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새누리당 압승론’이 사라졌다. 야권 분열의 호재를 등에 업고 한때 국회선진화법 무력화선인 180석을 넘어 개헌선인 200석까지 넘보던 새누리당이 거센 ‘공천 후폭풍’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영남에서 시작된 ‘공천 파문’이 점차 북상하면서,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482).
변화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4~16일 3일간 조사해 17일 발표한 결과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4%포인트 하락한 40.7%에 머물렀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에 10%포인트 이상 앞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더민주당이 전주 대비 1.5%포인트, 국민의당이 1.1%포인트 상승한 반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대전·충청·세종 지역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컸다. 지난주 49.6%였던 이 지역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이번 주 40.6%로 무려 9%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더민주당은 24.6%에서 30.5%로 5.9%포인트, 국민의당은 11.2%에서 16.2%로 5.0%포인트, 정의당은 1.0%에서 5.9%로 4.9%포인트 상승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반면 야권 3당의 지지율은 모두 큰 폭으로 오른 것. 이번 총선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대전·충청·세종 지역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공천 탈락자들의 연이은 무소속 출마 러시도 부담이다. 지난 9일 김태환 의원을 시작으로 18일 안상수 의원과 조해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발표했고, 20일에는 진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임태희·강승규·정종복·장제원 등 전직 의원들도 공천 결과에 반발해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오 의원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직접 찾아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유승민계’ 낙천자들인 류성걸·김희국 의원도 재심에서 결과가 번복되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이종훈 의원도 탈당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강길부·주호영·박대동 의원 등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새누리당의 압승 분위기로 흘러가던 이번 총선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제로’의 혼전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일여다야(一與多野) 지형에서 180~200석이 가능할 것이라던 전망도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새누리당 압승론’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새누리당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것 같다”며 “지난 총선에서 승리 분위기에 도취돼 ‘나눠먹기’를 일삼았던 야당이 어떤 결과를 받아들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