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현대건설이 2012~2014년 베네수엘라에서 수주한 3건의 공사 중 2건이 아직도 미착공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경제 비상사태’ 선포에서 나타나듯이 장기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베네수엘라의 현지 여건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탓이다.
현재 시공 중인 공사도 자금조달 문제로 지연으로 일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홍역을 치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착공인 2건의 공사가 위기에 봉착한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 “중남미 역량 지속 확대할 것”…베네수엘라 실적 두드러져
현대건설은 올해 초 경영방침을 발표하면서 중남미‧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등 신흥시장에서의 역량을 보다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남미 지역에서는 이미 2010년 콜롬비아 보고타 지사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에 지사를 설립하며 영업력을 강화해 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콰도르 현지 지사 설립도 협의 중이다.
그 결과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우루과이 푼타 델 티그레 복합 화력발전소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라크루즈 정유공장 △칠레 차카오 교량 등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그 중에서도 베네수엘라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는 평이다.
현대건설의 베네수엘라 진출은 지난 2012년 약 30억 달러(약 3조5057억 원) 규모의 푸에르토라크루즈(Puerto La Cruz) 정유공장 1단계 공사를 수주하면서부터다. 이듬해에는 23억 달러(약 2조4000억 원) 규모의 산타이네스 정유공장과 연결고속도로 공사를 추가로 수주했다.
이어 2014년 6월 48억 달러(약 4조9000억 원) 규모의 푸에르토라크루즈 정유공장 본 공사(확장·설비개선)를 현대엔지니어링, 중국 위슨 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수주했으며 현대건설 지분은 72%인 35억 달러(약 3조5000억 원)에 달했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2014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한 페트콕 발전소의 기본설계를 900만 달러(약 110억 원) 규모에 수주한 바 있다. 당시 현대건설은 유럽·일본 등 일부 선진국의 시장으로만 여겨지던 페트콕 발전소 수주를 통해 국내 발전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해외건설리스크 ‘1위’…리스크 관리부담 어찌하나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현재 심각한 부도 위험에 직면해 있다. 초저유가로 인해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으며 국가재정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석유수출이 국가재정 중 9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베네수엘라 정부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100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급기야 지난 1월 16일 마두로 대통령은 60일간의 경제위기령을 선포했다. 베네수엘라가 약 500%에 이르는 인플레를 겪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IMF를 통해 제시됐으며, 올해 하반기 도래하는 63억 달러의 외채만기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이에 현대건설이 쌓아온 베네수엘라에서의 실적들이 고스란히 리스크 관리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분석 전문기관인 타임트릭(Timetric)은 이미 지난해 4분기 기준 해외건설리스크(CRI, Construction Risk Index)가 가장 높은 국가로 베네수엘라를 지목한 바 있다.
CRI는 타임트릭이 50개 국가를 대상으로 매 분기 조사해 발표하는데,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 5가지 외적 환경요인이 종합돼 지표에 반영된다. △건설시장리스크(Market Risk) △사업환경리스크(Operating Risk) △경제리스크(Economic Risk) △재정리스크(Financial Risk) △정치리스크(Political Risk) 등이 그것이다.
CRI가 높을수록 건설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국가로 평가되는데, 베네수엘라의 CRI는 79.54로 50개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등급으로는 'D'등급(CRI 70 이상)에 해당해 건설산업이 심각하게 침체돼 있고 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평가된다. 즉 사업 수행 리스크가 매우 높고 중단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일부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비상사태 조치 기간 이후에도 국가 경제 회복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베네수엘라 정부가 적절한 해결책도 없이 시간만 연장해 놓았다는 분석이다.
베네수엘라 현장, ‘자금조달’이 핵심…손실 우려로 리스크관리 인력 충원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손실을 최소화 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의 베네수엘라 현장의 경우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자금조달이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공사(PDVSA)의 신용에 기댄 자금조달은 경제 비상상태 선포 등으로 향후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 2012년 수주한 푸에르토 라크루즈 정유공장 공사의 경우 30억 달러 규모의 공사대금 20억 달러의 금융주선을 약정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발주처인 PDVSA의 신용 보강을 통해 공사비를 조달했다.
이후 2013년에 수주한 산타이네스 정유공장·연결도로 공사(23억 달러)와 그 다음해 수주한 푸에르토라크루즈 본공사(35억 달러)는 미착공 상태다. 아직 자금 조달 협상 진행중으로 착공은 요원한 상태다.
현대건설 측은 지난해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 “베네수엘라 등 수익성이 양호한 해외 시장의 대형공사가 본격적으로 착공해 향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베네수엘라에서 착공을 준비 중인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금융권의 지원을 호소했다. 이후 베네수엘라의 현지 사정은 악화되기만 하는 모습이어서 미착공 상태인 2건의 공사의 향방은 더욱 부정적일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에서의 손실도 우려된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환율불안과 유가 하락으로 신흥국들과 중동 산유국의 발주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우리가 진출해 있는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의 재정악화로 매출 부진과 손실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올해 리스크 관리 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국내외 영업조직을 해외중심인 글로벌 마케팅본부로 통합해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이고 사업수행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점검체계를 강화했다.
현대건설이 베네수엘라 현장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동시에 국내외로부터 자금조달에 성공해 미착공 사업장의 매출 인식이 시작될 것인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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