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격전지⑥]'심판론' 없는 의정부, '큰 인물론' vs. '세대교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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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격전지⑥]'심판론' 없는 의정부, '큰 인물론' vs. '세대교체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4.05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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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인물론' 내세우는 문희상 vs. '세대교체론' 주장하는 강세창·김경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의정부역 ⓒ 시사오늘

이번 20대 총선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5선 중진인 문희상 후보가 6번째 금배지에 도전하는 의정부시갑 지역구의 지형은 다르다. 조선일보가 의뢰하고 여론조사기관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가 3월 29일 10시부터 22시까지 경기 의정부시갑 만19세 이상 남녀 526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면접 100%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결과에서 더민주당 문희상 후보가 33.9%, 새누리당 강세창 후보가 28.5%, 국민의당 김경호 후보가 8.1%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이러다 보니 이 지역의 핵심 이슈는 ‘심판론’이 아닌 ‘세대교체론’으로 흘러가고 있다. 강 후보는 이번 선거를 ‘과거 세력과 미래 일꾼의 대결’로 규정하며 문 후보를 겨냥했고, 김 후보 역시 문 후보를 향해 ‘야권 후진 양성을 위한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후보 견제를 위해 야권 연대를 구상하고 있는 대다수의 지역구와는 상이한 구도다.

지난 4일, <시사오늘>이 의정부역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이 내세운 ‘야당 심판론’이나 더민주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문희상이 너무 오래 하지 않았나’라는 의견과 ‘그래도 문희상’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했다.

“문희상이 여기서만 5번 했어. 이제 한 번 바뀔 때도 됐지. 이번(총선 후보 중)에 문희상이 제일 나이가 많다며?” (의정부역에서 만난 60대 남성)

“의정부에서만 5번을 했어요 문희상이. 근데 20년 동안 뭐가 달라졌어? 신인들이 등장해서 한 번 열심히 해보게 해야 의정부도 발전하지.” (의정부 가구거리에서 만난 40대 남성)

“그래도 문희상 아니겠어요? 그래도 문희상쯤 되니까 여기저기서 많이 땡겨왔지, 힘없는 사람 보내놓으면 여기 아무것도 못 할 걸요?” (의정부역에서 만난 40대 여성)

“문희상이 의정부 많이 발전시켰어요. 일 할 게 남았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 달라는데 뽑아줘야지.” (경의교차로에서 만난 50대 남성)

▲ 새누리당 강세창 후보 캠프 ⓒ 시사오늘

유권자들의 반응을 품고 각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새누리당 강세창 후보 선거사무소는 의정부역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수막이 고층빌딩 상단에 부착돼있는 까닭에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강 후보의 캠프 관계자에게 의정부시갑의 독특한 선거 구도에 대해 물었다. 그는 “문희상 후보가 워낙 강하다 보니 김경호 후보와 우리 후보의 공략 지점이 겹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민의당과의 연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정부에서만 5선을 달성한 문 후보가 이번에도 ‘강자’로 꼽히고 있다는 질문에는 “40~50대층을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문 후보가 5선을 하는 동안 의정부가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후보 캠프 ⓒ 시사오늘

문 후보와 김 후보의 캠프는 의정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먼저 의정부 가구거리에 자리 잡은 문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문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있던 20년 동안 의정부에 변화가 없다는 불만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공기와 같은 것”이라고 답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곧바로 말을 이었다.

“‘문희상법’이라는 게 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인데, 원래 의정부는 안보 지역이라 규제와 제한이 많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문 후보가 특별법을 제정해서 4년제 대학, 종합병원, 경찰청, 교육청이 들어선 거다. 호원IC 만든 것도 그렇고 도로 건설 같은 건 일일이 거론할 수도 없다. 이게 공기와 같아서 직접적으로 확 와 닿지는 않을 수 있지만, 20년 전까지 갈 것도 없이 10년 전, 5년 전과 비교해 봐도 의정부는 크게 발전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가 금배지 욕심 때문에 이렇게 다시 나온 게 아니다. 미군기지 반환이 완료되는 2017년은 의정부 입장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다. 미군기지 부지에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면 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의정부의 향후 50년, 100년의 먹거리를 마련해 놓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당 김경호 후보 캠프 ⓒ 시사오늘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위치는 경의교차로였다. 경의교차로에 들어서자, ‘새시대, 새정치, 새인물’이라는 말이 쓰인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선거사무소로 들어가 김 후보 측 관계자에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그러자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낮은 응답률과 유선전화 100%라는 여론조사 방식은 김 후보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 최대 이슈인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야권 연대는 없을 것”이라며 “문 후보가 사퇴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힘줘 말했다. 김 후보는 컷오프 됐던 문 후보가 구제를 받자, “의정부시민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문 의원은 스스로 공천을 반납하라”고 강공을 가한 바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강세창-김경호 연대설’에 대해서는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며 “새누리당과는 정체성이 다른데 어떻게 연대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김경호 후보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장담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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