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당내 반발을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꺼내들었던 ‘文·安·朴 연대’ 카드가 무력화되면서 리더십에 다시 한 번 흠집이 났음은 물론, 전당대회를 거부할 명분마저 잃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제는 문 대표가 결단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문 대표는 지난달 18일 조선대 강연에서 “文·安·朴이 적어도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 지도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文·安·朴 연대를 제안했다. 그로서는 현 상황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내놨던 셈이다.
그러나 文·安·朴 연대의 한 축인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文·安·朴 연대만으로는 우리 당의 활로를 여는 데 충분하지 않다”며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역제안했다. 사실상 문 대표의 제의를 거부하고 ‘새 판 짜기’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文·安·朴 연대를 거부하면서 문 대표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문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의 근거는 두 가지다. 우선 文·安·朴 연대 자체가 명분 없는 구상이었다는 것이다. 공당의 지도부는 전당대회를 거쳐 선출·구성돼야 하는 자리임에도 그는 당장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 없는 지도부 구성을 제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당대표 권한 나누기’까지 시사함으로써 문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마저 무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던진 ‘무리수’가 좌절된 만큼, 감당해야 할 후폭풍도 거대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지율이 높은 인물들이지만, 지도부 구성을 문 대표가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정식으로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文·安·朴 연대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제안이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에게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였던 文·安·朴 연대 카드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문 대표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극도로 좁아진 것도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표가 文·安·朴 연대라는 무리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금처럼 가면 총선 필패’라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던 만큼, 당 지지율이 답보에 빠진 상황에서 文·安·朴 카드를 소진해버린 문 대표가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은 전당대회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재선 의원 모임 ‘더 좋은 미래’와의 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가 文·安·朴 연대를) 거부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플랜 B나 별도의 시나리오는 따로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신의 폭이 크게 제한됐다는 의미다.
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주승용 최고위원을 필두로 “문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맞서 범주류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두 제안의 유일한 교집합은 혁신”이라며 “혁신으로 화합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결국 문 대표가 결단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한 야권 관계자는 “文·安·朴 연대마저 좌절된 상황에서 문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느냐”며 “문 대표도 거취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혁신전대 수용이든 다른 대안이든, 문 대표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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