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총선에서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 각 현안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기에 여야 모두 선거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서대문을 역시 수도권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19대 총선에서는 단 625표로 승패가 갈렸다. 전체 투표수에서 0.87%에 불과했다.
최근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서대문을의 정치적 성향을 단언하기 어렵다. 14대부터 16대까지는 민주당 강세지역이었지만, 17대부터 19대까지는 새누리당이 연이어 승리했다.
◇새누리당 정두언-더민주 김영호, '625표차' 리턴매치
이번 선거에서 서대문을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번 손에 땀 나는 접전을 보여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서대문을 지역위원장이 '리턴매치'를 펼치기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은 대표적인 'MB맨'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 당시 시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17대 국회에 입성, 서대문을에서 3선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비박계'로 분류,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공천과정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윤상현 무소속 의원과 함께 '살생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영호 위원장은 DJ정부 일등공신인 후농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의 아들이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년시절 DJ와 개인적인 친분을 털어놓기도 했다. 중국 북경대를 졸업, 기자로 일하면서도 중국 특파원, 한중문화연구소 소장 등 중국에 대한 전문성을 키웠다. 18대, 19대 총선에서 원외 인사로 정두언 의원과 대결을 펼친 바 있다.
◇'一與多野' 서대문을, '야권 단일화'에 판세 갈릴 듯
오는 4·13 총선에서도 서대문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야권 단일화' 여부가 판세를 가르는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정 의원과 김 위원장 중심으로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대문을에는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3개 정당에서 후보를 낸 상태다.
당초 정의당 임한솔 지역위원장도 서대문을 출마를 선언했지만 후보 등록은 하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30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광역 기초의원으로 정치적 경험을 쌓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민주 측은 양자대결이 유리하다고 판단, 국민의당과 야권 단일화에 승부수를 띄웠다. 김 위원장은 지난 29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일대일 구도라면 자신 있다"면서 "국민의당과도 단일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홍성덕 후보는 30일 기자와 만나 "전날 유세현장에서 시민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당대당 야권 단일화는 적극 반대한다"고 말했다.
서대문을 판세에 야권 단일화 파장이 예상되는 이유는, 여야 후보 간 공약 차이가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진영논리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과 김 위원장 모두 이번 공약에서 '교통환경 개선'과 '교육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정 의원은 '본격 지하철 시대 개막'을 슬로건으로, 서부경전철 조기 완공, 동서경전철 신설, 경의선 노선 증선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교육 관련해서는 서대문 명품학교 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신분당선 세검정역부터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가는 8km 길이의 지하철을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 또 혁신학교 추가 도입 등을 통해 과밀화를 해결하고 교육 질을 높일 예정이다.
◇'방어' 새누리, "긴장감 유지"…'공격' 더민주 "길거리 민심 잡기"
여야 간 선거유세 방식은 '방어형'과 '공격형'으로 나뉘었다.
'서대문을 탈환'에 나선 더민주 선거캠프는 지난 29일 오후 서대문구 모래내시장 주변에서 '선거송' 야외촬영을 진행했다. 김영호 위원장은 기타를 맨 채 노래 연습에 열중하다가도 주민들이 지나가면 곧바로 악수를 건넸다.
전동휠체어를 탄 70대 남성은 기자에게 "여기서 30년 살아서 웬만한 사람들 잘 아는데, 저 사람 성실하고 괜찮다"면서 "젊으니까 패기도 있다. 나이 들면 현상유지만 하려고 하지"라고 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의 촬영을 멀찍이 지켜보던 60대 남성은 "사실 저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면서 "정두언 의원은 새누리당에서도 중진이니까 좀 더 경쟁력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 대부분은 김 위원장을 '아는' 눈치였다.
생선 가판대를 연 70대 남성은 김 위원장이 다가오자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선 시장 골목길을 가리키며 "구청에서 돈을 주든가 길 좀 정리해야 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수 가게 주인은 "자주는 아니지만 후보들 얼굴은 몇 번 봤다"면서도 "요새는 사는 게 너무 어려우니까 정치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며 자세한 대화는 꺼렸다.
한편, 정두언 의원 측 선거캠프는 '서대문을 방어'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시사오늘>이 방문한 정 의원 측 선거사무실은 오후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스탭들로 북적거렸다. 해당 건물 곳곳에 정 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노래를 부르는 사진이 붙어있었다.
이승기 보좌관은 기자와 만나 "지역구 분위기가 좋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면서 "19대 때도 여론조사 결과가 앞서 있다고 마음 놓고 있었는데 막상 치러보니 가까스로 이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 측은 선거유세 취재는 거절했다. 이 보좌관은 "최근 살생부 논란 등 공천과정에 잡음이 많았던 터라 선거유세는 조용히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역 입장에서 지역구가 격전지로 부상되는 데 대한 부담은 아니냐'는 질문에 "정 의원은 이미 서대문을에서 3선을 해서 동네 구석구석을 잘 안다"면서 "평소에도 혼자 자전거를 타고 주민들을 만나러 간다"고 밝혔다.
정 의원 측 캠프 주변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정두언 의원은 새누리당에서도 바른 말만 한다"면서 "다들 대통령 말에 고개 숙이는데 정 의원은 할 말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20대 여성은 "정 의원 얼굴이 더 알려져 있지만 젊은 세대는 일단 야당을 선호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소녀상 지키기를 했다고 들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야채 가판대를 연 60대 상인은 "국회의원은 나라를 위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의원직이 자기자신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자리라는 걸 제대로 아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좌우명 : 本立道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