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정치권이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이용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요즘 시대적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관련, 정운찬 이사장의 상품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이 과거 수도분할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세종시를 바로 잡으려고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았을 때 조롱했던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 1일자 <중앙일보>에 올린 칼럼에서 지난달 15일 소천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신영복 선배는 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반성장연구소’ 현판도 써주었다”며 “한편으론 고마웠고, 다른 한편으론 현판에 스며있을 신 선배의 ‘인간애’의 철학과 ‘역사진보에 대한 희망’의 가르침을 동반성장사회 구현으로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무겁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향기 나는 사람이란 사람을 상품으로 평가하지 않는 ‘인간 존엄성’의 구현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라며 “신영복 선배가 그런 사람이었다.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먹물이 한지에 스며들 듯 조용히 우리 사회에 인간애의 정신을 전파했고, 인간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갔다”고 회고했다.
정 이사장은 사람을 상품으로 평가하지 않는 ‘인간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동안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상품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래서 때로는 비싼 값이 매겨졌고 때로는 무시됐다.
솔직히 정 이사장이 하려고 했던 세종시 수정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옳은 것이다. 그럼에도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 이사장을 죄인처럼 취급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으로 마음대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새 정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행정비효율이 뻔한 세종시 원안을 고집했던 정치권이 새 정치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 이사장을 영입하려는 정치 세력은 먼저 그의 세종시 수정 철학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당신의 세종시 수정 철학은 틀린 것이지만 당신의 동반성장 철학은 좋다’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이건 정 이사장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이 정 이사장의 세종시 수정 철학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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