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주년 3·1절③]암울한 시대, 영화로 승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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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주년 3·1절③]암울한 시대, 영화로 승화시키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6.03.01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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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보다 더 찬란했던 청년 윤동주의 삶을 그린 <동주>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저린 <귀향>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수진 기자)

97년 전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동주>와 <귀향>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동주는 윤동주 시인의 삶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이며, 귀향 또한 일제 위안부 소재를 다룬 첫 번째 극영화다. 동주는 상영 닷새 만에 관객 60만 명을 모았고, 귀향 역시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영화로나마 느끼려는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뼈아픈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킨 동주와 귀향 속으로 들어가서 암울했던 시대의 아픔을 상기해 본다.

어둠의 시대 속에서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간 청년 윤동주

▲ 영화 <동주>는 어둠의 시대를 살았던 시인 윤동주의 안타까운 삶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올해는 윤동주 시인 서거 71주기다. 시보다 더 찬란했던 그의 청춘을 대한민국 최초로 스크린에서 담아냈다.

영화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의 청년 시절을 정직하게 그리고 있다.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지만 그동안 그의 삶을 TV나 영화로 다룬 적이 없다. 윤동주는 죽어서야 시인이 될 수 있었다. 영화 동주는 무언가 이루고 싶었지만 시대적 상황에 의해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었던 젊은이, 청년 윤동주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각본을 맡은 신연식 감독은 “윤동주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시인이 되지 못한 청춘이었다. 동시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활동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시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며 윤동주의 삶에 이끌렸던 이유를 전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 시인의 시에 부끄럽지 않게 찍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영화 동주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현재의 청춘들에게 동주는 더욱 가슴 저린 영화다.

그저 시가 쓰고 싶었던 동주는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와 갈등하고 친구인 몽규가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을 지켜보며 속으로 열등감을 삭힌다.

이후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을 한 후 읊는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라는 <참회록>의 구절에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던 청년 동주의 고뇌와 시대적인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어 후쿠오카의 형무소에서 점점 피폐해지는 동주. 담담한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서시>는 그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며 아픔을 전한다.

영화 속 윤동주 시인의 작품들은 어둠의 시대를 살았던 동주의 안타까운 삶을 더욱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어둠의 시대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을 살다 간 동주와 몽규의 이야기 영화 동주는 현재의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고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과 아픔을 스크린에 녹아내다

▲ 영화 <귀향>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조선년은 인간이 아니다. 너희는 황군을 위한 암캐일 뿐이다.” (영화 귀향에서 일본군이 평균 나이 14세 소녀들에게 총을 겨누며 하는 말)

1일 오전 12시 20분 영화 <귀향> 상영이 끝난 인천 부평 롯데시네마. 영화의 앤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지만 늦은 시간에 관람한 수십여 명의 관람객들은 충격과 슬픔에 대부분 자리를 뜨지 못했다.

크레딧에는 영화 제작비를 십시일반으로 보태준 7만5270명의 후원자 이름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그렸던 작품이 10분 가까이 상영됐다. 작품과 작품명으로도 관람객들은 또 한번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작품 속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과 아픔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생 김은지 양은 “어린 소녀들이 고통을 겪는 장면은 보기조차 너무 힘들어 중간에 나오고 싶었다”면서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할머니들이 어린 나이에 직접 겪은 고통은 그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배현진 씨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귀향이 전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동시에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향은 같은 달 26∼28일 주말 사흘간 전국 793개 스크린에서 8956회 상영돼 76만6071명(매출액 점유율 30.4%)을 모았다. 누적 관객 수는 개봉 5일 만에 106만1268명에 이르렀다.

특히 개봉 당시부터 100만 관객 돌파까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폭발적인 관심이 관람 열풍으로 이어져 감동을 더해왔다. 이에 따라 귀향이 앞으로 이어갈 흥행가도에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지금까지 비슷한 소재 영화들이 일본인들의 만행에 치중했던 반면 이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어루어만지고 치유하는데 집중했다. 사회적 메시지를 강요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다른 사회고발 영화와는 달라 호응이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귀향은 국민의 뜨거운 성원에 답하기 위해 1일 CGV 왕십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무대인사를 진행한다.

 

 

담당업무 :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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