도에 같이 있지만 가장 갈 수 없는 곳과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인터넷을 의지하기 보다는 자신을 제일 잘 알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