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서울시의회와 ‘협의 없이’ 사무처장 인사 단행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간 갈등 양상이 민선5기 초기부터 급격히 악화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민선 5기의 돛이 올려지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통을 위한, 소통에 의한, 소통의 시정을 유독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이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서울시정의 키워드는 소통과 통합"이라면서 "이를 위해 시민과 시의회, 자치구, 지역대표 등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도 안 되서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간 파열 양상을 보이면서 양쪽 모두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건의 발단은 오 시장이 취임식 날인 1일 인사를 단행하면서 서울시의회 사무처장에 최항도 경쟁력강화본부장을 임명한 것에서 비롯됐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 의회 의원들은 "오 시장이 8대 서울시의회와 협의 없이 새로운 서울시의회 사무처장에 대한 선임을 강행했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서울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오 시장의 부당한 인사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져 여소야대의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 현행 지방자치법 91조를 보면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은 지방의회의 추천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기로 돼 있다. 또 동법 92조에는 지방의회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의장의 명을 받아 의회 사무 업무를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지방의회의 추천을 통해 사무처 직원을 임명하거나 또는 협의를 통한 사무 업무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8대 서울시의회 의원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시 측은 "8대 의회 의장단이 구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7대 의장단과 협의를 했다"면서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서울시 의원은 "오 시장 취임 직전에 사무처장 인선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면서 "도대체 누구와 무슨 소통을 한다는 말이냐"며 오 시장을 성토하고 나섰다.
일부 의원들은 절차상 문제로 신임 사무처장을 거부하거나 인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격양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벌써부터 오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한강운하 사업 등 지난 4년간의 정책에 대한 전면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간 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일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장 25개구 중 21개구, 서울시의원 106석 중 79석을 야당에 내주며 참패해 여소야대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 오세훈 시장, 그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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