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작심발언이 화제다.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대표로 선출된 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당 안팎의 공세에도, 묵묵히 버텨만 왔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친박계와의 불협화음에 강한 어조로 대응하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약 1년 전인 지난해 겨울 친박계는 김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붓는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송년회에서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김 대표가 전횡하며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했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당·청 관계가 유래 없이 삐거덕거리고 있는데 빨리 (당·청관계를)보완하려는 지도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화냐”고 반발하는 한편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말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한다”고 정면 충돌을 피했다.
뒤이어 터진 여의도 연구원장 임명 건에서도 서청원 최고위원의 압박에 김 대표는 “당분간 여연 원장 임명 건을 거론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이런 모습을 놓고 당시 여권에선 “김 대표가 맷집은 좋지만 거대 여당의 대표 답게 시원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들려왔다. ‘무대(무성대장)’라고 불릴 만큼 리더십 있는 모습이 실종됐다는 아쉬움 섞인 토로가 나오기도 했다.
2015년 내내 청와대 내지 친박계와 날선 대립을 피하던 김 대표는 2016년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당내 투톱을 구성하고 있는 소위 신박(新朴) 원유철 원내대표와의 불협화음이 가시화됐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1시간 앞두고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원유철 원내대표가 노동개혁법안의 타결을 위해 기간제법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대표와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등, ‘비박’계 인사들은 기간제법 제외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은 곧이어 이어진 담화에서 국회를 향해 "노동5법 중 기간제법 개정안을 뺀 4법만이라도 빨리 처리해 달라"고 호소하며 친박계와만 교감이 있었음을 확인해 줬다.
지난 25일엔 친박계의 돌격대장을 자임해온 홍문종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김 대표가 안대희 전 대법관을 최고위원에 임명한 것을 놓고 "총선에 전혀 경험이 없으신 분이 총선 지휘하는 사령탑에 올라가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당원입장에선 참 불안하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도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홍 의원을 향해 "정해진 일에 대해 비판하는게 우리 당에 도움이 될지 중진의원으로서 신중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욕을 할 줄 모르나, 말을 할 줄 모르나”라면서도 “하지만 대표를 흔들고 모욕 줘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권력 주변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려 하고 권력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며 “역대 정권마다 있었던 일”이라고 친박계에 직격탄을 날린다.
뒤이어 2012년 국회선진화법 통과와 관련,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섰다”면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 비판했다.
김 대표의 ‘권력자’발언에 당내에선 즉각 반발이 일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의 인터뷰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앞으로! 2030 새누리당 공천 설명회’에서 “여러분들도 과거에는 공천권이 소수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되어 왔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며 다시 권력자를 언급한다. 이는 상향식 공천의 강점을 설명하려는 취지였지만, 친박계는 재차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워원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권력자는 김 대표가 아니냐"며 ”여당의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대권후보 1위 반열에 올라있는 데, 그 이상 권력자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인재영입과 관련, 원 원내대표와의 불통(不通)사태가 다시 불거졌다. 원 원내대표가 평소 친분이 있던 바둑기사 조훈현 9단과 쌍용차 기업노조 김규한 위원장 영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외부 인사를 말하는 건가, 무슨 역할로 영입한다는 얘기냐”고 되물으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처럼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그 동안처럼 인내의 시간을 좀 더 이어갈지, 아니면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반격을 시작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지난 27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김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지 않으면 여태껏 (김 대표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며 “자신의 정치적 무게감에 걸맞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반면 여권의 한 소식통은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적당한 선에서 봉합하지 않겠나”라며 “지금껏 참아오다가 선거(총선) 코앞에서 굳이……(강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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