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은 왜 핵무장을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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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은 왜 핵무장을 말했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2.17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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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새누리의 핵무장론과 안보 프레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 뉴시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포와 파멸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이제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한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공식적으로 남한 내 핵무장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비해 우리는 적어도 언제든지 핵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며 가세했습니다. 집권여당의 두 원내 사령탑이 한 목소리로 핵무장론을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새누리당의 강경 발언이 ‘총선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북 관계를 긴장 모드로 끌고가 다가오는 총선을 ‘안보 프레임’ 속에서 치르기 위한 선거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분석이 제기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핵무장론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라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후 비핵화 기조를 유지해왔고, 미국과도 원자력 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면, 북한·인도·쿠바·파키스탄을 제외한 전 세계 189개국이 가입된 NPT를 탈퇴하고 한미 원자력 협정도 개정 혹은 폐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외 경제 의존도를 고려하면, 엄청난 외교적 부담과 경제적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핵무장 선언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지요.

새누리당 내부의 논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도 ‘총선용’이라는 시각에 무게를 싣습니다. 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뒤, 김무성 대표는 “당론이 될 수 없는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으며 당 지도부 차원에서의 논의도 일절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핵무장론을 공론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새누리당 내부에서 먼저 논의를 거치는 ‘순서’를 밟았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핵무장론이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까요? 한마디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꽃놀이패’입니다. 핵무장론을 통해 새누리당은 ‘강한 안보 정당’의 이미지를 강화했습니다. 야권이 원 원내대표의 연설에 즉각 반발하면서 그 효과는 더 커졌지요.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지만, 그 주장 자체로 새누리당은 이미 야권과 차별화되는 ‘안보 정당’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혁신 경쟁’과 ‘인재 영입’ 과정에서 야권으로 쏠렸던 관심도 새누리당으로 돌려놨습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우리가 개성공단 폐쇄로 맞서면서 야권의 혁신 경쟁은 옛날 이야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원 원내대표가 핵무장론으로 힘을 보태면서 4월 총선은 ‘혁신하는 야당’과 ‘안주하는 여당’ 프레임에서 안보 프레임으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안보 프레임은 새누리당의 지지율 상승을 이끄는 효과가 있지요.

그러면서도 자칫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영리하게 회피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친박계와 비박계가 한 마음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핵무장론은 ‘당론’이 아닌 원 원내대표의 ‘사견’이 됐습니다. 이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북풍(北風)’과 같은 일차원적 전략이 아닙니다. 대내적으로는 핵무장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전부 거두면서 대외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한 ‘묘수’인 것입니다.

저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에서 민중총궐기를 ‘폭력 집회’로 규정, 불리한 상황을 일거에 뒤집은 여당의 프레이밍 능력을 지적했던 바 있습니다(관련기사 : ‘프레임 전쟁’에서 또 패한 무능한 야당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209).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 새누리당은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프레임을 만들지도, 주도하지도 못하는 야당이 총선으로 향하는 새누리당의 질주를 저지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갈수록 그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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