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16년이나 된 저축은행중앙회의 노후 전산망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구축하는데 속도를 내야한다는 주장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중앙회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올 초 340억 원 규모의 통합금융정보시스템(IFIS)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착수, SK C&C를 주 사업자로 선정하고 협상 중이다.
이번 사업은 1999년 도입한 통합전산망을 전면 교체하는 것으로 16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중앙회는 사업비용 등을 이유로 전산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현재 79곳의 저축은행 중 중앙회 전산을 쓰는 곳은 63곳이나 된다. 달리 말하면 저축은행 63곳이 16년이나 된 노후 시스템으로 인해 안정성이나 보안문제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스템이 너무 노후돼 승인 창 두개가 동시에 나타나면 멈춰버릴 정도"라며 "고객이 몰릴 때는 업무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과 국회의 최고 금리 27.9%로 인하 등 저축은행 실적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이슈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자체 전산을 갖춘 대형 저축은행들은 격변기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계열사를 합치면서 새로운 전산망을 완성한 뒤 모바일 중금리 상품 '사이다'를 출시해 고객 유치에 나섰다. JT친애나 웰컴저축은행도 자체전산망을 활용해 운영중인 웹페이지 개편이나 모바일 앱을 출시한지 오래다.
반면 중앙회 전산을 이용하는 상당수 저축은행은 대부분 앱이 없거나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 시스템 부재에 따른 여파를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 한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저축은행에 치명적인 이슈가 몇 가지 예고되고 있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한 모바일이나 비대면 거래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전산시스템으로는 구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차세대 시스템 도입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있다.
저축은행은 대부분 지역 서민을 기반으로 담보대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차세대 시스템 도입은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신용대출로 영업을 확대하거나 이미 신용대출 위주로 운영하는 저축은행들이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전산 교체를 재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모든 회원사의 의견을 취합한 뒤 합리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는 "중앙회 전산을 사용하는 저축은행들의 입장을 다 반영하다보니 차세대 시스템 도입 결정까지도 많은 기간이 소요됐다"며 "큰 사업이라 협상을 완전히 끝낸 뒤에야 다음 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처럼 많은 비용을 쓸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예산 내에서 최대한 알뜰하게 맞출 수 있도록 협상을 잘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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