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경제 돌파구는 없는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위기의 한국 경제 돌파구는 없는가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8.12.03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증요법 탈피, 장기적인 정책 구상 있어야
한국 경제 위기인가? 아닌가? 분명 위기이다.

정부는 물론 우리 국민들은 ‘위기의 경제’를 체감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돈’이 돌고 있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무엇보다 실물 경제 지표가 위기의 한국 경제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성장률 저하, 실업률 증가, 고물가 등 어느 한 부분도 우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고환율과 증시 이탈 등 금융시장의 불안,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대변해왔던 IT,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기존 5대 산업이 시장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다.

또한 기술 수준은 물론 소비자의 호응도와 가격 경쟁력이 낮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향후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 불안, 세계경기 위축 등 대외경제여건의 악화로 당분간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의견이다.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사실을 가장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가 안 보인다’는 사실이다. 예측 불가능의 경제가 바로 우리 한국 경제이다.

지금 위기의 원인을 ‘미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가 사안의 본질이라고 보고, 위기가 ‘밖’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지금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과연 위기의 원인을 ‘외부적인 요인’으로 한정하고 방심할 때인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10년 전에는 위기가 동아시아에 한정됐고 지금은 범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 금융회사들이 여전히 외화를 회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현상적으로 지금과 10년 전이 동일하다. 결코 우리가 방심할 때는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각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견은 우리 경제 정책 브레인의 리더십과 정책 부재를 지적할 것이다.
 
▲     © 시사오늘

경제정책 브레인의 리더십과 정책부재

첫째, 정부의 경제정책이 근시안적이다. 정부정책이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대증요법에 의존한다.

최근 고환율에 따른 정부정책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높으면 국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활성화된다. 반면 원화 환율이 낮으면 수입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져 수입이 늘어난다고 생각해왔다. 우리 경제정책 당국자들도 이러한 생각에 동조해왔다.

고환율이 수출을 신장시킨다는 발상은 7,80년대 시대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고유가, 고환율로 제품의 원가가 상승해 수출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그런데 국제상황의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그동안의 낡은 가치관에 얽매여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보면서 교과서적인 접근방법으로 시장의 변화를 놓쳐 국가적인 위기를 자초한 면이 없는 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 12일 은행·대기업·공공부문으로 나눠 부문별 맞춤식 외화 유동성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은행이 달러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외환보유액으로 100% 메워주기로 했다. 공기업의 해외투자를 중단하고, 대기업에는 해외투자를 늦춰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공기업에 대해서도 달러가 필요하면 공급해 주기로 했다. 민간 기업에는 보유 중인 달러를 시중에 팔도록 계속 독려할 계획이다. 정부는 환투기 우려가 있는 고액의 외환 매입이나 변칙 증여성 해외 송금에 대해 10월 13일부터 12월 중순까지 특별단속을 벌인다.

단속 대상은 하루에 외환을 1만 달러 넘게 사들이는 개인과 기업이다. 관세청은 이들 명단을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아 환투기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달러를 신고하지 않고 반출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처벌한다.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대책’이 실효성을 거둘까? 결과는 의문이다.
공기업의 해외 투자를 중단하고, 대기업의 해외투자 연기와 보유 달러를 매각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가능한 일인가? 공기업의 해외 투자 중단은 정부의 의지대로 가능하다. 그러나 사기업인 대기업의 해외 투자를 연기하라고 한다는 것과 대기업 소유의 달러 매각을 강요하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민간기업인 사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본연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그러한 사기업의 경영 부문까지 정부가 관여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이는 시장 질서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다시 말하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내 투자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우리가 기대하는 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불합리한 세제를 개편하는 등 투자 마인드를 살릴 수 있는 자구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져야 한다.

기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은 이익이 있는 곳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한다. 이것은 평범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대증요법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내투자 진작시킬 정책 마련해야
 
둘째, 가장 중요한 위기의 원인은 우리 경제의 실체를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경제는 한마디로 내실 기반이 약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다. 빈약한 부존자원, 원유 와 원자재의 수입 등 대외적인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가 인상과 원자재 구입 결제수단인 달러, 유로화, 엔화 등 환율의 변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 원가 상승 등 국제시장 질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국가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민 경제의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원천기술 등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해외 선진기업에 로얄티를 주고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기술력 신장을 위해서 기초과학 육성은 물론 기술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등 기술 보강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다 국제화시대에 적합한 글로벌 사고와 글로벌 스탠다드(규격)을 갖추어 나가는 것도 필수적인 일일 것이다.
셋째, 자원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지금 유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하락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자원은 유한하고 필요는 많은 것이 현실일 때 그 가치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유가 상승의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원유 등 자원 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여기에 있다.

먼저 자원강국으로 부상할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제3세계국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이야기할 때 국가 위험도가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국가 위험도가 그렇게 큰 것인가, 또한 왜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아프리카 진출에 서두르는 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탁상공론적인 발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현장에 뛰어 들어야 한다. 국가 리스크를 분석하고, 초기에 제3세계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Risk(위험)와 Profit(이익)은 상치관계이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위험지역인 동시에 우리에게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그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는 ‘Product(제품)시장’이 아닌 ‘Project(프로젝트) 시장’임을 명심해야 한다. 구매력은 없으면서도 시장은 매력적이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개발할 것인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방법은 없는가를 현실적으로 고려할 때 대안은 생긴다.
 
 
부동산 중심의 시장구조 바꿔야
 
넷째, 국내 경기 또한 주택, 부동산 경기의 의존도가 높다.
세계 경기 침체의 원인이 주택금융이 그 원인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작금의 세계 경제 위기의 원인이 주택금융이 도화선이 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경제도 취약하고 부실하기는 대동소이하다. 하나가 무너지면 심리적 공황상태가 생기며, 도미노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중심의 시장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건설회사에 대한 PF(project financing) 부실이 가져올 금융권의 경영부실에 대해서 미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 금융의 내실화와 주택시장에 대한 대책 마련을 미리 서둘러야 한다. 금융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금융권 스스로의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동안 간접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은행 등 금융권이 직접 부동산개발시장을 만들어가는 직접투자방식도 그 하나의 방법으로 대두될 시점이 멀지 않았다. 이제 과거와 같은 영역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멀티(Multi)시대, 퓨전(Fusion)시대에 맞게 새로운 사업영역을 만들고 시장을 창출할 때 그 조직은 살아남는 것이다.

끝으로 국민경제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경우 기업이 미리 지정한 환율(계약환율)로 외화(달러)를 은행에 팔 수 있는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  Knock-in, Knock-Out)의 사례가 잘 말해준다.

환율이 아래위로 일정한 범위 내에 있을 경우 시장가격보다 높게 지정한 계약환율(행사가격)로 외화를 팔수 있는 옵션거래로 원래는 환율이 변동함에 따라 기업이 보는 손실을 최대한 줄여주는 금융상품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못하고 위험하기만 하다.

환율이 지정한 범위의 하한선으로 내려갈 경우에는 (예를 들어 950원 ⇒ 900원) 계약이 무효가 되어(풋옵션 효력소멸) 기업은 손실을 입지 않게 되지만 (단지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만 봄), 환율이 급등해 지정한 범위의 상한선을 넘어가면 (예를 들어 950원 ⇒ 1000원) 계약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비싼 달러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계약환율로 팔아야 되기 때문에(콜옵션 효력발생) 기업은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 인력과 금융과 자본시장에 경험이 많은 대기업은 가입하지 않고 우둔한 중소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제도적인 모순으로 키코 같은 경우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에서 계약에 의한 것일 경우, 실질적으로 무지의 계약 당사자만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주식시장이나 펀드가 ‘투자’가 아닌 투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일명 ‘묻지마 투자’라는 인식이 들 정도로 펀드 광풍이 불었지만 돈을 번 사람 보다 손해를 본 사람이 더 많다. 경제에 대한 기본 지식과 소양 부족이 그 현실적인 위험으로 다가온 사례로 보아야 한다.

주식이건, 펀드이건 성공해서 돈을 벌면 개인 자신의 것이고, 지금처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주식이 하락하고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정부나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의 책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교육만이 우리 국가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한탕’이 아니라 ‘성실’을 가르칠 때 우리 경제의 내실은 다져질 수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라는 말은 한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도 다를 바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