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재건 금호 아시아나, 새로운 10년 날개 달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넘어졌던 금호그룹이 다시 일어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박삼구 회장이 올해 중으로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하면 그룹 총수로서 다시 경영권을 회복하게 된다. 긴 세월 꿈꿔왔을 재기의 순간을 코앞에 둔 박삼구 회장의 10년을 돌아본다.
금호그룹의 역사는 대우건설 인수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6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계획하며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대우건설은 도급순위 1,2위를 다투고 있었고, 재정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 탓일까.
금호그룹은 업계가 예상하던 최대 5조5000억 원 보다도 1조1000억 원이 많은 6조6000억 원을 제시했다. 당시 대우건설 시가총액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때문에 고가인수 논란이 일었고, 이후 그룹 도산 위기로 이어지자 박삼구 회장 주변에는 ‘승자의 저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로 단숨에 재계 8위까지 성장했고, 자신감이 붙은 박삼구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그 해 10월 대한통운 인수를 선언했고, 실제로 2008년 대한통운을 사들였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데만 10조 원의 돈을 써댄 셈이다.
이때부터 승자의 저주가 시작된다.
대우건설은 건설경기 불황으로 위기를 맞았고, 금호그룹은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는다.
부족한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약속한 풋옵션이 발목을 잡은 것.
당시 금호는 대우건설의 성장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고 풋옵션을 결정했지만, 리먼사태로 대우건설의 주가가 폭락하자 그룹 전체에 유동성 위기를 끌고왔다.
결국 금호그룹은 계열사들을 줄줄이 매각하며 그룹 분리 수순을 밟았고, 주요 계열사이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은 워크아웃 사태로 전환됐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역시, 각각 인수 3년만에 재매각 수순을 밟았다.
당시 업계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품으려다 그룹 핵심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룹 위기에 우애 깊던 형제도 ‘갈등’
동반퇴진 ‘초강수’…금호석화 분리수순
엎친 데 덮친 격.
이 과정에서 형제경영으로 유명했던 금호그룹은 박삼구‧찬구 회장의 갈등까지 겪게된다.
두 사람의 갈등은 동반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데 까지 미쳤고, 이때 시작된 갈등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시 분쟁 이유를 65세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형제경영을 해오던 금호그룹은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로 한 룰을 정했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그룹 위기상황을 만들어놓고 퇴진까지 미뤘다.
특히 박찬구 회장이 제시한 대한통운 매각 등을 박삼구 회장이 무시하면서 갈등은 증폭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호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이 분리 절차를 밟은 것도 이때다.
박찬구 회장은 형 박삼구 회장이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자, 동일한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합의를 깨고 금호석화 지분을 늘려나갔다.
이 사건으로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의 해임안을 처리했고, 자신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동반퇴진’을 발표한다.
물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등 상황이 극복되지 않자 각각 8개월(박찬구 회장), 15개월(박삼구 회장) 만에 회장으로 복귀한다.
위기의 10년, 뚝심으로 극복…“다시 일어설 때 더 강해진다”
이때부터 박삼구 회장의 분골쇄신도 시작된다.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을 재매각하는가 하면, 그룹의 뿌리 격인 금호고속을 매각하기에 이른다.
2013년에는 연봉으로 1원을 받겠다고 선언하며 금호산업 대표이사 자리도 되찾는다.
이후 1년만에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을 조건부 졸업했고 금호타이어도 워크아웃을 벗어났다.
당시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시 일어설 때 더 강해졌다”고 말한 것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80년 마이너스 경제성장 당시 5년간의 구조조정 끝에 제2민항 사업자로 선정될 정도로 강해진 것, IMF때 금호타이어를 바이백한 한 끝에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대형 M&A를 성사시킨 것 등을 빗댄 표현이다.
이제 박삼구 회장 위기의 10년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 12월 말일까지 잔금을 납부하면 금호그룹의 그룹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을 되찾아오게 된다.
위기의 10년을 잘 넘겨온 박삼구 회장의 뚝심과 새로운 10년의 구상이 빛을 발하는 금호의 2016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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