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채완기 자유기고가)
수확의 계절 가을도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어 들판에는 벼가 누렇게 황금빛으로 익어있다.
텃밭에는 김장용 배추가 풍년을 알려주듯이 고갱이를 품고 넓게 퍼져서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무는 늘씬한 자태를 숨기기 아쉬워 땅 위로 수줍게 살짝 속살을 비치고 있으며, 알타리 무도 뒤질세라 열심히 자라서 형님 무를 이길 듯이 알을 품고 있다.
주재료인 배추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없어서는 안 될 갓과 파도 잘 자라고 있다.
이러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 농부는 봄부터 다양한 준비를 한다는 사실을 요즘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농부는 먼저 겨울 동안 얼어 있던 땅이 녹기를 기다려 흙을 갈아 엎는다. 그러면서 올 한해 좋은 수확을 바라며 퇴비와 기초비료로 영양을 듬뿍 준다.
또한 좋은 종자와 모종을 고른 후 심는 시기를 잘 헤아려 정성스럽게 밭에 심는다.
지금부터는 해충을 없애주는 농약도 준비하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한 비료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식물은 물과 햇볕이 필수다. 따라서 급수와 배수는 물론 온도를 신경 써주기 위해 싹이 터서 제대로 자랄 때까지는 비닐하우스도 필요하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놨다고 해서 식물은 자라주지 않는다. 수시로 물을 주고, 온도를 맞춰주는 손길이 필요하다.
여름 장마철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 농사가 망칠까 걱정이며, 가물면 말라 죽을까 염려돼 농부는 이래저래 잠이 오지 않는다.
여름은 작물들이 본격적으로 자라는 시기지만 그만큼 주변의 잡풀들도 빠르게 올라와 이제는 풀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제초제를 쓸 수도 있지만 작물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직접 허리를 숙여 뽑아주면 작물들은 농부의 정성을 알고 잘 자라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가을의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농사다.
그렇다면 텃밭농사를 경제학으로 따질 경우 얼마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풋고추 5만 원, 가지 3만 원, 오이 3만 원, 토마토 5만 원, 방울토마토 3만 원, 호박 2만 원, 감자 5000원, 상추 2만 원, 옥수수 4만 원, 겨자잎 5000원, 강낭콩 3000원, 완두콩 2000원, 파 2000원.
총 합계 28만7000원이 올 한해 텃밭에서 농사를 통해 번 돈이다. 정확히 말해 아내가 지불할 수 있다는 가격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매출일 뿐이고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야 이익이 산출된다. 매출원가에는 종자, 모종, 물, 비료, 거름, 비닐, 말목, 이동시 교통비, 식사비용 등이 더해진다.
계산해 보니 아무리 비용을 작게 산출해도 이익이 나기 힘든 계산법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2월쯤이면 서울 근교에는 주말농장 회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내걸린다.
5평 남짓한 행복농장을 분양받은 가족들이 주말이면 온 식구가 총 출동하는 광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호미를 들고 따라가는 어린 딸과 의젓하게 삽을 메고 걸어가는 아들, 그 들의 뒤를 다칠세라 걱정하며 지켜보는 엄마, 이 밭에서 무엇이든 수확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농사를 지어보지 못해 불안한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앞장서는 아빠.
어찌 단순히 재무제표처럼 계산한 적자가 이들 가족의 성적표일 수 있겠는가?
가족의 행복은 감히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으며, 배 나온다고 휘트니스센터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운동량보다 훨씬 효과가 큰 건강지킴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연과 벗삼으며 얻어가는 힐링은 산출할 수 없는 무한대의 '시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