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의 시네 리플릿><대배우>, 시대의 무명들을 위한 작은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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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의 시네 리플릿><대배우>, 시대의 무명들을 위한 작은 각본
  • 김기범 영화평론가
  • 승인 2016.03.3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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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과 장르의 혼돈을 채우는 오달수의 헌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평론가) 

▲ 영화 <대배우> 포스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갖는 동물과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치성을 띤다던가, 가족과 사회라는 무리 속에서 경제적 가치를 구현하려 애쓰는 점, 교육 체계를 통해 철학과 학문을 추구한다는 것 등이 그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과 지구상 여타 개체와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인간의 꿈과 욕망, 그리고 무한의 상상력이다. 

각자 자아와 정체성을 지닌 인간은, 어릴 적부터 주변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이를 구축한다. 또한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숱한 노력과 열정을 투사하며 성장한다. 

그러나 그 꿈이라는 자신의 욕망을 십분 성취하는 이는 무척이나 한정되어 있고, 결국 방황과 실패를 곱씹으며 번번이 무참한 벽이 가로막는 현실과 대충 타협하며 살아가기 일쑤다. 

물론 이 시각에도 현실 세계에 아랑곳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용왕매진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의 야망을 모두 충족시켜 주기엔 하느님의 재량이 그다지 녹록치가 않다. 

그간 한국의 흥행영화에는 어딜 가나 출연, 어느덧 ‘천만요정’ 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배우 오달수가 결국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대배우> 는 그러한 인간의 이루지 못한 꿈과 좌절, 그리고 새로운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이끌어낸다. 

영화에서 다뤄진 '가진 것이라고는 신산한 세월 속에 꿋꿋이 지켰던 꿈과 이에 대한 무모할 정도의 열정 밖에 없는 가난하고 무능한 무명배우의 삶' 만큼이나, 영화는 무척이나 소박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대배우> 는 영화계의 실상과 배우들의 지난하고도 척박한 삶의 세계를 다룬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우리네 평범한 갑남을녀들의 모습을 은유한 것이기도 하다. 어차피 연극 같은 인생 속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방기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모두가 이 사회의 무명배우일 뿐이다. 

요즘 개봉 중인 영화 <헤일, 시저> 는 헐리우드 황금기의 명작과 배우들을 빗대어 영화산업 시스템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 세계의 부조리를 촌철살인의 대사와 명장면으로 세련되게 다루고 있다. 

이에 비해 <대배우> 는 충무로로 일컬어지는 한국 영화계와 배우들의 실제 세계에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추고, 꿈과 열정만으로는 살 수 없는 우리의 각박하고 엄혹한 현실을 조망하는 데에 그 의미를 부각시키려 한 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소박함만큼이나 관객을 흡입하는 강렬한 메시지나 동인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시작부터 나오는 아동극이 상징하듯,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에 대한 가벼운 우화 한 편의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대배우> 는 이 영화의 연출자가 조감독 시절 직접 겪었던 한 무명배우와의 에피소드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그 연장선상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을 가정하여 그려냈다. 

하지만 실제를 기반으로 한 영화란 으레 진한 드라마에 강점을 두며 승부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법이다. 

더구나 그 드라마 외에 작가적 시점의 상상력이 덧붙여졌을 때에는 예기치 못한 장르로 흐를 수 있는 역효과를 방지할 고도의 연출력이 요구된다. 

물론, 배우 오달수의 전매특허인 그 부담 없고도 코믹한 대사 처리와 연기의 폭은 유효하다. 

그러나 ‘대배우’ 인 오달수 일인의 캐릭터에 의존한 나머지, 주연과 연기의 유기적 합을 이루었어야 할 윤제문과 이경영의 역할은 말 그대로 ‘중배우’ 와 ‘소배우’ 의 위상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한다. 

천신만고 끝에 국민배우의 위치에 올랐으나 가족에게서 소외당하는, 외롭고 허전한 일인자의 내면세계를 표출하며 오달수의 상대역을 보다 무게 있게 담당했어야 할 윤제문의 비중이 아쉽다. 

앞서 두 배우가 공연했던 <우아한 세계> 에서처럼 이 시대의 아픈 가장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에 다 같이 균형을 맞추었더라면, 갈등 구조를 뛰어넘어 보다 강렬해진 화학작용이 관객들에게 어필될 수도 있었다. 

여기에 요즘 ‘한국영화의 처음과 끝’ 인 배우 이경영이 분한 유명 감독의 캐릭터는 단순히 존경스럽고 신사적인 이미지보다는, 마치 정족지세의 솥발처럼 두 배우와 나란히 한 축을 이끌며 인상적으로 다가왔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실제 유명 한국영화와 영화계 인사에 대한 패러디는 일종의 오마주로서 관객들에게 주는 여분의 웃음 요소로 작용하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오용될 시에는 영화 스스로 스토리의 힘과 연출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한 꼴이 되어 그 간극을 채우기는커녕, 관객들이 실소를 금치 못하는 위험인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감독과 출연 배우와의 끈끈한 동료애로 출연했을 여러 영화인들의 카메오도 같은 맥락이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콜세지 콤비의 1983년 작 <코미디의 왕> 에 대한 숨겨진 또 다른 모티브의 가능성과 기시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어찌 보면 그 <코미디의 왕> 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토록 원했던 큰 무대에 오른 로버트 드 니로가 보여준, 알듯 말듯 한 그 얼굴 표정이야말로 영화의 첫 주연을 맡은 ‘대배우’ 오달수가 느꼈을 수도 있는 벅차고도 감당하기 힘든 감정과 오버랩 된다 할 수도 있겠다.

 사족 : 엔드 크레딧 이후의 쿠키 영상은 그나마 이 영화가 관객에게 바치는 진귀한 볼거리이다. 

 평점 : ★★☆☆☆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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