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대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심판론'을 앞세워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무능한 좌파 운동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심판론'을,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고 무너진 대한민국을 복원해야 한다는 '정권심판론'을 들고 있다.
하지만 '심판론'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각 당 내부에서 제기된다. '역대 최악의 국회', '민생을 외면한 국회'라는 국민적 비판에 대한 '자성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월 4일자 <조선일보>에서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도 현실이지만, 무능한 좌파 운동권이 장악한 야당에 대한 식상함이 더 크다고 본다"며 "이번 총선에서 '무능한 야당 심판'을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2015년 핵심 개혁과제 성과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야당심판론을 거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정권심판'을 호소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위기의 연속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고 한일 위안부 협상의 무효를 위해,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2016년 새해는 대한민국을 제자리에 놓는 대한민국 복원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해 공개한 총선전략보고서에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무능한 보수, 무능한 경제'라 지칭하면서 "보수정부의 경제무능과 경제파탄을 공식선언해야 할 정도이고, 시장의 실망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심판론' 설득력 없다…'자성론' 먼저
이와 관련, 여야 모두 '심판론'을 들먹일 자격이 없다는 말이 각 당 내부에서 나온다. 국민들의 표심을 끌기에 역부족인 슬로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한 핵심 관계자는 4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야당심판론이 과연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지 의문인 건 사실"이라며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 30~40%대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권이 국민 질책을 야당 탓으로만 돌리는 건 역효과가 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더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중앙당직자 역시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권심판론을 앞세워서 우리가 언제 승리했느냐"며 "더욱이 최근 우리는 패권주의에 따른 분열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심판론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심판론보다는 자성론이 필요할 때다. 우리 당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반성해야 총선 승리를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좌우명 : 隨緣無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